악어사냥

 

 

  십년도 더 지난 일이다.   

  여름 이였는데 차로 대륙을 건너서 미시시피 강으로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곳이 목적지는 아니었는데 모종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우리는 그곳을 기점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게 되었으므로 굳이 여행지가 어디었었다라는 정의를 내려야 한다면 -당시 우리는 미시시피 강으로 여행을 갔었다.- 하고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엘에이에서 차를 한대 렌트해가지고 친한 후배 제이와 함께 지그재그로 스테이트를 통과하며 기분을 내게 된 건데 사실 나는 미시시피 강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었다. 목소리 큰 그에게 이길 수가 없어서 그냥 우연히, 차가 그쪽으로 달리게 된 것이다.

  여행 목적 이라는 것도 그저 시험 끝나고 그냥 아파트에서 뒹굴기 시간이 아까웠는데 제이가 가자고 꼬시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뿐이다. 물론 싸돌아다니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별로 없다, 라고 나도 생각하고 있는바 이지만. 그는 대략 삼십 개 국을 돌아다녔고 그게 취미인데 당시 여행의 목적은 순전히 자기가 아직 마이애미를 못가 봤기 때문에 거길 가는 것과 동시에 비행기로만 내다본 미시시피 강도 한번 통과해 보자는 거였을 것이다. 나는 운전사로 초청된 거고,  그리하여 우리는 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엘에이를 출발해 아리조나 텍사스에 도착하니까 벌써 열다섯 시간 정도 운전을 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다음에 나타난 텍사스가 아무리 차를 밟아대도 끝나지를 않았기 때문에 나는 운전대를 제이한테 넘겼고 중간에서 햄버거를 두 번 사먹고 차에다 기름 채우고 해가면서 스물여덟 시간 만에 도착한곳이 미시시피 강 지역이었다. 도시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나는 댈러스에서 그냥 계속 동쪽으로 달리고 싶었는데 제이가 남쪽을 더 구경하고 싶다고 우기는 바람에 휴스턴 쪽으로 내려오다 이건 아니다 싶어 말싸움 끝에 차를 다시 북쪽으로 돌린 게 어쩌다보니 멤피스 서쪽 방향으로 도착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그는 나보다 고집이 셌다. 

  도착한 시간이 밤 아홉 시 정도 였 는데 계산을 해보니 지난밤 열두시에 출발했으니까 꼬박 만 하루를 넘게 달려온 것이다. 

  우리는 그냥 만난 시골의 한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로 했다. 거기서 벌어질 그 황당한 사건은 짐작하지도 못한 채,

 “니두 대단하다 잠한번 안자고 달려 오냐. 나는 사실 조수석에서 두 시간 이상 잤었다.”

 “대단하긴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거지.”

  그리고 그냥 햄버거를 시켜먹고 있는데  아주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 동네에 있는 모든 모기가‐이건 좀 과장이지만‐ 나에게 달려든 것이다.  주인으로 보이는 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흑인여자가  미리 내 주위에 스프레이를 뿌려 놓았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햄버거 하나와 포테이토 프라이를 몇 개 집어먹고 있는 동안 조금 과장하자면 한 백 만방 정도는 물린 것 같다. 거짓말 안보태서 왼손 등에만 물린 게 수 십방은 됐으니까. 그나마 제이는 나보다 상황이 훨씬 나았다. 차로 뛰어갔던 그는 긴팔 후드 탑을 입고 나타났고 긴 소매로 손까지 뒤집어 씌웠으니까. 

  손이 아닌 팔소매가 포크를 쥐고 있었다. 역시 손이 아닌 팔소매가 칼을 쥐고 있었고, 

 “형 피가 여기선 젤로 브이아이피 음식 인가봐.”

  하고 그는 킬킬 웃었다.

 “나 내일 병원가게 될지도 몰라.”

 “걱정 하지 마. 내가 보기엔 죄다 암놈들만 물었거든. 일반적으로 이성한테는 물려도 그렇게 큰 해는 없어.”

  그는 먹으면서 계속 킬킬 거렸다. 나는 간지럽고 따갑고 미칠 지경인데, 화를 벌컥 내고 소리를 지르고 나니까 그도 좀 웃음을 멈추긴 했다.

  그리고 나서 안 좋은 상황이 벌어졌고 그때 친해진 게 에이미이다. 그녀는 식당 주인이었는데 마치 우리의 한국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이렇게 얘기한 것이다.

 [당신은 좀 심각해보여요. 친구한테 화내지 마세요. 그렇게 까지 물리면 심각한 상황 올수 있어요.]

 “could be inflammation.”

  라고 제이가 지껄였다.

 “뇌염이라고 해석해야 되니?”

 “응 일단은 그렇게 생각해.”

 “내 손등 좀 봐라. 이게 장난이냐?”

 “형 내일 죽을 수도 있어.” 

  또 시작 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내 묘 자리 보러 간 다구?”

 “햄버거 다 먹었으면 빨리 나가잔 얘기지.”

  그때 모종의 사건이 벌어졌고 우리는 나가다 말고 다시 자리에 앉아야했다.     

 

  밖으로 나와서 투덜거리며 차를 타려고 하는데 에이미가 따라 나왔다.

 [미스터 쟌슨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정말 미안하게 됐는데요. 그 상처도 그렇고 모기 물린 거,,,그냥 가면 안돼요. 여기 모기들은 진짜 외국인피를 좋아해요. 나는 안 물리거든요.]

  제이가 말했다.

 “이거 내가 당한 적 있어 남미에서. 나 그때 병원에 실려 갔었잖아,”

  "니 말은 안 믿어."

 [잠깐만 기다려요. 어차피 문 닫을 시간이니까.]

   에이미는 가게 문을 닫고 우리보고 따라오라고 하고는 차를 몰고 출발했다.  제이는 피가 떨어지고 있는 오른손을 휴지로 틀어막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졸지에 에이미의 집에 가게 되었다. 영화에서나 본적 있는 엄청 큰 집 앞에 그녀는 차를 세웠다.

  그때가 열한시였고 에이미는 위스키 한 병을 내놓았다.    

 [일단은 좀 마셔둬요. 도움 될 테니까.]

  온몸을 벅벅 긁어대고 있는데 쳐다보고 있던 제이가 또 시작했다.

 "도움될 거야. 독 퍼지는데." 

  어쨌든 나는 몇 잔을 연거푸 마셨고 확실히 통증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제이의 오른손에 이상하게 생긴 헝겊을 둘둘 감아 놓고 나서 내 모기에 물린 자리에 좀 붉은 색깔을 띈 약을 자꾸 발라주었는데 아마도 이런 시골에서는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미는 말했다.

 [몇 년 전에 일본인 두 명이 비슷한 시간에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모기한테 엄청 물리고 그냥 모텔로 갔는데 다음날 병원에 실려 갔고 오후에는 헬리콥터에 실려 갔죠. 그 후로 준비해 놓은 게 이 약이에요. 합법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거라고 의사가 그랬는데 어쨌든 효과는 좋으니까요. 밤새 좀 따가울 거 에요.]

  에이미는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그곳에 살고 있다고 했다. 대충 이백년 정도의 기간 동안 조상들이 여기에 살았는데 현재로서는 자기의 존재조차도 잘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당시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몰랐고 그냥 흘려들었었다. 

  그녀가 주절거리고 있는 동안 나는 여독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술기운 탓이었는지 소파에 앉은 채로 그냥 잠이 들었는데 밤새 오만가지 종류의 벌레들이 득시글거리는 굴속 같은데서 뒹구는 꿈을 꾸었다.

