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개

  “전기장판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면 꼭 후라이팬 위에 누워 지글거리며 익고 있는 꽁치를 보는 거 같아.“  
  라고 와이프는 얘기했다. 꼭 반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성호는 당시 와이프가 했던 말 들을 거의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전기장판 만드는 회사에서 들으면 회사기밀 유출이라는 이유로 아내를 괴롭히게 될 것 같다.’  라고 성호는 생각했다. 
 “옆집 남자가 꽁치 같애.”
 "그렇게 들리네.“
  성호는 집에 늦게 들어왔다가 아침에 빨리 나가긴 하지만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옆에 집 남자 얘기하는 거야.”
 “무슨 얘기야?”
 “우리나라 문화가 온돌방에 관련 있다고 들었어. 그게 현대로 돌아와서 전기장판이 된 거 같아. 이런 거지 뭐. 방의 공기가 따뜻하면 사람이 바닥에 누워있을 필요가 없는 거고. 바닥이 따뜻하면 거기 눌러 붙어 있어야하는 거거든.”
 “그런데?”
 “그 남자는 허리위쪽이 아닌 그 밑이 따뜻하기 때문에 마냥 바닥에 눌러 붙어 있다는 얘기야.”
 “어떤 차이가 있는 건데?”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과 따뜻한 바닥에서 일어나는 것과는 너무 다른 시간의 차이가 난다는 거지. 내가 생각하기엔 한 두 시간 이상일거야. 그게 선진국과 미개국을 만든 차이점 일 거구.”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미개국 이라는 거야?”
 “당연하지. 그 온돌방 때문에 그래. “
 “우리나라 미개국 아닌데, 되게 부지런 하고,,,"
 "정신적으로,,,"
  아내는 그가 좋아하는 비빔국수를 두개의 그릇에 담아 들고 오더니 당연히 허리위쪽과 같은 높이의 식탁에 올려놓고 쇠 젓가락을 마치 무기처럼 자기 얼굴에 엑스자로 대고 말을 끝마쳤다.
 “난 저질이 내 옆에 산다는 게 싫어.”
 “지금 옆집 박형 얘기하는 거 같은데. 나쁜 사람 아냐. 컴플렉스가 심한 것 같더라. 남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리고 애인이라니. 부부사이 아냐?”
 “어쨌거나 난 당신 얘기 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나 전기장판 안 쓰잖아.”
 “비슷하게 가고 있어.”
 “나 전기장판 안 좋아해.”
 “응. 엄마 알지? 무당 할 뻔 했다가 할아버지한테 디지게 맞아서 못한 거. 그 피가 나한테도 있거든. 내 눈엔 보이거든,”
“그러니까 옆집 박형의 전기장판이 열 받는 게 아니고, 그걸 보면 내 미래가 보이니까 열 받는다. 뭐 그런 거야?”
  성호는 웃었다. 두 살 어린 아내, 십년을 같이 살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이제는 말이 필요 없이 그저 눈짓 하나면 무슨 뜻인지 알아보는 사이다. 다시 물어보았다.
 "그나저나 무슨 일 있었구나.“
 “응. 열시 경 이었는데. 그러니까 한시 간전이네, 그 사람 소파에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해. 열 받아서 돈 받으려고 갔었거든. 지나 한 테 혹시 술 많이 먹어서 저러냐고 그랬더니 대답을 못하는 거야. 그래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누워있는 소파에 가서 툭툭 쳤어. 나야 일어나, 하고 말이지. 그런데 아주 괴로운 표정으로 좀 건들지 말아주세요, 그러더라.”
 “그래서?.”
 “그럼 내가 뭐라고 그래? 빌린 돈 빨리 갚아요 그래? 아니면 제대로 사세요 그래? 쑤는 언니 정말 죄송해요. 다 잘되게 제가 할거 에요. 라고 말하는데 남편 되는 놈은 소파에 퍼져서 누워있고. 더 웃기는 건 그 누워있는 소파에 전기장판이 깔려 있더라고. 그 좁은 소파에 어떻게 깔았는지는 모르지만 좌우간 온 집안이 전기장판 이었어.”
  그러니까 와이프는 전기장판에 화가 난 것이 아니고 그가 사용하는 전기장판에 화가 난 것 같았다. 말하자면 전기장판은 누명을 쓴 것이다. 어쨌거나 와이프가 그렇게 분노하는 이유를 그는 사실 처음엔 잘 이해를 못했었다.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는 이유를 알 수가 있었고 그때는 그도 제어 할 수 없는 세계에 이미 빠져버린 후였다. 그때 즈음해서 옆집 남자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어서 성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십 사 시간이 이렇게 긴 건줄 몰랐어. 시계를 뜯어서 마구 돌려 버리고 싶어."
  그리고 일주일 인가 후에 카지노에서 그는 또 이렇게 얘기했다.
 "이십 사 시간이 왜 이렇게 짧은 거야. 시계를 뜯어서 뒤로 확 돌려 버리고 싶어." 
 