   

  다시 한 두시간전으로 돌아가서,

  미시시피 강의 주변에는 도시들이 있었는데, 아니 마을 이라고 해야 하나, 평화스러워 보이는 건 좋았는데 너무 작았고 마치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잠깐씩 숨어 지내는 그런 현실성 없는 무대처럼 보였다. 자전거 타고 오 분 돌면 다 볼 수 있었던 그 거리들을 난 다시 설명하고 싶지는 않은데. 침엽수 들이 있었고 장미 나무들이 늘어져 있었고 그 옆에 봄에 피는 튤립이 좀 있었다. 늦은 봄 아니 이른 여름에 그 튤립들이 왜 그때까지 남아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환경이 너무 좋아서였을까, 벌레 많기로 유명한 장미 나무와 잎사귀에도 벌레 먹은 흔적이 없었다. 지역적인 특성인건지 미시시피 강 벌레들의 게으름 인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엘에이의 꽃집 주인이라면 밤마다 가위나 스프레이 들고 설쳤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내 자연에 대한 기준이 엘에이다보니 새로운 땅이 이상해 보였으리라, 

  어쨌든 그러니까 에이미와의 인연은 제이와 내가 그 동네에 딱 하나 있을듯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흑인여자와 어린 흑인여자가 일을 하고 있었고 그중 나이 많은 쪽이 에이미였다.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대도시가 아닌 조그만 동네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금방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고 쉽게 대화가 되고 친해진다.

 [아주 가끔 외국인들이 지나가는데 여기 모기들이 그쪽 사람들 피를 선호 하는 거 같아.]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게 내가 들은 그녀의 첫마디 였다.

  그녀는 스테이크용인지 큼지막한 고기 덩어리를 썰고 있었는데 시뻘건 피가 접시 밑으로 고여 들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안 물리나?]

  하고 묻자,

 [날마다 햄버거만 먹을 수 있어?]

  하고 그녀는 웃지도 않고 대답했다. 말 된다.

 [어쨌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내 팔을 봐봐. 이게 말이되?  인치당 열방 이상씩은 물렸을 거라고.]

 [모기가 당신한테 달려드는 게 아니고 당신이 모기가 사는 나라에 들어 온 거야.]

  거의 제이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는 모기를 안 물잖아 모기들이 날 무는 거고, 그건 인정해야지?]

  말도 안 되는 농담, 제이가 시큰둥하게 듣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대화는 아까의 것과 겹치는 건데 확실한 기억이 없어 미스터 쟌슨 때문에 다시 앉게 된 전후의 어디 속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모종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테이블 옆에는 에이미의 친구 인 듯한 흑인여자가 앉아있었고 그 너머에 백인 남자가 하나 앉아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은 것이다.   

 [헤이 에이미 오늘따라 말이 많아.]

  그의 첫마디였는데 그 말이 정확히 내 귀를 때렸고 그냥 넘어 갈수는 없는 상태라서,

 [나보고 한 얘기야?]

  라고 받았는데 에이미가 오른손을 살짝 들어 보이면서 내말을 막았다.

 [농장 주인인데요. 얼마 전에 와이프랑 헤어지고 나서 혼자 살아요. 그래서 술이 좀 부쩍 늘었고, 여기 와서 자주 시간 보내요.]

  나는 에이미의 동료 너머로 다시 한 번 슬쩍 그를 쳐다보았다.

  오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전형적인 농가의 농사꾼으로 보였는데 눈치를 보았는지 자기의 오렌지색 술잔을 다시 입으로 가져가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난 최근 들어 이상하게 동양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물론 내 집에 있는 전자제품들이 몽땅 다 그쪽에서 온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야.]

  제이의 눈썹이 올라가는 걸 눈치 채고 내가 그의 잔 위로 손을 얹어서 가만히 있으라는 표현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에이미였다. 그녀가 이렇게 내뱉은 것이다.

 [얼마 전에는 내 친구한테 상욕을 하더니 이제는 타지에서 온 손님한테 이런 식으로 말을 하나요?]

  미스터 쟌슨 이란 자가 술잔을 던졌는데 그게 에이미의 이마에 맞았고 사건이 좀 커지게 된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에이미의 이마는 그냥 스치면서 맞았을 뿐이지 피한방울 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문제는 제이가 맥주병의 목을 거꾸로 집어 들고 테이블 모서리에 내려친 것이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게 문제였던 듯싶다. 에이미가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 든 것은 더 최악이었다.

  나는 제이를 강제로 잡아다 의자에 앉히고 에이미의 권총을 몸으로 막았다. 

  에이미와 둘이서 총알도 안 들어있는 총을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 싸움을 하고 있는데 미스터 쟌슨이 다가왔다.

 [미안해요.]

  하고 그는 말했다.

 [그래도 잔을 던져서 사람을 맞히면 안 되죠. 엘에이 이였으면 살인미수 에요.]   에이미는 권총을 내렸다.

 [그래 미안하다고 하잖아요. 술을 너무 마셨나봐,,,]

 [잘났어. (good for you,)]

  하고 제이는 왼쪽 다리를 옆 의자에 올려놓은 채로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실 큰 문제도 아니었다. 에이미는 호들갑을 떨며 우리를 자기 집으로 끌고 갔는데 이제 생각해 보면 계산된 행동 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제이나 나한테는 모텔비 절약 차원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거기서 제이는 병에 베인 손을 에이미의 속옷을 찢어 만든 임시 붕대로 둘둘 감싸야했고 나는 웃통까지 벗겨진 채로 그 정체불명의 빨간약을 온몸에 쳐 발라야 했던 것이다.

  그 후, 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제이는 공무원이 되었고 나는 개인 비지니스를 시작했다.  가끔 만나면 당시 있었던 얘기를 하곤 했지만 우리 에게는 그런 그리 대수롭지도 않았던 추억이나 중얼거리기에는 머리 아픈 일들이 너무 많았다. 당시의 제이는 나만 만나게 되면 쌍욕을 섞어 가면서 회사의 백인 상관을 헐뜯기 바빴고 나는 내 회사를 다른 회사랑 조인을 하던 가 아니면 파산을 하던가 해야 하는 상태였다. 

  그날, 시뻘겋게 약 바른 벗은 상체의 나와, 오른손에 찢어진 속옷을 둘둘 말고 있는 제이와, 그리고 에이미와 옆에 얌전히 앉아 있기만 하던 어린 흑인소녀 제시카와, 쟈니워커 한 병을 다 마시면서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새벽녘 잠들 때 까지 킬킬 거렸었다.  그 풍경을 떠올려보면 사실 대수롭지 않은 추억은 아니다. 그래서 한동안 제이와 나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자주 웃곤 했었는데 그게 시간이 미시시피 강처럼 흐르고, 몇 년이 지나면서 우리 둘의 기억 속에서 희석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제이와 나는 많이 변해있었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우리들의 현재 상황을 보면 언뜻 보기에는 내가 선택해서 벌어진 일이고 일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든 그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수습하면 될 거라고 나 역시도 생각하는데 그건 일종의 착각이고 실제로 판은 이미 짜여진 대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평안한 날은 없었다. 아주 가끔씩 보이는 평안한 날들은 그렇게 보이게 만든 내 허상이라는 제목의 작품일 뿐이고-안 할 수가 없으니까-사실은 점점 더 얽혀 들어가고만 있는 실 꾸러미를 푸느라고 진을 다 빼고 있는 형국일 뿐이었다.     