  어쨌든 성호는 말했다.
 “너 진짜 인정머리 없다. 아픈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야?”
 “어쨌든 온돌방 문화 인간들은 안 돼. 일단 게을러. 어떻게 인간이 포커 판에 앉아 있을 수가 있냐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지루해서라도 그렇게 못해.”   
  그러면서 그녀는 부엌으로 갔는데 그때까지도 그는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 가 없었다. 도박에 관한 비난 외에 뭔가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쟁반에 와인 잔을 두개 얹어서 포도주 한 병을 가지고 다시 나타났다.
 “자기야 화났어?”
 “아니 화가 나려면 화가 나게 하는 신경에 어떤 자극을 줘야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화가 나려면 이유가,,,” 
  “정확히 얘기해 줄께. 당신하고 그 사람 친구처럼 지내는 거 아는데 그래서 더 얘기 못했는데, 그 사람 도박 중독자야. 저렇게 아프게 된 이유도 두달인가 집에도 안 오고 도박장에만 있어서 그렇게 된 거고,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리 만나기 바로 직전에 두달 간 인가 집에서 쫏겨나서 카지노 파킹랏에서 잠을 잤었데. 낮에는 도박장 안에서 기웃 거리다가 돈 딴 한국사람 보이면 가서 사장님 잘 되세요.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하면서 어깨 주물러주고 그러면 맘 좋은 사람은 오불짜리 칩 같은거 던져주기도 하고 그러면 그걸로 또 노름하고 하루에 햄버거 하나도 겨우 먹었다고 그랬데. 그때 이미 몸은 다 망가져 버렸을거라고 얘기하더라.”
 "그때쯤 이면 겨울이었네,,, 그나저나 쑤가 그런 이야길 다해?"
 "어제, 처음으로 화를 막 냈더니 이야길 다 하더라구. 그리고나서 당신 만나게 된거잖아 복도에서 담배 피우다가 친해져 가지고는 말도 안되는 딜리버리맨 이나 고용하고,,,"  
 "어쩌냐, 한사람이라도 도와야지,,,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아내에게도 못한 얘기가 있었다. 몇 달 전 이었는데 육천불 가량을 들고 은행에간 진규는 천불을 떼고 입금을 했고 그게 어카운팅 이었던 경미양에게서 성호의 귀로 들어왔다. 그 후로 진규는 더 이상 은행 심부름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경미가 두 블럭을 걸어서 직접 은행을 다녀오곤 했으니까,
  어쨌거나 황당한 이야기였다. 도박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 자신도 도박을 좋아했지만, 그 정도 까지였나,,,  성호는 그와 동갑이었고 아내하고 그 친구 아내하고는 두 살 차이가 났다. 어쩌다보니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게 됐고 그 친구의 아내에게 가게 하나를 완전히 맡겨서 운영하게 하고 진규는 택시 운전을 그만두게 하고 본사로 불러들여서 일을 시켰었는데 이게 모두 지난 몇 개월 안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포도주잔을 따라주면서 아내는 얘기했다.
 “난 진짜 놀란 게 쑤가 그동안 별 별 일을 다 했다는 거야. 우리 비지니스 와서 일하기전까지 무슨 메니큐어샾 일도 했고 심지어 밤 청소 까지 했었데. 그런데 남자는 한일이 없는 거야. 그게 너무 이상해서 다그쳤더니 ,,,쑤가 과거가 있더라고 한번 결혼한 적이 있었대. 한 달 만에 헤어졌다 그러던데, 그리고 두 번째 결혼한 게 이 남자고,,”
 “그게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말고.”
 “미국 살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보수적이야. 그런 게 관계가 있어.”   더 이상 듣고 있기가 짜증나서 성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지금 가서 박형 데리고 와.”
 “당신 왜 그래 지금이 몇 신줄 알아?”
 “그럼 내가갈까?”
  그렇게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아내가 일어섰다. 새벽 한시였다.  아무리 옆집이지만 그 시간에 문 두드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쨌든 수영은 그를 데리고 들어왔다. 달 표면처럼 외로운 엘에이에서 성호는 그를 만나 반가웠고 그래서 도와주려고 무척이나 애썼고, 일거리를 주고 우정도주고 했었던 것 같다. 그가 도박을 하든 말든 그건 그가 알바 아니지만 그를 화나게 하는 건 박진규의 도박 병을 그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는 그냥 침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성호의 입장에서는 기만이고 거짓이고 침묵의 거짓말이었다. 그는 가끔씩 성호에게 몇 백 불을 빌려가는 적이 있었다. 아무리 하루에 천이나 만 단위의 돈을 돌린다 해도 몇 백 불은 역시 큰 돈 이었지만 그는 빌려 가면 그뿐 갚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럴 때 마다 성호는 그의 얼굴이 숨어버리는 미안한 모습의 달러들을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내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남자들끼리의 비밀 정도는 지켜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가 말을 극도로 아낀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을 정면으로 쳐다보는 적이 없었다. 먼저 질문하는 적도 없었고 지하실에서 울리는 목소리처럼 그렁 거리면서 평범한 단어를 몇 개 나열할 뿐이었다. 그리고 성호는 바쁘다 보니 그와 대화할 시간이 많이 없었었다.  좌우간 할 껀 다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내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그를 보면서 성호는 오장육부중의 한군데가 뒤틀리면서 분노인지 서글픔인지 모를 아주 이상한 감정이 엄지 발가락 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도박 재밌냐?”
  그는 소파의 한 귀퉁이에 주저앉아 마치 거북이처럼 목을 길게 늘어뜨린 자세로 잠시 아무대답 없이 그냥 있었다.
 “카드놀이 재미있냐구,”
  그는 머리를 소파 뒤로 얹었다. 마치 뒤집어져버린 거북이처럼, 성호는 그런 그를 보면서 뭉크의 그림을 보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아니면 너바나의 음악을 듣는 느낌, 아니면 회색 빛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찬 숲속을 걷는 느낌, 차에 치어 죽은지 일주일 지난 고양이 시체를 보게 된 그런 느낌,
 “재미라는 말은 모르고 거기서 카드 들여다보고 있으면 편안해져.”
  성호는 아내를 방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그녀가 거부하자 진규를 데리고 베란다로 나갔다. 담배가 베란다로 가야하는 이유가 되었다. 
 
“편안해 진다,,,나 솔직히 화가 좀 났어. 왜 기집애들 한테 까지 얕잡아 보여?”
 “내가 너한테 빌려간 게 오천 불 가까이 됐어. 집에 들어와 누우면 그 생각만 나 그런데 나는 그걸 갚아줄 능력이 카드 밖에 없어.”
 
“내가 언제 갚으라고 한 적 있어?”
 
“그게 더 무서운 거야.”
 
그 말이 가슴에 서리게 다가왔다.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그래서 이번엔 좀 땄냐?”
 “술은 악마가 보냈데, 그럼 도박은 천사가 보낸 거 아닐까?"
 
“땄다는 얘기야?”
 
“아니. 내가 편안하다고.”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말을 돌려서 한다. 거짓말 하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 때문이겠지만 그들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성호도 해 봤던 거다. 거짓말이 없이는 도박한 행위에서 자유로워 질수가 없다. 고로 도박은 거짓말과 같이 존재해야먄 하는 묘한 놀이이다.
 "니 전기장판까지 씹히고 있다. 설명 듣고 싶진 않으니까 술이나 한잔 하고 가서 푹 자고 내일 얘기하자."
  성호는 주방으로 가서 소주 두병을 가지고 왔다.
 
그걸 다 마시고 나니까 진규의 혈색이 많이 좋아져 있었다. 새벽 두시였다. 술 탓이었는지 성호도 기분이 많이 좋아져 있었다. 아내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 후였다. 진규는 오래간만에 많은 단어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그는 미국생활 이십년이 넘는 동안 친구가 없었다. 성호가 처음인 것 같았다.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얘기 잘 하면서, 그렇게 하면 돼,”
 
라면서 성호가 웃었을 때, 사실 별로 진하지도 않았던 알콜 냄새 사이로 날아온 한 마디 말, 
 “주머니에 얼마 있냐?” 생각 없이 성호는 대답했었다. 
 
“천불정도.”
 
우연은 없는 것 같다. 사실은 필연도 없다. 서로가 어떤 필요불가결의 원칙에 의하여 서로를 이용하는 것 일뿐, 그리고 결론이 내려졌을 때 서로 모르는척하는 예의 정도.

  반년 정도의 시간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건 오차 방정식일지도 모르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건방진 추측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호는 그 날 이후로 육개월간 바뀌어 버렸다.
 “카드 빼놓고 따라 나와 보여줄게.”
  그날 성호가 그를 따 라 나간 건 실수였다. 하지만 미래의 일들은 신들이 정하는 거니까 그로서는 알 수 없는 세상이었고, 많이 잊혀져 있었던 향수가 다시 성호를 찾아와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그날 그들은 성호의 돈 오백 불 을 밑천 삼아서 오천 불 을 땄다. 진규는 삼백불만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고 나머지는 전부 성호에게 주었다. 커머스 카지노였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을 때였다. 다섯 시간이 마치 몇 분처럼 흘러갔다.
 