 

  에이미와는 가끔씩 안부 전화를 주고받곤 했었는데 완전히 끊어졌다가 몇 년 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마지막 통화가 몇 년 전이었는데 나는 그때 회사 전화를 그녀에게 알려 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상한 말을 했다. 남자 힘이 필요 하다는 둥, 악어가 이상하다는 둥, 그런 거였는데 나는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여행을 한번 하고 싶었다. 게다가 대책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꼬불탕 거리는 미시시피 강 지역이라면 내 비비꼬인 영혼을 끌고 가기에는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필요이상으로 빨리 무더워졌던 사월 초에 나는 비비꼬인 내장을 보러 가기위해 비행기 표를 샀고 당연히 제이와 함께였다. 우리는 비행기로 세시간반 정도를 날아가 휴스턴 공항에 내렸다. 

  멤피스까지는 정원이 칠십 명인 프로펠러 비행기였는데 비행기가 얼마나 떨렸는지 중간에서 떨어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길 했더니 제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무려면 죽이려고 만들었겠어.”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밥 안 가져다주는 거나 감사하게 생각해. 아마 먹으려다간 몽땅 콧구멍으로 들어 갈걸. 떨어져 죽는 게 아니고 질식사로 가는 거지”

 일반적인 비행기가 구름을 넘어 삼사만 피트 상공을 나는데 비해 이 작은 비행기는 최고 높이가 칠천피트였다.  어쨌든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녀가 나와 있었다. 큰 캐딜락을 가지고,

 [왜 남자가 필요해서 그래?]

  하고 내가 농담을 했는데 그녀는 그런 농담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었던거 같다.

 [그때는 안 보여줬지만 내가 악어농장 운영한다는 얘기는 했죠?]

 [응 기억나.]

 [문제가 있는데 주위 사람들이 나를 미친여자 취급해요.]

 [왜 악어들이 스트라이커라도 일으켰어?]

 [스케쥴이 어때요?.]

 [글쎄 한 두주정도는 괜찮아.]

  그녀가 제이를 돌아보았다.

 [제이 같이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손에 흉터는 안 남았죠?]

  제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오른손을 내밀어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흉터는 커녕 하얀 색깔이 영락없는 여자 손이었다.

 [식당은?]

 [제시카가 그냥 운영해요. 걔도 이제 스물일곱이에요. 나는 재료만 사다주고 저녁때 들러서 돈 계산만하고. 알다시피 우리 동네 유일한 식당인데 뻔 하자나요. 매상도 그렇고.]

 [미스터 쟌슨은?]

 [여전해요. 술은 더 늘었고, 얼마 전에는 쿠바에서 온 노동자들을, 그러니까 미스터 쟌슨네 일꾼들이죠,, 열다섯 명 정도였는데 노동 허가증이 없다고 정부에서 전부 잡아갔어요. 난리가 났었죠. 그래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밤새 가면서 농장 일을 했다니까요.]  

 [쟌슨말고 여기 백인 남자가 하나 더 있어요. 그 사람은 술은 안마시지만 정말 못됐어요. 아마 그 사람한테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을 거에요.]

  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그녀는 계속 주절 거렸다.

 [뉴욕으로 갔던 전처가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한대요. 근데 거절 했다더군요. 가끔 만나면 지금도 당신 얘기해요. 그때 참 미안 했었다고, 한번 다시 보고 싶다고,] 

  제이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난 일주일 휴가 신청을 냈거든, 뭐 상황에 따라 변명하기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어쨌든 그 안에는 돌아가야 돼.]

 [어쨌든 십년 만에 보는데 대화가 좀 그렇다.]

 하고 내가 말하자 그녀는 내 볼에 입을 맞추었다.

 [이 조그만 동네서 무슨 일이 벌어지겠어. 아마도 당신네들이 다시 나타난 게 화제 거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에이미 날 부른 이유가 뭔데?]

  뒷좌석에 앉아있던 제이가 우리말로 했다.

 “근데 우리 불러서 온 거 아니지 않나? 형이 미시시피 강 보고 싶다 그랬잖아.”  "그게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래."

 [미안 에이미 우리말로 얘기해서.]

  나는 사과했다.

 [괜찮아요. 설마 내 욕하는 건 아닐 테니까,,,]

 [헤이 제이 영어로 얘기해라 알았어?]

 "그러던지."

  또 한국말 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부른 거 아니잖아요. 당신이 여행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지,,]

  라고 에이미는 대답했다. 이런 게 항상 문제다. 전화 대화를 백 퍼센트 녹음 해 놓았다면 그걸 분석해서 누구 말이 맞는 건지 재판 할 수는 있는 건데 그런 쓸데없는 짓은 또 왜 하나?

 [미스터 쟌슨이 그 악어농장을 맡긴지가 십년이 넘어요. 원래는 남편이 해야 되는건데 알다시피 정치한다고 푸에리토 리코에 가 있는지가 십년도 넘었잖아요. 그 얘긴 했었나요?]

 [아니 그런데?]

 [그,,,악어가요,,,나는 그냥 먹이 주는 거 밖에 하는 일 없고 미스터 쟌슨이 다 알아서 하는데,,, 핀란드나 스위스로 보내면 가죽은 가방을 만든 데요. 고기는 ,,잘 모르겠고요. 그렇게 그냥 운영해 왔는데요. 얼마 전 부터 얘네들이 나한테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냥 넘어갈 제이가 아니었다. 기가 막히다는 억양으로 한마디 했다.

 "형 나 진짜 정신병자 싫거든,"

  운전대를 잡고 있던 에이미는 아마도 제이의 한국말을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무표정했다. 당신들은 도시에 사니까 무슨 얘기인지 모를 거야,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정말 슬프게 말했어요. 나 팔아버리지 말라고.]

  제이는 경악했다. 

 [당신지금 농담 하는 거지? 더 이상 들어줄 시간 없으니까 우리 그냥 돌아갈 거야.]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신비주의에 관한한 누구도 함부로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게 내 경험상의 의견이고 그녀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성에 반하는 모든 현상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제이는 다르겠지만,

 [악어는 종류가 많아요. 마치 사람들의 인종처럼이요. 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행동을 해요. 특히 우리 농장에 있는 얘들은 거북이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일반적으로 엘리케이터과 구요. 참 순하고 먹을거 없으면 풀도 따먹고 그래요. 오스트레일리아나 아프리카에 사는 애들은 사람도 공격하고 그래요. 그건 크로코다일이라 불리죠. 그런데 여기 있는 애들은 안 그래요.]

 [어쨌든 둘 다 악어잖아]

 [다르다니까요.]  

  그녀는 자기의 악어들을 베이비라고 불렀다.

 [일단은 가서 좀 자고 내일 얘기 합시다.]

  그녀의 캐딜락은 'HANNIBAL' 이라고 쓰여 있는 나무로 된 표지판을 통과해서 집에 도착했다. 출발하기 전에 지도를 잠시 들여다보았었는데 근처에 제일 큰 도시가 콜롬비아 였다. 삼십분 정도 달린 것 같다. 나는 좀 피곤해져서 그녀가 계속 말을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래도 제이가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녀에게 손으로 사인을 했다. 

  그리고 딱 한 시간 후에 제이는 가져온 소주 한 병을 비우고는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이런 짧은 여행이 뭐가 피곤하겠는가, 아마도 도시 생활에서 오는 피로겠지. 그가 안쓰러웠다.

  어쨌든 대화는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알기로는 여기 미시시피 지역에 삼십오만 마리의 악어가 있다고 알고 있거든. 당신이 데리고 있는 얘들이 몇이지?]

 [오십 마리.]

 [그럼,,,뭐야,,,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거잖아.]

 [그게 아니라니까]

 [이러면 어떨까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아침,,,그게 아니 구나 제이,,,]

 잠시 뭔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가 말했다.

 [지금 나랑 좀 나가요.]

 [어디를?]

 [잠깐 나가자고요.]

 [지금 열두시 넘었어.]

  그녀의 농장은 생각했던 것 보다 별스럽게 크지는 않았는데 아주 많은 침엽수들이 우거져 있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들어찬 달빛이 비추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하나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모기한테 안 물리는 약 이라고 그녀가 내민 게 있었는데 효험이 상당히 있는 듯 했다. 한 두 방정도 물린 거 같기는 한데 그걸로 그만이었다.

 [나는 악어보다 모기가 더 무서워. 그리고 이런 약 있었으면 그때 십년 전에 줬어야 되는 거 아냐?]

 [그때는 그 약 없었어요.] 

  에이미는 계속 말했다.

 [나는 아직도 잘은 모르겠는데 돌아가신 아빠 말해 의하면 하나의 작은 샛강의 폭이 이백오십피트가 넘는다고 그랬어요. 샛강은 거의 흐르지 않기 때문에 호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고요. 워낙 구불거리니까 수많은 호수가 있는 셈이죠.]

  그 말 듣고 내가 느낀 건 악어들은 갇혀서 사는 것이 아니었다. 일종의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처럼 나가지 않고 자기 집에서 사는 거였다. 하기야 악어도 두 종류가 있을 것이다. 야생과 그 반대,

 [야생이 아닌 악어들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연못에서 잠시 살다가 죽는 거 아냐?]

 [오래 사는 악어는 백년도 살아요.]

 [사람하고 같네?]

 [조금 짧지만 사실은 더 짧죠. 왜냐면 죽기 전에 잡혀서 껍질 벗겨지니까.]

 [표현을 끔찍하게 하는군]

  그래서 같이가게 된 에이미의 동물농장에서 난  경이로운 광경들을 보게 되었다. 확실히 나는 도시 촌놈 이었다. 일단 희영청 뜬 달이 침엽수 위를 비추고 그 침엽수들은 다시 숲속의 어둠을 보여주었는데 그건 육안으로 구분되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웃기는 건 내가 처음 만난 게 악어가 아니라 세 마리의 돼지들 이라는 거였다.   어두워서 그랬는지 그놈들은 흉측하게도 까만색을 하고 있었는데 놈들이 나한테 다가올 때  나는 너무 놀라서 경악했었다. 그런데 에이미가 내 오른팔 소매를 잡아 당기더니 조용히 귀에다 얘기했다.

 [야. 이 이 도시 촌놈아. 애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얘들인데.]

  너 잘났다 하고 말하고 무서워서 뒤로 피하려는데 그 돼지들이 나를 따라왔다. 그 돼지들은 꼭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야, 이 바보야 우리 에이미랑 친구야, 너 왜 도망가니. 그리고 실제적으로 몇 분 뒤에 나는 그 엄청 큰 돼지들하고 흙 밭에 앉아서 놀고 있어야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게 된 건데 돼지들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나는 거의 날마다 엘에이 고기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었는데 그게 걔들한테 너무 죄책감이 느껴져서 흙만 파고 있었다.  어쨌거나 중요한건 악어였다. 나는 물어보았다.

 [근데 악어들은 어디 있는데?]

 [물속에 있지.]

 [보여준다며.]

 [나와야 보여주지.]

 [장난쳐?]

 [기다려 봐요 불러내볼 테니까.]

  삼십분은 지난 것 같다. 그녀는 어딘가 어둠속으로 사라져서는 휘파람 소리 같은걸 내고 있었는데 여전히 내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돼지들의 집에서는 나온 상태였으니까,  나는 화가 좀 났는지 crocodile이란 말을 안 쓰고 crokeshit 이라는 표현을 했다. 정확히는 이렇다.

 “Okey. Where’s your furking crorkshit?”

  에이미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엘리게이터 라니까. 나 당신 화나게 할려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엘리게이더 어디 있냐고.]

  새벽 두시 삼십분 이었다.

 [얘네 들은 깊게 잠수해. 당신 혹시 알아? 여기가 마크 트웨인이 쓴 소설 톰 소오여가 놀던 데라는 거? 여기서 이십분 정도 가면 그 유명한 동굴도 있어요.]

 [왜 갑자기 딴소리야. 그럼 악어들 톰 소오여 손자가 데려갔나?]

 [애기했잖아요. 여기 내가 기르는 악어들 오십 마리가 있다고요. 다 잠자나 봐요.]

 [근데 나 왜 오자고 했어?]

 [궁금해 했잖아요.]

  가끔 내가 표현하는 형식대로 빡이 돌 거 같았다. 한마디 했다.

 [그러니까 그 말하는 악어 불러내라고. 아니 걔도 필요 없고 그냥 일반 악어라도 좀 보자고. 우리 그거 보려고 온거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그러더니 그녀는 휘파람을 불었다. 아까의 그 어둠속에서 울리던 소리였다. 달빛에 그녀의 오른손 두 손가락이 입속으로 들어간 걸 정확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바로 밑에 있던 넓적한 바위위에 앉았더니 그녀는 내 옆의 바닥에 그냥 펄썩 앉았다.  좀 웃겨서 내가 물었다.

 [당신 나 희롱한 거지.]

  에이미가 내손을 끌고 간곳은 미시시피 강의 상류 쪽 이라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좌우간 어딘가 강 이었다. 악어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바다식품들이 잡히는 곳이라고 난 알고 있었다. 강이면서도 바다 식물들이 사는 곳, 그녀는 더 기다리다 악어가 안 나오자 내손을 잡아끌고 걷기 시작했다.

 [악어가 말을 한다는 게 말이 돼?]

  하고 에이미가 중얼 거렸을 때, 나는 정말이지 황당했다.

 [그건 당신이 전화에다 대고 한 말이잖아. 킬킬거리며 웃기도하고 그런다며,,,]

  희롱 당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열 받았지만 그녀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놓쳤다간 미시시피의 끝없는 어둠속에 혼자 고립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달빛에 비추어진 그녀의 옆얼굴에서 평범하지 않은 어떤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어떤 숲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수상하게 생긴 나무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달빛도 그 나무들의 뒤에 갇혀 숨어 들어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미스터 쟌슨이 관리하고 있는 악어농장이야. 이백 마리도 넘는다고 알고 있어.]

 [그런데?]

 [난 그놈들을 전부 죽이고 싶어. 내 농장에 있는 놈들까지도 모두.]

 [이유는?]

 [그놈들을 사랑하거든.]

  나는 좀 잔인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미스터 쟌슨하고 계약 문제가 있구나?]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는 않았다. 다시 내손을 붙들고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녀는 이런 야밤에 이곳을 많이도 돌아다닌 모양이었다. 발바닥이 닿는 부분까지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는 잘도 걸었고 잔가지 하나 마주치는 적이 없었다. 주위는 너무나 조용해서 지구 도는 소리가 왜 안 들리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밤에 이런 곳을 혼자 돌아다니는 여자라,,,  십 야드 전방에서 모기 한마리가 날개 짓을 한다면 곧바로 들켜버릴 그런 상황이었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고 내 앞에는 앉기 편한 나무 등걸이 있었다. 그녀는 이런 장소들을 훤히 알고 있는듯했다. 나는 그곳에 앉았고 그녀는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았다. 나무 등걸의 생김새 때문에 그런 자세는 피할 수 없는 거였다.

 [쟌슨하고의 계약문제는 그렇다 치고,,말하는 악어는 뭐야?]