성호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일 년에 한번 라스베가스로 간다. 일 때문인데 쇼가 끝나고 나면 저녁 여섯시 정도가 되고 저녁을 먹고 나서 동행했던 직원, 대체적으로 남자고 이십대 후반일 경우가 많다. 오백 불 정도의 돈을 나눠가지고 슬럿 머쉰을 하는데 대개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한번은 이천 불 정도를 땄었지만 결국 룰렛에다 죄 집어넣고 나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즐거웠고 열두시 전에 방으로 돌아와 자고 다음날 스케쥴에 지장 없이 움직이고는 했다.  이런 경험은 그에게는 처음이었다. 백 불짜리 지폐 오십 장이 그의 청바지 오른쪽 주머니에서 그를 뻐근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기억은 항상 이상한데서 출발한다. 아내의 이상한 행동, 마치 바람이나 피우고 돌아온 여자처럼 전에 없이 친절하다거나 별 이유 없어 보이는데 부선을 떤다거나 하는 행동, 또 있다.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깨끗해져서, 마치 걸려있는 타월이 다리미로 다려진 것처럼 보여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기억, 그런 이상한 기억들, 대충 십년은 된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런 행동을 하다가 한국에 가서 길게는 한 달 정도 머물고 돌아오는 그녀의 생김새가 달라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가 아내의 얼굴에 너무 관심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십 년전에 그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주위에서 난리법석을 떠는 바람에 한 것뿐 이니까. 그리고 둘 사이에는 애가 생기지 않았다. 별로 관심이 없는 부분이어서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성호는 그게 아내의 너무나 마른 몸매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 만약에 ‘목숨 걸고 하는 다이어트’ 라는 모임이 있다면 그녀는 거기 회장감 이었으니까. 그는 병원에 가서 검진 같은걸 받아보지도 않았다. 느낌이지만 여자를 임신 시킬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엘에이에서 심심풀이로 받아보는 한국 신문에는 항상 그런 여자들이 실려 있었다. 깡 마르고 눈은 좀 덜 된 보름달처럼 뜨고있는 여자들, 그건 동양여자의 눈은 아니다. 백인이나 흑인 여자들의 눈은 안으로 들어가 있기때문에 어쩔수 없이 동그랗게 되야 하지만 동양인의 경우는 안구가 밖으로 나와있어 안구를 보호하려면 살이 눈동자를 많이 덮어야 한다. 그래서 실눈 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동양인 여자의 매력 인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매쓰미디어 에서는 코메디언이 아니라면 그런 매력적인 눈을 가진 여자들이 사라져 버렸다.
  밀가루 반죽을 공에다 입힌다고 하자. 거기다 좀 잡아 빼서 코를 만든다고 치고 위에다가 금을 좀 긋고 두 눈을 만든다고 치고 또 그 밑에다가 루즈를 좀 반죽해서 구멍을 하나 만든다고 치자. 그 정도로 똑같이 생긴 애들을 성호는 정말 본적이 없다. 도저히 구분이 안가는 얼굴들이 티브이나 신문을 항상 장식하고 있다. 그는 와이프 얼굴 외 에는 아무도 구분할 수가 없었는데 그나마도 와이프는 항상 마주치니까 구분이 가는거고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과 똑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인형 이었다.
  동양 여자의 얼굴에 대해서 사실 자세히 연구해 본적이 없다. 관심도 없고, 그런데 와이프의 이상한 슬픔을 보고 난 후로 관심을 갖게 된 것뿐이다.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그 프로그램을 보고난 후 느낌을 말했을 때였다.
 “눈이 더 컸으면 좋겠어, 쌍커풀도 이상해. 코도 더 높으면 좋겠고. 턱도 마음에 안 들고.”
 “결국 다 똑같아 지겠다는 얘기자나.”
 “그게 이상해?”
 “많이 이상해. 예뻐지고 싶은 이유는?”
 “본능.”
 “흠. 이상하네. 진짜 이상해.”
 “그럼 도박도 그런 건가?”
 "갑자기 그건 무슨 애기야?"
 "당신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아니 그건 아냐,”
 “말 돌리지 마라.”
 "지금 성형수술 애기 하고 있었잖아."
 "미친 짓을 내가 왜 해.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당신도 알잖아. 백인들은 얼굴에 노랑 파랑 하양을 다 가지고 있어. 빨강도 입술,,,"
 "그런데?"
  성호가 알기로는 아내는 그와 만나기 전후 두 번인가 성형수술을 했었다.  "사십가 밑으로 내려가면 그 끔찍하게 변하는 도시 풍경들, 흑인들 때문이잖아. 그들은 대개가 비만이고 온통 검은 색 뿐 이야. 나는 그들이 철도 들기 전에 절망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지금 우리 대화의 주제를 전혀 모르겠다."
 "당신 한국 티브이 보면 여배우들 다 똑같이 생겨서 구분이 안 된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 슬픔을 모르는 거야. 그 치열함을, 수술대에 앉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변명도 이정도면 수준급이네, 하고 그는 생각했다.
 "컴플렉스 얘기니? 그럼 진규도 그 키에,,,그 외모 때문에 그랳게 됐다고 말하려는 거야?“
 "그 잘난 남자들은 진규씨의 그 처절함을 이해 못하고,,, 나도 이해 못하고,,,좌우간 똑같이 생겨 버릴 수밖에 없는 여자들의 심리도 이해 못해."
 “진규가 뭐 어떻다고?”
 
“진규씨 키가 센치미터로 백육십이 안돼. 그런 거 생각해 본적 있어?”
  컴플렉스, 미국이라서 그랬을까, 순간 적으로 성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진규는 영어를 못한다. 미국이지만 백인들하고 마주칠 기회도 없었을것이다. 그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심기 건드렸다면 미안하고,,,진규가,,,그런 생각을 할까?"
 
수영은 손을 내저었다.
 "다른 얘기 하자. 솔직히 얘기해봐.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어."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무슨 뜻이지?"
 “돈 땄으면 내 놓으라고 쉽게 번 돈은 쉽게 써야 되니까.”
 “딴 거 없어.”
 "이혼,,,남의 얘기 아냐. 한번만 더 가면 심각하게 검토해 볼 거야."
  성호는 자존심 때문에 한마디 더 했다.
 "성형중독이나 도박이나,,,다른가?"
  아내의 눈에 분노의 빛이 서리는걸 그는 볼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는 하지도 말고,,, 전기장판 좋아하는 인간들 혐오스러울 뿐이야.”
 "전기장판과 도박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왜 죄없는 전기장판을 자꾸,,,"
 "다른 중독하고 도박 중독의 차이가 뭔지 알아, 게으름이야. 그래서 게으름의 대명사 전기장판이 대신 욕 먹는 거지. 부지런한 사람은 절대 그 망할 테이블위에 몇 시간씩 앉아 있을 수 없어."
 "게으른 건 나쁜 건가?"
 "말장난 하고 싶지 않아. 누군가가 그 사람을 대신해서 일을 하고 있어야 되겠지. 공산주의에 어울리는 유형이야."  
  이틀 후에 성호는 진규랑 다시 카지노를 찾았다. 주머니에 천불이 있었는데 그게 두시간만에 다 없어졌다. 가게에 가서 매상을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결혼하기 전에 그의 여자 친구는 항상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던 여자였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 그의 여자 친구는 10번 프리웨이에서 왼쪽 앞바퀴가 갑자기 내려앉으면서 왼쪽 분리대를 들이받았고 메고 있던 안전벨트와 터져버린 풍선에 숨이 막혀 죽었다. 속도가 90마일 정도였고 성호와 막 싸우고 나간 후였다. 그녀는 성형 수술을 전혀 하지 않은 긴 생머리의 미인이었다.   그 후로 성호는 도저히 분간이 안되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그런 여자들이 항상 등장하는 화면을 보기 시작하게 되었다. 주로 인터넷 이었는데 그전에는 미국 드라마도 자주 보곤 했었는데 여자 친구가 죽고 나서는 주로 한국 것만 보았다. 닮은 여자를 찾고 싶었고 사실 많이 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여자만 나오면 그는 화면을 고정해놓고 계속 울고는 했다.  그런 불면의 밤에 하루 그는 차를 타고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올라갔고 동쪽으로 향하다가 내린 곳이 카지노였다. 십년도 더 전의 일이다. 일단 그곳의 여자들은 주로 아줌마들이었고 써빙 하는 여자들도 심각하게 뚱뚱하거나 아니면 기형적으로 작거나 했다. 라스베가스에 있는 그런 모델처럼 생긴 여자들하고는 달랐다. 그는 그곳이 편했고 한 일년간 한주에 한번정도 드나들면서 몇 만 불 정도를 잃었지만 크게 빠져 들지는 않았었다. 티브이에서 그들은 항상 똑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쌍꺼풀을 팠는지 아님 눈썹에 문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언제나 똑같았다. 그는 그들이 누구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해서 나갔을 때 어머니의 옆에는 지금의 아내가 앉아있었는데 성호는 막 티브이에서 본 그 여자들 중의 하나일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똑같이 생긴 여자들,,,어쨌든 그는 결혼을 했다.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는 이유로 만족감을 찾았었다. 그런데 자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온통 칼질 자국 뿐 이었다.  불면의 밤이 찾아 올 때마다 쓸데없이 인터넷을 켜놓고 있는 그한테 더 문제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대화를 했었어야 했다.   물론 그의 여자 친구 죽음에 대해 아는 친구들은 이해심을 가지고 그를 대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아주 이상한 놈 취급을 했다.   한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왜 자꾸 성형 수술한 얘들을 뭐라 그러냐. 이쁘지 않으면 여자취급도 안하는 남자들한테 더 문제가 있는거 아냐?”
 