 [밤 열두시 경 이었는데 잠이 안와서 농장으로 걸어 나갔었죠. 내가 피아초 라고 부르는 악어가 있는데,,, 수놈이에요. 마당에 올라와 있더라고요. 주둥이를 쓰다듬어주는데 윗입술이 올라가요. 정말로 그렇게 되니까 웃는 얼굴이더라고요. 이빨을 드러내면서요.]

 '악어가 웃는다,,.'

  곰곰 생각해 보았더니 일단 포유류들은 이빨을 드러내면 어느 정도는 웃는 모습으로 정의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말한다는 거는 또 뭐야?]

 [나도 확실치는 않은데 그때 누군가 말을 했어요. 나는 팔려가고 싶지 않아. 내 껍데기가 대가리 시원치 않은 년 놈들 발 꼬랑내 맡게 되는 것도 싫고, 내 고기가 프랑스의 어느 식당에서 골 빈년 앉혀놓고 지껄여대는 잡놈의 소개를 받으며 접시에 얹혀지는 것도 싫어.]

 [심각하군.]

 [환상 아니에요. 정말로 들었다고요.]

 [그런데 아까 휘파람 불었을때 그놈은 왜 안 나왔지?]

 [아마도 암놈들이랑 사랑을 나누고 있었겠죠.]

  너무 어두워서 에이미의 눈만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눈은 흰색이었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유쾌한 기분도 아니었다.  실루엣만으로는 무슨 종류인지 알수없는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숲속을 나는 그녀의 손에 이끌리어 걸어가고 있었다.

 [미시시피 강은 사람의 내장과 같아요. 심하게 꼬불거리죠. 당신 처음 나한테 나타났을 때 나는 이런 것들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다음날 바로 사라지데요.]

 [나 바빴거든.]

 [쿤타킨테라는 영화 보셨어요? 내 할아버지 얘기에요. 그리고 지금 이십 일 세기 인데요. 나는 미스터 존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녀는 아마도 대화 상대가 너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나는 상상해 보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그녀의 농장이나 별 다를 바가 없이 보이는 샛강에 연결 되어진 농장 이었다. 규모는 커 보이는데 어두워서 잘 알 수는 없었다. 수를 짐작 할 수 없는 소들이 잠을 자고 있었고 아마도 돼지들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 있는 동물들을 다 죽이고 싶다고?]

 [동물이 아니고 악어,,그래야 내가 달마다 갚는 오천 불에서 해방될 수 있거든요.]

 [오천 불? 그건 엘에이에서 한 가족 생활빈데,,,]

 [그러니까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요.]

 [좀 자세히 알고 싶은데.]

 [설명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요.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어쨌거나,,, 난 그 말하는 악어만 없었으면 좋겠어. 걔를 좀 어떻게든지 해줘요. 그놈만 없었으면 벌써 다 죽였을 텐데,,,그놈이 자꾸,,,]  

 [그런데 왜 하필 나야?]

 [운명 이라는 게 있어요. 당신 처음 내 가게에 나타났을 때 난 알수 있었어요. 이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요. 사실 외국인들도 그렇게까지 모기에 물리진 않아요. 사실은 내가 흥분제를 뿌렸거든요.]   

  기가 막혔지만 모른척하고 물었다.

 [그럼 내가 킬러로 적당해 보였다 이거야?]

 [당신 남자잖아요.]

 [남자는 다 킬러야?]

 [내가 할 수 없으니까 도움 요청 한 거라고요.]

 [왜 하필 나였냐고.]

 [외국인 일 년에 한번 올까말까 하는데,,한참 그 생각하고 있는데 나타난 게 당신 이었다고요. 어쨌든 당신 아메리칸은 아니자나요. 그게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예상 했던 데로 실제 일은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리고,,,당신은  느낌이 좋았어요. 좋은 사람 같았어요.]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다르게 말했다.

 [십년을 내다보면 예언자 하는 게 낫겠다.]

 [아니.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건 하나도 없어요. 그대로 지속되어왔지. 나 예언한 거 없어요. 나무는 자라요. 하지만 자라는 거 본적 있어요? 그런 식이죠.]

  나무만 자라냐, 도시도 자란다, 거름살 돈이 없어서 미치겠다 하고 속으로만 말했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에이미의 흰 눈자위만 번득였다.

 [더 솔직해지자. 난 당신의 눈만 보여. 그 외엔 전부 어둠이야. 그게 인생 아냐? 빛 찾아가는 재미로 사는 거고. 쟌슨의 농장이구 당신이 말하는 악어고 뭐고 다 싫으니까,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진실이 어둠속에 있다면 믿을 거에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어둠속을 걸었다.

 [악어를 죽이겠다고 내가 말했죠? 그럼 어떻게 죽이죠?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칼이나 총을 사용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특히나 총은 많은 증거를 남기죠. 그럼 남는 건 독약인데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독약보다 더 중요한건 마음이에요. 얘들을 죽여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된다는 거죠.]

 [마음으로 죽였으면 벌써 죽인거야.]

 [시에서 가끔 나와요. 마리당 세금을 부과하는데 물론 큰돈은 아니죠. 몇 십 센트나 일이 불 정도니까,,,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쟌슨은,,,잘 모르겠는데 몇 천 마리,,아니 몇 만 마리인지도 모르죠. 그걸 계산하려니까 문제가 생겼나 봐요. 저 같은 사람한테 나눠주게 된 것이 그런 이유에요. 물론 우리 아버지하고의 약속도 있었겠지만,,]

  대체적으로 진실은 단순한데 있다. 나는 그녀의 복잡한 이야기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이끄는 대로 나는 그냥 따라갔을 뿐인데 어둠속에 나무로 지어진 듯한 건물이 하나 나오고 우리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따뜻한 물이 안 나오거든.]

 [상관없어 나 잘래. 대체 몇 시간을 걸은 거야.]

  불이 없어서 그렇지 그곳에는 넓은 침대도 있었고 따뜻한 시트도 있었다. 그녀는 돌아다니면서 곳곳에 촛불을 켰다. 나는 꿈속에서 호수를 보았다. 내장처럼 꼬불거리며 연결되어진 미시시피 강이 아닌 독립되어진 호수, 그곳에는 악어는 없었고 나와 제이가 벌거벗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밤인데도 많이더웠다. 에이미는 반쯤 잠들어 있는 내 바지를 벗기고 윗도리를 벗기고 속옷만 남겨 두었지만 그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엘에이 생활이 힘들어서 였는지 나는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깨어났을 때,  우리는 근 한 시간가량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이미는 말없이 커피를 타서 내 앞에 갖다놓고 또 분주히 돌아다녔는데 끝내 내가 기대하고 있던 오믈렛은 나타나지 않았다.  새벽의 밀림을 알수있는 도시 사람은 아마도 많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의 세계이기 때문에 설명 할 수는 없고 그저, 그 공기가 내 폐 속에서 분해되고 있을 때 나는 내가 지상세계가 아닌 어느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내가 깨어났을 때는 많은 새들이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아침을 알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베이컨 프라이를 그녀는 나에게 내밀었다. 냉장고가 없었던 거 같은데,,,그럼 자가발전인가?

 [어디서 잔거야?]

 [당신 옆에서. 침대 하나잖아.]

 [밤새 고양이가 울었던 거 같던데,,,]

 [어미 찾아 갔어요.]

 [그 끼륵 끼륵 하던 이상한 소리는 뭐야?]

 [악어들이 내는 소리에요.]

 [제이가 엄청 오해를 하겠네, 둘이 사라졌으니,,,]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뭐 하는 거야 도데체, 씨팔”

  그다운 말투가 들려왔다.