“어 맞는데. 내가 아무리 엘에이 살아도 한국 놈 이자나. 한국 민족이 그렇게 칼로 버무려 놓지 않으면 안 되는 졸라 열등하게 생긴 민족 이라는 걸 받아 들일수가 없거든.”
 
“열라 애국자 나셨네,,,”
 
“죽은 애. 몸에 칼 한번 대 본적 없는 애야.”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다시 말하면 지금의 와이프는 칼질의 교과서 라는 뜻이기도 했다.
 “왜 다 똑같지 생겼지?”
  라고 성호가 물었을 때 그는,
 “나는 안 봐서 몰라.”
  라고만 대답했다.
 “나만 이상한건가?“
 “그렇게 보여. 그리고 너 지금 와이프한테 전 여자 친구 얘기 안했지?”
 “했어.”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었겠다. 모성애를 자극 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시간은 흘러갔고 진규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는 다시 카지노 출입을 하지 않았었다. 


  진규와 성호는 커머스 카지노에 앉아있었다. 금요일 밤 열 시경 이었다. 한판 돌릴 때마다 코인 몇 개를 집어줘야 하는 게 짜증났지만 성호는 참고 있었다. 어차피 그게 카지노 운영해야 되는 돈일 테니까, 진규가 성호에게 와서 손을 내밀었다.
 “저기,,,한 백 불 있어?”
  성호는 그에게 백불 짜리 칩을 내밀었다.  십분 간격으로 진규는 성호를 찾아왔다. 성호는 그때마다 칩을 내주었다. 두 시경 에는 둘 다 주머니에 코인 하나가 남아있지 않았다. 성호는 크레딧 카드를 꺼냈다. 진규가 그의 손을 잡았다.
 "아니 됐어. 오천 불 베팅하고 끝낼래. 나도 졸려.“
  오천불은 삼십초도 안되서 날아갔다. 허공 어딘가로 뿌려진 거라고 성호는 생각했다. 오천 마리의 새들이 일불짜리 지폐 한장씩을 물고 날아가는 모습을 그는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일어섰다.
 “어디 가서 술 한잔 이라도 하고 가고 싶은데, 그럴 돈도 없네,”
  성호가 마지막으로 한말이었다.  진규가 그 특유의 안으로 가라앉는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돈 으로부터의 자유, 그것도 결국은 돈으로 사야되든 거 더라."

 
  새벽 세시에 성호의 와이프가 물었다.
 “똑같이 생긴 여자가 왜 싫은데?”
 “또 성형수술 얘기하려고?”
 “아니 그건 아냐 그냥 궁금해서.”
 "카드를 들여다보다가,,, 똑 같은 게 나오면 너무 반가워. 그래서 겁나 ."
 “에이스 두개, 내지는 쟈니 두장 같은거?"
 "작은 숫자도 뭉치면 겁나고."
 "당신 요즘 좀 심각한 거 알아?”
 “뭐가?”
 “솔직히 얘기해봐.”
 “뭘.”
 “진규씨랑 카지노 같이 출입하지?”
 “한번 갔었어.”
 “나 당신이랑 십년 째 살아. 잘 알아. 왜 그래? 당신 도박 중독에나 걸릴 그럴 사람 아니잖아.”
 “나를 너무 높게 평가했네.”
 “당신 여자 친구 죽었을 때,,,”
 "그 애긴 누구한테 들었어?“
 “당신 빼고는 다 아는 얘기야.”
 “그래?“
 “그렇게 슬펐어?”
 “어.”
 “왜 나한테 얘기 안했어?”
 “매너가 아니잖아.”
 

  성호는 자신이 점점 미쳐간다고 생각했다. 머리 속에서 아까 한 장이 결국 나오지 않아 플러쉬를 놓쳐버린 그 하트 들이 돌아다녔다. 마지막에 오천 불을 날려 버리긴 했지만 딴 돈이 만 불 정도였다. 다음날 진규를 불러서 다시 카지노로 향했다. 진규는 비장하게 말했다.
 “오천불만 따서 나오자.”
 “난 말이야. 한국 애 들 다 똑같이 생긴 걸로 보여,”
 “그런 얘길 여기서 왜 하는데?”
 “카드 다 똑같지 않니?”
 “그런데?”
 “여자애들도 똑 갔고.”
 “그런데?”
 “난 니가 좀 현실적 이었으면 해. 도박 해봐야. 끝은 어떻다는 거 알잖아.”
 “그게 똑같이 생긴 애들이랑 무슨 관곈데?"
 "와이프랑 자주 싸워. 성형수술 문제로."
 "도박하고 상관관계는?"
 "없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중독이라고 생각해."

 "아니 성형하고 겜블을 왜 자꾸 연결 시키냐구."

 "왜 냐면,,,"

  그는 잠시 수영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카드 퀸에 그려진 얼굴이 죽은 애인의 얼굴과 오버랩 되고 있었다.

 "그게, 성공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고 외로워서,,,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성호는 천불짜리 칩을 놓았다. 날아갔다.  그는 다시 천불을 올려놓았다.  또 날아갔다.  그는 다시 천불을 올려놓았다. 4 와 7 이였는데 더블을 햇더니 이천불이 들어왔다.  진규가 참견을 했다.
 “여기서 끝내자. 만 불 올려나 봐.”
  만 불은 무참히 날아가 버렸다.
 “너 돈 하나도 없냐?”
  진규가 이백 불을 꺼내 놓았다.
 “장난치니?”
 “이거밖에 없어.”  
  성호는 자신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윌셔 거리에 태양은 여전히 떠올랐고. 와이프는 여전히 친절했으며 죽은 여자 친구는 자신의 자리를 잡은 것 이라고 생각했다. 
  