 “나도 모르겠다. 여긴 톰 소오여가 살던 통나무집이구, 곧 악어사냥을 해야 될거 같다.”

 “미친 소리 하지말구 나 데리러와. 그리고 톰 소오여는 페인트칠 해야 되는 하우스에 살았었어. 나도 그리 가야지.”

 “좌우간 걔가 와서 놀던 곳이래. 어차피 나도 이해 못하는 상황인데 뭘 따지냐. 근데 차 키가 나한테 없다. 어쩌냐.”

 “야 이 인간아, 지금 장난쳐? “

 “임마 내가 지금 지금 장난치는 거로 보이니?  나 지금 반은 납치된거야.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른다고. 여기가 톰 소오여가 지 여자 친구 데리고 가끔 오던데 라는 거 밖에 몰라. 물론 이것도 에이미가 한 말이니까 신빙성은 떨어지지만,,,말하는 악어 어쩌고 하는 여자 얘기를 내가 어떻게 해석해야 되니? "

 “미치겠네. 나 좌우간 나가야되니까 에이미한테 백마일로 달려서 이리 오라구해. 아니면 둘다 가만 안둔다.”

  전화를 끊고 에이미한테 상황을 설명하자 그녀는 들고온 가방에서 한뼘정도 높이의 흰색 약병을 꺼내놓았다.

 [이게 뭐야?]

 [potassium cyanide.]

 [발음도 어렵네 근데 뭐냐고?]

 [일종의 독약.]

 [그런데? ]

 [농장에다가 풀 거에요.]

 [이유는.]

  그 제서야 이게 농담이 아니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어들을 천천히 다 죽일 거거든요. 우린 여기서 자고 간 흔적을 남기면 안돼요.]

  그녀는 팬티만 걸치고 있는 나에게 옷을 던져주고 비키라고 하더니 침대에 떨어진 머리카락까지 세심하게 주워서 비닐봉지에 담았다.

 [쟌슨은 여기에 한 달에 한번정도 오는데, 위키라는 사내가 있어. 여기 살거든요. 그 사람이 지금 뉴저지에 가 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실 거 같다 그러더군요. 초등학교도 못 다녀서 전혀 문맹인데 코 하나는 진짜 발달해서 못 맞추는 게 없어요. 무서운 사람이에요.]

 [커피나 한잔 더 줘.]

  제이한테 전화를 해서 안 되는 발음으로 포테시움 싸이나이드 라고 했더니 그는 청산가리라고 말했다.

 [좌우간 빨리와라 응? 나돌겠다. 혼자서 이게 뭐냐고 이 텅 빈 집에서. 무슨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에이미는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에, 아니 강줄기에 그 약을 털어 넣었는데 양이 걱정될 정도로 많았다.

 [근데 우린 왜 걸어온 거지? 지금 보니까 차 끌고 와도 되는데 였 네.]

  하고 내가 물었더니 에이미는 대답했다.

 [페이브먼트가 안되어 있어서 바퀴자국이 남잖아.]

 [말 되네, 그러나 저러나,,, 저러면 악어들 다 죽는 거야?]

 [사실 안해 봐서 몰라요.]

  황당했지만 그냥 입 다물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이십 분간을 걸어 그녀의 소유인 통나무집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너무 힘이 들어 침대에 벌렁 드러눕자 그녀가 말했다.

 [여기서 쟌슨이 항상 나를 덮쳤어. 나는 남편도 있는 상황이었고, 남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너무 웃기지 않아?]

 [지금 이 침대에서?]

   나는 침대를 오른손 중지로 콕콕 눌렀다.

 [근데 내가 보기엔 당신은 그렇게 매력적 이지도 않은데 왜 쟌슨은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쿠션중에 좀 작은 것들이 얼굴로 날아왔다.

 [야 그런다고 사람을 패냐?]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싸우다가 포개져서 침대에 눕게 되었다. 에이미는 몸이 좀 달아있었던 모양이다. 이건 아니지,,,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다 다를까,

 [나 좀 사랑해주면 안 돼?]

  라는 말이 나왔다.

  아주 잔인하게 나는 말했다.

 [안 돼.]

 

  집에 도착했을 때가 아침 열시 경 이었다.

 “근데 형 진짜로 악어가 웃어?"

 “응 말도 하더라.”

 “뭐라고?”

 “제이 자식 못됐으니까 상종하지 말래,”

 “지금 농담 분위기야?”

 “생각해봐. 나 소주 한병 들고 갔지? 에이미랑 나랑 반씩 마셨어. 그런데 악어들이 이를 갈더라고, 흉내도 못 내겠는데,,,대충 이런 소리야,

 [나 팔지 마세요,,무서워요,,, 내가 취했다고? 소주 반병 마시고? ]

  속으로 킬킬 웃으면서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쿠션이 날아왔다.

 “알았어 그만할게. 나 어제 하루 종일 베개에 맞았거든…좀 그만하자..”

 “그 외엔 줘 팰게 없잖아, 주먹으로 팰 수도 없구. 뭐야, 혼자 그렇게 잘 놀다 오고 나서 한다는 소리가. 미친 소리야? 그게 웃겨? ”

 “놀다와? 나 지구 끝에 갔다 온 기분이야. ”

 "그래 지구 끝에는 뭐가 있었는데?"

 "인간과 자연, 아니 인간과 악어와의 문명 싸움."

 “더 있다가는 정신병자 하나 또 만들겠네. 삼일 후에 비행기 타기 전까지 이집에서 꼼짝 말고 있어."

 “우리가 뭐 해결사로 여기온건 아닌데,,, 어쨌든 이백 마리의 악어는 모두 죽이고 가야되는 거 같아,,.”

 “지금 장난쳐?”

 “잘은 모르겠는데 보험 문제인 것 같아.”

  그때서야 그는 얼굴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왜 불쌍한 악어들을 다 죽여?”

 “불쌍한 악어가 아니고 상품이야.”

  제이는 어이가 없는지 왼손으로 이마를 한번 문지르고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좋은데, 우리가 왜 이 일에 끼어들어야 하지?”

 “니가 그날 병만 안 깼어도, 우리는 그냥 모텔 가서 자고 마이애미로 날랐겠지. 니 피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나 왕창 모기에 물려가지고, 에이미네 집에 간 거잖아.”

 “그건 다 알겠는데 왜 우리가 이일에 끼어들어야 되냐고.”

 “내 추측인데, 외부인이 필요한 거 같아.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없이 그냥 다음날이면 사라져 버릴 수 있는,,,어디서 온지도 모르고,,,”

 “골 때린다. 어쨌든 악어랑 대화나 몇 마디 해보면 좋겠다.” 

 “몰랐는데, 한 마리당 천이백 불 정도로 쟌슨한테 바쳐야 되고 그거 팔아야 백 불도 안 나온다더라고, 게다가 말하는 악어 자식이 문젠데,,, 삼년을 넘게 그 호수에 산데, 잡히지도 않고. 밤마다 에이미한테 나타나, 나 팔지 마세요 하고 얘기한댄다. 그래서 다른 놈들도 못 죽이고,,,”

 “아주 괴기 영화를 찍어요.”

 “난 오늘밤에 그 악어 놈을 보러 가기로 했다.

 “또 가?"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제이는 귀를 쫑긋 세웠다.

 "같이 가자."

 “부탁이 하나있는데.”

  나는 에이미가 준 차 키를 그에게 내밀었다.

 “밖에 안 쓰는 혼다 차하나 있는 거 알지? 시동이 걸릴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거 몰고 나가서 이 동네에도 병원이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거기 가서 의사선생 만나가지고 에이미에 관해 알아 볼수 있을 만큼 알아와.”