 

  2001년에 있었던 일인데 카지노에서 삼만 불 돈을 잃고 나서 성호는 곰곰 생각해 보았었다. 손, 발, 머리, 이 셋들 중 누구의 잘못이 제일 큰것일까. 답은 그 셋 중에 있지 않았다. 돈이 아니고 자신이었다.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진 자신을 참을 수가 없어 다음날 그는 권총을 한 자루 샀었다. 하지만 총은 설합 속에서 먼지만 덮어쓰고 있었고 그는 카지노를 통과하는 도로는 일부러 피해 다녔다. 하지만 길은 결국 다 연결 되어지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이었다. 진규의 출현은 우연이 아니었다.  몇 년간 잊고 지냈던 그 답답하던 느낌이 다시 되살아났다. 마치 십년 전에 맛보았던 악어고기를 다시 깨 물은 것 같은 느낌,  수영이 말했다. 입만 달싹 거리는 게 우주인, ET 가 말하는 거 같았다.
 “제주도에 갔다 오고 싶어. 당신 고향이잖아. 아버님은 물론 돌아 가셨지만 집은 그대로 있잖아.”
 “그냥 성형수술 하러간다 그래라.”
 “말을 그렇게 무식하게 하냐. 할머니 보러 간다고.”
 “돌아가신지 십년이고 나 서울 사람이야. 제주도 가본적도 없어. 너 어디를 고치고 싶은 건데?”
 “진짜 당신 말 무식하게 한다. 할머니 있던 집 바닷가 가보고 싶다고. 할머니 영혼 보고 싶다고. 그 할머니가 나를 얼마나 예뻐해 줬는지 당신이 몰라서 그래. 나 예쁘다고 엘에이에 육개월이나 있다 가셨자나. ”
 “전기장판 얘기 다시하자.”
  성호는 기분이 많이 상해 있었다. 아마도 돈을 많이 잃어서 그랬을 것이다. 

 “다랑어가 누워 있다고? 사람은 좀 따뜻한데 누워 있으면 안되니? 온돌방 문화라고? 그렇다고 하자. 나 어제 몇천 불 잃었어. 하지만 안방에 누워있는 기분이었어.”
 “그럴 거 같더라.”
  둘의 인생이 파편처럼 부서져 나간다고 성호는 생각했다.


 “비난할 자격이 없어서 그랬는지 나 니 성형수술 모른 척 했었어, 더 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모른척 해야할 거 같다 라는 거지.”
 “어차피 우리 결혼은 잘못된 거였어.”
 
수영은 잠깐 울고는 밖으로 나갔고 성호가 그녀를 따라 나갔다.
 “미안하다. 다시 도박 하지 않을게.“
  팜츄리 밑이었는데 수영은 차갑게 말했다.
 “난 도박하는 사람 말은 못 믿어.” 
  "그래 맞아. 대책 없지.“
  “전기장판위의 다랑어도 다 똑같아.”
  “그래,,,” 
   가게 하나를 정리했는데 빚을 갚고 나니까 오만 불 정도가 남았다. 진규는 마치 하이에나같이 그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성호의 재정 상태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둘이 라스베가스로 향한 게 이월 말 이었다. 아예 일주일정도 머무를 생각이었다. 진규는 미친 사람 같았다. 성호에게 천 불을 가져가더니 오천 불을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불과 세시간만에 벌어진 일이다.
 “여기서 그냥 나가자.”
  라고 성호는 말했다.
 “니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거는 아는데. 어쩌니 나갈 수 가 없는걸,,,”
  성호는 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너 후회 할거야.”
  진규는 창가에 서있었다. 그들은 방을 하나 렌트 해가지고 있었는데 남쪽 창문이었고 라스베가스의 남쪽 하늘이 유난히도 밝아보였다.
 “자 육만 불 있어. 너 어떡할래?”
  성호는 진규의 손에 끌려 다시 게임 룸 으로 내려왔다. 룰렛판에 진규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간 쉬어가자.” 
  진규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만 불을 백 불 짜 리 칩 백 개와 바꾸었다. 주위에 있던 백인들이 술렁거렸다. 그들은 일불짜리 칩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규는 삼십 개 정도의 칩을 숫자가 높은 쪽으로 성의 없이 쌓아 놓았고 두 개를 올려놓은 번호가 맞아 오 천 불 정도의 차액을 벌어들였다.  진규는 대략 이천 불씩 베팅을 했고 성호는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두 시간이 지나갔고 진규는 말없이 배팅만 했고 성호는 담배를 물고 그러는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돈은 오만 불 에서 이만불로 줄어 들었 다가 다시 칠만 불로 올라왔다.
 “이제 나가자.”
  성호의 말에 진규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제발 좀 가자.”
 “지금 오르고 있잖아.”
 “빠질 때를 놓치면 안 된 다는 거 알잖아.” 
  그는 막무가내로 진규의 칩을 압수해서 딜러에게 넘겨주고 만 불 짜리로 바꿔 달라고 했다. 칠만 불, 황금색 칩이 일곱 개였고 검은색 백 불짜리 칩은 수 십 개가 남았다.
 “그것만 다 올려 놔. 우리 이동한다.”
  진규는 화가 났는지 수십 개의 칩을 단 하나의 번호에 올려놓았다. ‘29’ 였는데 그 번호위에서 검은 칩들은 에펠탑 처럼 높아 보였다. 어느새 몰려 들었는지 주위에는 구경꾼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딜러도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구슬이 돌아갔을 때 그 판에 베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호는 아내 말에 귀를 귀울였다. 
 “무슨 얘기야? 도박 얘기 아니지? ”
 “아니야.“
 “그럼 뭔데?”
 “나 만나기전에 죽은 여자 얘긴데.”
 “그래서?“
 “당신은 그 혼에서 못 떠나.“
 “누가 그런 얘기 한적 있어?”
  "없어.“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느낌.”
 “느낌? 그게 뭔데?”
 “죽음 이전의 느낌.”
 “경험해 봤다는 거야?”
 “아니. 여자들은 알아. 평범한 거 같지만 그렇지 않은 당신네들이 경험해 보지 않은 세상.”
 “수영아. 말이 자꾸 어려워진다.”
 “나도 지겨워. 진규씨랑 카지노 계속 출입하지.?”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뭐가 아냐. 내가 다 아는데.“
 “좀 다른 세계가 필요해서,,,”
 "도박을 그따위로 해석 하냐? 쓰레기야. 그걸 나한테 변명하려 그러니?“
 "너 나한테 말투가 왜 그러냐?“
 "말투는 미안한데. 당신 쓰레기야.“


   은행에 알아보았더니 이십만 불까지는 대출이 가능했다. 그때 그 칠만불을 그대로 가지고만 나왔어도 일은 이리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성호는 그 칠 만불 을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블랙잭 판에서 다 잃어버렸었다.   얼바인에 집이 한 채 있었다. 그 이차 융자가 이십만 불 이었는데 복잡한 서류가 필요했다. 서류 때문에 CPA를 만나고 서류비용 백 불주고 다시 이십오불 주고 공증하고 윌셔 사무실을 나왔을 때는 오후 네 시가 넘어서 있었다.   엘에이의 게으른 태양은 아직까지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이렇게 까지 가면 안 된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진규씨 암 판정 받은 거 알아?”
 “알아.”
 “말기야. 몇 달 못 산데.”
  성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를 만나기 전 몇개월간 진규는 집에서 쫏겨 나서 카지노 파킹랏 안에 차를 세우고 그 안에서 새우잠을 잤다고 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겨울이었다. 그 기간이 삼 개월이 넘었고 면역성이 떨어지게 되자 몸 안의 나쁜 바이러스들이 전부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여덟시 경에 성호는 진규의 아파트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아내는 들어오다가 성호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까닥 했을 뿐 자신의 남편에게는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살았어?”
 