 “도망 가는 거 아니지?”

 “대낮에 어딜 도망가니. 숲에 가도 밤에 가야되는데. 낮에는 다른 사람 눈에 띌까봐 움직이지도 못 한 댄다. 그리고 지금 내가 없어지면 에이미한테 의심받을 거 아냐. 그러니까 니가 갔다 오라고,”

  오전 열한시경 이었는데 나는 에이미와 같이 시장엘 갔다. 그곳은 내 어린 시절의 서울 재래시장을 연상 시켰는데 대부분이 흑인인 그들은 많은 농산품들을 가지고 나와 팔고 있었다. 웃기는 건 그들이 사용하는 천막이 엘에이 스포팅 굿 같은 곳에서 파는 물건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에이미가 산 물건들을 양손에 들고 열심히 그녀를 쫒아 다녀야했다.  차에 물건들을 싣고 출발 했을 때가 한시 경 이었는데 엘에이 회사에서 전화가 한통 왔을 뿐 제이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제이는 어디 갔어요?]

  하고 에이미가 물었다.

 [혼다 키 줬어. 어딘가 구경 나갔겠지. 근데 그 차 움직이는 거 맞아?]

 [마지막 탄 게 한 두 달 된 거 같은데,,,]

  에이미는 나를 집에 내려놓고 식당엘 간다며 나갔고 두시 경에 제이가 돌아왔다.

 “형 말대로 병원은 딱 하나야. 그 안에 여러 분야가 있고 의사들은 흑인 백인 딱 두명, 그 둘이서 다해. 좌우간 백인의사 였는데 정신과도 한다 그러더라고. 그리고 에이미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어. 현재 나이가 43세고 열다섯 살 때 인가 강간을 당한 적이 있데. 낙태 비슷한 걸 했는데, 그때 이 의사가 에이미를 처음 만났었다고 하더라고. 많이 안타까워하고,,, 문제는 그 이후로 정신적 이상반응을 많이 보여서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 뭐 그러더라고.”

 “계속해봐.”

 “조사해왔으면 뭐 먹을 거라도 대접 해야 되는 거 아냐?”

  냉장고 안에 닭고기가 있던 사실 알고 있었던 나는 그걸 꺼내서 쌀과 야채를 집어넣은 말도 안 되는 스프를 끓이기 시작했다.

 “auditory hallucination. 이라는 말 알아?"

 “글쎄.” 

 “나도 이번에 배웠는데 우리말로 환청 같은 거야. 그 의사랑 점심을 먹었거든 햄버거 였지만, 이런 얘길 해주더라고, 우리가, 아니 어떤 동물이든 태어날 때 귀의 고막은 지구 도는 소리를 제로 주파수로하고 태어난데, 사실은 지구 도는 소리는 너무 커서 만약 외계인이 들어온다면 고막이 터져 버린다는 거지. 다만 우리는 거기에 맞춰져 있는 거고, 환청도 마찬가지래, 사실은 아주 많은 소리들이 있는데 우리의 귀는 들어야 할 것과 듣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한다는 거지,”

 “너무 어려우니까 에이미에 관한 얘기만 해봐.”

 “지금 그 얘길 하려는 거야. 동물들에게 인지 능력이 있다는 건 실험을 통해 다 알려진 거고 다만 말하는 능력이 없어서 사람한테 전달을 못할 뿐인데 사실은 그들과 약간의 대화 정도가 가능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데. 주로 어떤 충격에 의해서 인간한테만 발달한 대뇌의 작용이 다른 뇌로 넘어간 사람들 이라는 거지. 에이미도 그중의 하나에 속 한다 그러더라고. 어릴 때부터 에이미를 치료 했었나봐. 육십은 확실히 넘었고 칠십 다 되어 보이는 백인 의사였거든.”

 “말하는 악어 얘기도 해봤어?”

 “했어. 했는데 정신적인 문제는 자기가 얘기를 할수 있지만 정치나 경제적인 문제는 함부로 얘길 할 수가 없다 그러더라고.”

 “뭐가 정치적인 얘기라는 거야?”

 “형 그냥 우리 오늘밤에 비행기 타고 도망치자.”

 “왜?”

 “에이미는 쟌슨의 실제적인 정부야. 쟌슨의 전처도 그래서 사라진 거고.”

 “악어 얘기만 할 거면 하고 그 외엔 그만둬, 머리 아파.”

 “청산가리가 일반인이 구할 수 있는 거야?”

 “멕시코나 쿠바에 갔다왔나보지 뭐.”

 “그 의사가 전해준거야.”

  나는 정말이지 머리가 아파왔다. “그 청산가리 한 갤런 다 풀었다는 호수 어딘지 찾아갈 수 있어?”

 “몰라. 어두웠었고 난 옆에만 앉아있었어. 그리고 갤런 아니고 한통이야. ”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 악어들은 죽지 않아. 튼튼하거든. 전부 멀리 도망가 있을 거고  엄청난 양의 강물은 그 조잡한 청산가리를 다 녹여 없애 버릴 거야. 흘려 내보내던가. 강물은 반 이상의 청산가리를 치울 거야."

 "그건 니 분야가 아닐 텐데 어째 그리 잘 아냐?"

 "의사가 얘기해줬어. ppm 이라는 단위를 설명 하더라고. 일 미터 평방미터의 공간에 일 씨씨의 청산가리를 말하는 건데 에이미가 관리하는 농장의 수심하고 물 흐르는 속도를 얘기해 주면서 자기가 준 독극물의 양은 치명적 일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아참 그런데 문제는 악어가 새끼를 낳을 경우 기형이 나올수 는 있다고 그러더라."

 "그럼 왜 그런 행동을 했지?"

 "에이미가 의사한테 부탁을 했고 의사는 일단 에이미를 진정 시키려고 했겠지. 그리고 더 중요한건 만약 조사반이 나왔을 경우 증거가 필요 했을 거야. 그리고 이 동네 어느 정도 재산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 악어들이랑 관계없는 사람 없어. 그 의사는 아마도,,,"

 “그 의사가 그런 얘기까지 해주던?”

 “아니 얘기하다가 순간적으로 알게 됐어.”

 “너 천재다.”

 “아니 형이 모자란 거야. “

  그가 담배를 꼬나물었다.

 “형 우리는 여길 십년 전에 지나가지 말았어야 했어.”

 “무슨 소리야?”

 “악어들이 평균 천불 정도로 유럽 쪽으로 팔리는데 거기 이권 문제가 있어. 우리는 이 사람들 싸움하는데 멍청하게 끼어든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증인 같은 거로 말이야.”

 “에이미가 우리를 이용했다는 거야?”

 “그렇게 단순하게 밖에 말 못해?”

 “난 어려워서 모르겠다.”

 “내 생각엔 누군가 여기 악어들을 죽이려고 할 거 같아.”

 “왜?”

 “희소성 문제로 그래. 어차피 비즈니스 거든. 이런 식이지. 파리의 어느 구두 팩토리에서 악어가죽이 필요해. 그럼 평상시처럼 오더를 해야 하 거든. 근데 가죽회사에서 그러는 거야, 저기 물품이 없는데요. 그럼 그 친구는 급하니까 뉴 기니아로 연락을 해요. 걔가 입샌 로랑이든 샤넬 수석 디자이너든 난 모르겠고. 이건 사실이야.”

 "다른 팩토리에 연락하면 되지."