성호가 말문을 열었다.
 “몰라.”
 “너 얼마 못 산대.”
 “알아.”
 “아쉽지 않냐?”
 “아니.”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게 뭐야?”
 “도박. 카드가 다 똑같이 생겼잖아. 뒷장은, 그런데 앞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고 그걸 확인해보는 즐거움, 너도 어느 정도는 알잖아.”
 “저기 말야. 내가 아는 사람 하나가 암 말기 였는데,,,바닷가에서 살다가 병이 다 낳았데. 알다 싶이 바다라는 게 신비 그 자체잖아. 소금물 그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나봐.”
 “그래서?”
 “콘도 하나 마련해 볼게. 말리부 밑이야. 그리 비싸지도 않더라. 한 달에 팔백 불 정도야. 거기 가 있어라. 날마다 바다 공기만 마시고 있으면 분명히 너 살아날 수 있어.”
 “이 자식이 누굴 완전히 거지 취급하네.” 
  성호는 그 집을 나오면서 안보이게 울었다.  
  
수영이 말했다.
 “난 당신과 결혼할 때 당신 어머니 보고 했어. 너무 성실한 남자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이 바뀐 건 아니야. 그런데 새로이 최근 들어 모르던 걸 알게 됐어. 너무 감성적 이라는 거, 옆집 진규씨 네랑 알게 된 건 치명적이야.”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당신 창고 담당으로 진규씨 보냈을 때 그 사람이 거기서 한게 뭔지 알아?”
 “잘 알고 있어. 여덟 시간 근무 중에 네 시간은 잠자고 두 시간은 라면 끓여 먹고 나머지는 동전치기,,,”
 “잘 아네.”
 “그런데 그런 것들이 그리 중요한가? 난 하루에 열 두 시간씩 쉴 새 없이 일을 해 왔는데 지금 결론은 뭐야? 뭐가 다르지?”
 “우리는 서로 겉돌고 있어. 이건 좀 심각하게 생각해야 돼.”
  수영은 말하면서 입술을 오무려서 말의 심각성을 표현하려 했다.
 “얼마 전에 다랑어 얘기했을 때는 반은 농담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 농담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어. 당신은 심각해. 어쩌면 전기장판보다 더 심각 할수도 있어.” 
   