 "무슨 천 파는 회산 줄 알아? 악어가죽은 국제법 때문에 딱 한 회사에서만 취급하게 되어있어. 물론 법 안 통하는 남미나 아프리카는 엿장수 맘 대로지만. 상당히 복잡하게 돌아가는데 그러다보니 유럽 쪽에서는 합법적으로 움직이는 이 지역 물건만 쓰게 계약을 해 놓은 거고."

 “그래서?”

 “형 진짜 그렇게 머리 나빠?”

 “응.”

 “에이미한테도 연락이 왔는데.,, 그 친구 이렇게 얘기하지,,일단 숫자를 줄이세요. 그럼 에이미가 생각을 하지. 자기를 성폭행한 놈한테 이익을 줄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할까. 말하는 악어를 하나 만들자. 그리고 그놈을 이용하자. 그놈이 다른 악어들을 다 죽였다. 그리고 일이 잘못될 경우,,,마침 엘에이 친구도 하나 있으니까. 증인으로도 써먹고. 내말 아직도 이해 안 돼?”

 "너 추리소설 너무 읽은 거 아니니?"

 "진짜 돌대가리네."

 “그래 나 머리 나쁜데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말하는 악어는 없는 거야?”

 “있다고 치자고. 서커스단에라도 팔아먹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어차피 헛소린데.  악어가 말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해,,,무슨 소리냐면,,,그러니까,,, 그게 우리말로 들릴 수도 있다는 거지,,,특히 병자한테는. 특히 수놈은 발정기에 괴상한 소리를 지르는데 그게 듣기에 따라서는 사람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

 “나 좀 바보 된 느낌인데.,,,”

 “샤넬이 천불대 여성구두 시장을 다 먹었어. 작년이야.”

 “하지만 나는 그날 악어가 얘기하는 거들었어. 제발 나 잡아다가 껍질 베끼지 말라고.”

 “쓸데없이 감성적인거만 공부한 사람들이 이게 문제야.”

 “나 그런 공부 한적 없는데.”

 “에이미 불러. 제대로 물어봐봐.”

  

  에이미는 그날 밤에 여덟시 경 돌아왔다.  제이에게서 들은 얘기를 해줬더니 그녀는 대답 한마디 하지 않고 나를 끌고 다시 그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갔는데 그녀는 가면서 나에게 약초 같은걸 내밀었다. 

  제이는 같이 가기 싫다고 했다. 그는 호기심은 많으면서도 일단 비이성적인 것은 모두 부정하는 부류였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이번 탐험 역시 궁금하면서도 철저하게 빠지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싶었던 걸까? 이런 망할,,,

  나는 마약은 절대 안한다고 얘길 했었고 그녀도 그걸 알고 있었는데 일종의 담배라고 얘길 했다. 숲속을 걸으면서 에이미의 손이 여체의 한부분이 되어버린 건 아마도 그 담배 때문일 것이다, 라고 나는 추측했는데 아무튼 느낌이 평범하지는 않았다. 대마초처럼 피우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담배처럼 몇 모금 피우다가 다만 향기가 좋다고 느끼면서 걸었을 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천천히 뛰기 시작했는데 새카만 어둠속 에서도 발밑의 물체들을 보이는 게 아닌, 그냥 어떤 느낌으로 알 수가 있었고 따라서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우리의 뛰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그 말하는 악어, 내가 보름 전엔가 꿈속에서 잠깐 보았던 그 악어를  보고 싶어졌다. 왜 그렇게 절실했나는 모르겠다. 도착했을 땐 다시 휘영청 달이 떠있었고 에이미는 이런 말을 했다.

 [비너스가. 아주 조금 옆으로 기울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요? 이 지역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심각하게 힘들어져요. 악어도 아마 그 때문인 거 같아요. 오년에 한번정돈데.,,,당신이 다녀가고 나서 두 번 째거든요.]

 [이해를 못하겠는데.]

  우리는 그때 묘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에이미가 내 무릎위에 앉아 있었는데 내 몸이 이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정상은 아니었다.  전에 앉아있었던 그 나무 등걸 이었다.

 [벌써 내가 두 번째 온 거네?]

  에이미는 다시 휘파람 비슷한 걸 불었다. 두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서,

  오 분 정도 지난 후에 꼬리까지 십 피트가 넘어 보이는 악어가 한 마리 아주 힘들어 보이는 몸짓으로 걸어왔고 마치 조금 길쭉한 검은색 승용차가 물속에서 물안개를 가르며 천천히 굴러 나오는듯한 느낌이었다. 우리가 있는 곳까지 다다르는데 반 시간은 걸린 것 같았다.그 악어는 이렇게 말했다.

 [don't believe.,,,]

  너무 몸집이 커서 안돼 보이던 그 악어는 그렇게 얘기하더니 잠시 에이미옆에 앉아 있다가 다시 꼬리를 힘겹게 움직이며 호수로 돌아갔다. 그게 호수인지 뭔지 나에겐 보이지도 않았지만,,,그때 내 무릎위에는 에이미가 앉아있었고 짙은 안개가 호수 주위를 덮고 있었다.

   나는 그때 그 이상한 담배를 다시 피우고 있었다. 에이미가 만들어 준 비틀어진 볼펜처럼 생긴 그 환영, 구불거리는 동물의 내장 같은 미시시피 강을 닮은, 아니 바로 그 강의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심하게 감성적이라는 제이의 말을 내가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날 내 눈에 보인 것들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우리 둘이서 피워 올리는 내장이 타는 연기가 허공으로 올라갔다가 천천히 내려오면서 호수의 안개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무들은 안개 사이로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고 안 보이는 호수는 나를 부르며 안개에 실린 달빛을 어디에 놓을까 물어보고 있었다. 

  어쨌든 그날 밤은 그렇게 끝났다. 스케쥴상으로 보면 또 톰 소오여의 오두막집에서 자야 되는 거 였는데 그게 무서워져서 이번에는 내가 에이미의 손을 끌고 온 길을 돌아 나왔으니까,  

 

  그리고 아침 일찍 우리는 엘에이로 도망쳤다.

  비행기야 돈 몇 푼 더 주면 시간조정 할 수 있는 거니까,

  말하는 악어를 본 사람이 과연 또 있을까 하고 말했더니 제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too Pathetic"

 “내가 그렇다고?”

 “응 그래서 그런 게 보이는 거야.”

 “넌 집에 있었고,,, 그럼 나만 본건데,,, 같이 갔어야지, 악어가 진짜 말을 하더라.”

 “그러니까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진짠데,,, 좀 우리가 모르는 게 있다는 거 인정 못하겠니?”

 "나는 비논리는 인정 안 해."

  어떻게 다른 할 말도 없었고 해서 그냥 입 다물었다.

  비행기에 타고 있다 보니까 공항에 남겨두고 온 에이미가 걱정 되었는데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 아마도 악어들에게는 뭔가 일이 생길 것이다. ppm 개념을 잠시 생각해보고 계산해 보았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내 바람일 뿐이지 현실적이진 않다. 만약 조사가 진행된다면 그 유력한 용의자는 우리가 되겠지, 그리고 아마도 에이미는 끝내 내가 어디서 온 사람인지 모른다고 우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씁쓰레 했다.

  여행은 끝났다. 좀 이상한 여행이기도 하고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끝이 났다. 비밀스럽게,

  나는 미시시피 강의 아름다움을 내 기억속의 한 페이지에 남겨둘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방문 때와는 다른 좀 더 강렬한 이미지로,  내년에 다시 올 것이다. 제이 놈한테 비밀로 하고. 그 악어도 다시 만날 것이다. 그 조그만 비행기에 오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바로 전, 에이미가 핸드폰 에다 대고 얘기했었다.

 [당신이 본건 모두 현실이야. 부정하려 들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