   회사가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매니져 데이빗은 이런 말을 했다.
 “중국 회사 물건 컨테이너 째 날라간 거 알죠. 그리고 연결이 안돼요.”
 “제가 갖다 올께요.” 
  그때까지도 성호는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  비행기가 떠오르고 광조우에 그가 내렸을 때 통역으로 온 조선족들은 일단 얼마의 돈을 줄 거냐고 물었다. 급하게 얼마의 돈을 애기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에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일단 사라진 한 컨테이너의 쥬얼리가 어디 있는지 찾아야 했다.  메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페이퍼를 한 개들고 헉헉 거리며 들어왔다.
 “사기 당하신거 같애요.“
 “무슨 얘기죠?“
 “여기보세요. 싸인이 다르잖아요.”
 “나는 삼만불 이나 보냈는데,,,”
 “받은 사람이 없다니까요.”
  성호는 그때서야 진규의 얼굴이 떠올랐다. 삼만불을 그가 붙힌 것이다. 은행에는 같이 들어갔었고 성호는 전화가 자꾸 오는 바람에 진규에게 삼만 불을 내밀었었고 그가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동안 진규는 일을 다 처리 했다면서 그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고 성호는 그 서류를 확인해 보지도 않았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이상한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낌으로 알수 있었다. 상황을 파악해 보려고 광조우의 한 길거리에 서 있었는데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그에게 다가오는것은 비둘기가 아니고 비둘기를 흉내낸 사람들 이었다.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된 순간이기도 했다. 중국에는 그가 이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참이솔 같은 건데 디자인도 똑같았기 때문에 모르고 그냥 마셨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머리가 빠개질 정도로 아팠다.   날아간 내 콘테이너,,,아침부터 그는 그 생각만 했다. 그러다가 정오경에 그는 호텔 지하에 있는 카지노로 갔다. 중국의 카지노는 더 치명적 이었다. 
  거리에 나갔더니 오토바이들이 있었다. 손가락으로 물어 보았더니 일불 정도였다. 그는 그 오토바이들을 타고 광조우 거리를 신나게 돌아 다녔다. 자신의 인생이 망가져 가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더 신이 날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토바이 운전사들은 헬멧까지 씌워 주었다. 헬멧이 없다면 만약 자동차하고 부딪혔을 경우 살아나기 힘들 것 같았다. 그정도로 오토바이들은 빨랐고 그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름대로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넓은 땅 탓인지 중국의 도로는 그래도 이성적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는 신나서 그 오토바이 운전사들하고 담배도 피우고 그랬는데 재밌는 건 언어는 전혀 다르지만 서로 이해가 된다는 거였다.  다시 그는 쥬얼리 회사를 찾아갔다.  한국말이 되는 매니져가 나왔다.
 “일단 사장님은 약속을 어기 셨어요.”
 “직원 하나가 실수한 거 같은데요. 우리 오년 넘게 거래 했잖아요.”
 “많이 힘드세요?”
 “지금 이 컨테이너 못 찾아가면 많이 힘들어 지겠죠.”
 “아시겠지만 쥬얼리는 아무리 싼 거라도 컨테이너면 이십 오만불이 넘어가요. 그러지 말고 컨테이너 나눠 쓰세요. 보내주신 돈으로도 채울 수 있거든요. 그럼 서로 큰 무리도 아니고요.”
  자존심 찾을 상황도 아니었고 그에게는 그럴 능력도 없었다.  그전의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는 민박 주인에게 다른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여자가 나타났다.
 “저기 죄송한데.”
 “뭐가요.”
 “남자가 필요한 거 같은데요.”
 “성 차별 하시 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한국말 잘하네.”
 “엄마 한국 사람이에요..”
 “그래요,,,”
  그는 서류를 모두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호텔에 있는데 쥬얼리 회사 사장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계약 위반 하셨잖아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 내일 돌아가요. 저도 솔직히 이제는 짜증나요. 우리 이런 관계 아니었잖아요.”
 “혹시 도박 하세요?”
 “네?”
 “술 한잔 하고 가시죠.”
 “네.”
  둘이서 열두시까지 술을 마셨다. 회사 사장은 말했다.
 "제가 조금있으면 오십이에요. 큰 딸애는 지금 대학입시 때문에 힘들어 하고 그런데 그런 얘들을 본지가 삼년이 넘었네요. 어떠세요. 엘에이는 살만 합니까?"
  그의 그런 독백을 들으면서 그는 앞에 놓인 술병이 '참이솔' 인지 '참이슬' 인지 확인하고만 있었다.   다음날 그는 여행사에 연락해서 돌아갈 비행기표를 이틀 연기했다. 두려웠다. 하루 이틀이라도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오토바이가 그에게는 딱 이었다.
 “다. 좋아요. 하지만 대화가 필요하잖아요.”
  "Fine, everithing is fine, but we need to tark,,,"
  하지만 오토바이들은 성호의 애기를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오토바이가 좋았다. 들고 온 중국어 회화 책이 조금 도움이 되었다. 발음이 안되면 보여주면 되었으니까,  엘에이로 돌아온 성호에게 아내는 남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말 대신 그에게 날아온 한 뭉텅이의 편지를 던져 주었다. 카지노에서 온 것이 반 이었고 나머지는 은행이나 카드회사에서 온 것이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었다. 휠체어를 탄 진규가 찾아왔다. 그가 그 상태로 방문할 수 있는 유일한 남의 집이기도 했다. 성호의 눈에 그는 불과 보름전의 그가 아니었다. 마치 몸의 수분을 다 빼앗긴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곤충처럼 보였다. 작아진 그의 몸을 이상한 선들이나 밸브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몰라 다리에 아무런 감각이 없어. 병원 갔더니 이렇게 해 주네.”
  말하는 게 힘든지 고개를 옆으로 떨 군 상태로 입만 달싹였다. 그래도 알아 들을 수는 있었다.  종교계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끔찍하게 싫다는 말도 덧 붙혀서,
 “넌 지금 다리도 못 써. 그러는 너를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고맙지 않아?”
 “자기네들 계급장에 뭐 하나 더 달고 싶은 거겠지. 전도하겠다고 와이프를 자꾸 찾아오는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한 남자가 있었어. 여자 둘 이었는데 경찰서에서 그 여자들이 말했데, 영혼을 구제해 줘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내가 꼭 그 남자가 된 기분이야.”
 "눈이,,,"
  성호는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부위를 조심스럽게 가리켰다.
 "눈 주위가 너무 검어. 너구리같아."
 "거울 안 본지 오래됐어. 그나저나 궁금하지 않아? 그날 카지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 병원에 실려 가던 날? 굶어서 쓰러졌다며."
 "사실은 택시 운전하는 애 있는데 내가 걔 돈 삼백 불을 빌려 쓰고 못 갚고 있었어. 그날 그걸 달라고 왔었는데 어쩌다 언성이 높아지고 걔가 날 주먹으로 쳤는데,,, 사실 세게 친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힘이 없어 그랬는지 피를 흘리며 쓰러진 거고 누군가 보고 나인 원원 누른 거고 실려 가게 된 거야. 망할 놈들 내가 하라 그랬냐고. 종합 검진 해 보더니 암,,,췌장 쪽이래. 난 그게 어떻게 생긴건지 보고 싶어. 좌우간 그렇게 된 거야."
 "별로 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 였네."
 "응. 그렇지. 할 얘기도 별로 없어. 너 네 집 왔는데 무슨 얘기라도 해야 되잖아. 그래서 하는 거야."
  성호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죽음과 많이 밀접해 있는 것 같았다.
 "이 세상과의 단절이 내일이나 모레로 다가왔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느낌이야? 궁금해서 물어 보는 거야."
 "글쎄,,,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진규는 말하기가 힘들어서 몸을 힘 없는 팔을 이용해 휠체어 위로 가능한 한 높이 올리고 목을 다시 반대쪽으로 돌렸다. 발은 감각이 없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어릴 때 학교 다닐 때 위인전 보고 공부하고 하잖아. 너무 멋있지 그 사람들. 하지만 공통점은 다 죽었다는 거야. 죽은 사람들이 후세 사람들이 자기보고 멋있다고 말해줘서 좋아하나? 그거 아니자나,"
  성호는 듣고만 있었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거는 나는 애가 없잖아. 단 한사람 와이프 한테만 피해주고 가니까 다행이야. 불쌍한 여잔데 그게 제일 마음이 아파."
  성호가 계속 고개만 숙이고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 그랬는지 그는 다른 주제를 꺼냈다. 성호가 알 수 있는 건 그는 살고 싶다는 거였다.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 건 원래의 진규가 아니다. 그는 말을 거의 안했었다. 
 “성호야. 너 진짜 똑같이 생긴 애들이 싫어?”
  뭐라도 대답을 해 주어야 한다고 성호는 생각했다.
 “후라이팬에 누워있는 꽁치 아니 다랑어, 난 그게 무슨 고기인줄도 모르지만, 그리고 전기 장판위에 누워있는 너, 게으름 이라는데 너 거기에 대해서 얘기 좀 해 봐라. 마누라 얘긴데 좀 이해 할 수가 없어서.”
 “똑같이 생긴 애들이 싫으냐고 물었어. 카드 얘기 하려는 거야. 똑같아야만 되거든.”
 “그런 복잡한 생각은 해본 적 없고. 난 그냥 좀 뚜렷해지기를 원했을 수는 있겠지.”
 “어릴 때 부터 미국에서 학교 다녔지?”
 “응.”
 “전부 다르게 생긴 사람들 속에서 살았을 테고.”
 “응.”
 “그게 이유일수도 있겠다."
 "뭐가?"
 " 아니 그냥,,,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사실은 단순한 것 들일 텐데,,,니 마누라가 나를 게으름뱅이로 보았을 수도 있겠지. 변명하고 싶지는 않아. 난 전기장판이 정말 좋거든.”
 “너 내 집 잘 안 오잖아. 왔으면 이유가 있을 테고. 말해봐.”
 “도망 온 거야. 원하지도 않는데 찾아와서 저렇게 기도를 해대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 뭐야? 스트레스 받아서 더 빨리 가겠다. 그나저나 며칠 안 남은 거 같애. 얼마 전에 호흡기가 잠깐 빠진 적이 있는데 나 그때 저 세상에 갔다 왔었어.”
 “뭐가 있던?”
 “니가 만들어놓은 집이 있더라.”
 “지금 이라도 바닷가로 가면 안 되겠냐?”
 “늦었어. 내가 알아.”
  그는 무겁게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는데 성호의 눈에는 그 작업이 마치 무거운 돌덩어리를 옆으로 힘들게 옮기는 것처럼 보였다. 눈 주위에는 검은색 죽음의 그림자가 두터운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고 입술은 푸른빛이었다. 몸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몇 일 사이에 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는데 휠체어 밑으로 드리워진 바지 속에는 마치 두개의 젓가락이 들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성호는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몰랐는데, 텍스리턴이 이천 이백 불 왔더라.”
 “그런데?”
 “나 그거 가지고 마지막으로 카드 놀이 좀 해볼라고.”
 “그래서 너 데리고 카지노 가 달라고?”
 “응.”
  그가 돌아가고 난후에 성호는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날아갈 것 같은 그의 몸을 실은 휠체어를 밀고 카지노로 들어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이건 누구와도 상의 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다음날 그는 진규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들은 얘기로는 그 날 하루 종일 진규는 자신의 아내를 괴롭혔다고 한다. 카지노 가게 해 달라면서. 마지막 소원 이라고, 쑤는 결국 밤에 문을 잠궈 버리고 가출을 해 버렸는데 그게 마지막 이었다. 성호나 그의 아내는 카지노에 가는 수고를 안 해도 되게 되었다. 그는 죽은 것이다. 다음날 아침 여덟시 경에 진규의 아내가 울면서 성호의 집으로 왔는데 그때 성호는 집에 없었고 수영이 그 집으로 갔다. 그녀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호흡기를 빼고 휠체어에 앉아 늘어져 있는 한 남자였다.  그는 일종의 자살을 한 것이다. 이유는 이천이백 불을 사용 할 수 없음에 대한 절망 이었을 것이다. 고로 성호나 그의 아내는 살인자 였다.  장례식은 갑자기 찾아오기 시작했던 그 종교단체에서 거의 다 해주었다. 비용도 거의 그 쪽에서 해결한 것 같았다. 

  성호가 회사에 출근 했을 때 다섯 명 밖에 되지 않는 직원들이 그를 흘끔거리며 피하는 걸 그도 느낄 수 있었다. 성호는 돈 문제를 모두 담당하고 있던 경미 양을 불러서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그녀가 말했다.  “사장님이 저 몰래 없애버린 돈이 이십만 불이 넘어요. 어떻게 된거죠? 이런 적 없었잖아요. 우리 십년 째 이렇게 일해가면서 재미있게 살아왔었는데 지금 이건 무슨 일이죠? 그리고 중국에서 마지막 남은 카드 만불 다 사용하셨어요. 그게 무슨 돈 인지는 잘 알고계시죠? 우리가 죽고 살고 할수 있는 돈 이었어요.”
  성호는 가만히 그녀를 들여다보았다. 경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좋은 대학 나와서,,, 이런 조그만 회사 들어와서 고생한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
 “미안할 필요 없거든요. 전 정말 재미 있었구요.”
  다시 성호는 그녀를 들여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시나요?”
 “성형수술 한적 있지요?”
  경미는 황당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잠시 웃었다.
 “어렸을 적에 쌍꺼풀 수술 한적 있어요. 그런데 그게 왜요?”
 “아니 그냥,,,옆집 살던 진규 라는 친구가 죽었어. 키가 백육십 센치 정도 였는데,,,”
 “그 얘기 알고 있어요. 그런데 또 그 얘기 하려고 그러죠. 외모 콤플렉스. 그건 나폴레옹 콤플렉스 아니에요. 그 사람은 사용하는 단어가 백 개도 안됐었다고 수영 언니가 말해 줬었어요. 전혀 다른 얘기에요.”
  그녀는 많은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선천적으로 허리가 안 좋았대요. 한 여름에도 전기장판 깔고 자지 않으면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고요.”
 “잘 알고 있네요.”
 “저 수영 언니랑 많이 친해요.”
 “저기 애기가 너무 길어지면 안 되니까,,,이번 달 말에 컨테이너 두 개 들어오는 거 알죠? 광조 연락처 다 알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운영하면 되고.”
 “지금 무슨 애기 하시는 거죠?”
 “잠시 쉬려고 해요.”
 “라스베가스 가실건가요?”
 “그건 또 어떻게,,,”
 “친하다고 했잖아요.”
 “김 선생님 하고 의논해서 잠깐만 회사 끌고 가 봐요. 다시 돌아 올께요.”
 “같이 가고 싶은데요,,,”
  성호는 그냥 웃었다. 
 

  항상 타고 다니던 BMW 를 딜러에 돌려주고 십년도 넘은 찝차를 몰고 그는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BMW 를 돌려받은 딜러에서는 크레딧 망가진다고 우려했지만 그는 그냥 웃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당신 어디 있어 지금?"
 "라스베가스로 가고 있어."
 "미쳤구나."
 "그런 거 같애."
 "당신 애기 낳기 싫다고 말했을 때 알아봤었어. 아무런 책임감 없는 남자라는 거."
 "지금 바가지 긁고 있는 거야?"
 "이게 지금 너한테 바가지나 긁는 소리로 들리니?"
 "임마 오빠한테 너라니. 그리고 운전하면서 전화 금지다. 나 티켓 받고 싶지 않아. 끊는다."
  벨라지오 호텔에서 그는 VIP 였다. 공짜로 호화스런 방이 주어졌다. 가방을 열어 사채로 빌린 현금 이만 불을 들고 그는 카지노로 내려왔고 블랙잭으로 오만 불 가량을 땄다. 예쁘게 생긴 백인 매춘부가 그의 뒤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는 코냑을 병째 마시고 있었는데 주위에 앉아있던 나비 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성호가 만 불짜리 칩을 올려놓았을 때는 주위에 더 이상 칩을 올려놓는 사람들이 없었다.  성호는 십만 불 가량의 칩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비틀거리며 방으로 향했다. 자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은 희미한 거라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푸른 숲과 할머니에 관한 거였다. 그는 우울했고 온돌방에 누워있는 할머니가 있었고 다랑어도 있었다.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모리소바도 있었다. 죽어버린 진규도 있었다. 자신도 얼마 안 있어 그를 만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이 성형수술을 열 번이나 한 여자라는 걸 그가 알게 된 건 불과 일년 전 이었다. 모든 중독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 바보는 없는 거니까.  새벽에 그는 깨어났는데 바로 카지노로 내려갔다가 가지고 있는 돈의 거의를 잃어 버렸다. 아침 일곱시도 채 되기 전이었다. 바카라 였는데 뭉텅이로 던진 돈이 거짓말처럼 하나도 맞지 않았다. 두 개의 주사위가 날아 갈 때마다 그는 자신의 생명세포가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주위 사람들이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혹은 말을 붙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 한마디 했다.
 [혹시 그가 영어를 못하는 거 아닐까?]
  라는 얘기를 들은 후였다. 본능적으로 그의 입에서 말이 나갔다.
 [말 잘해. 다만 나는 지금 돈이랑 얘기하고 있을 뿐이야.]
  딜러가 경비를 부르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는 미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만 불짜리 칩을 던졌다가 백 불짜리 칩을 던지곤 했다. 아침 여덟시도 되기 전 이었다.  카드 판으로 돌아 왔을 때 이미 그의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점심을 간단한 햄버거로 먹고 방에서 영화를 한편 보았다. 갑자기 눈이 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저녁이 되었다. 통제 불능이 되어버린 도시. 마치 자신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라스베가스라 그랬는지 카드도 사용한도가 넘게 나왔다. 다시 이만 불 정도를 잃었다. VIP 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그랬는지 달랑 이백불이나 있었는지 모를 그의 개인 구좌 수표를 끊자 이만불의 현금이 그에게 배달되었다. 엘에이로 돌아가고 나서 일주일 안에 막아야 되는 돈이었다. 두 번 세 번 수표를 못 막았을 경우 몇 번이고 계속 들어온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라스베가스는 엘에이의 일반적인 법률에서 제외 된 곳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못 막는다면,,,그건 성호가 아직까지 들은 적이 없었다. 그가 그 이 만 불을 다 없애는 데는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만불은 한 번도 불어나본 적이 없이 계속 줄어들었다. 그는 자신의 뱃속에 있는 장기들이 지폐들과 함께 하나씩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코인까지 다 집어넣었다.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고 담배 한 갑 살 능력이 없게 되었을 때 거짓말같이 그의 앞에는 수영이 서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그가 맥주 한 캔 딸 힘이 없어 소파에 그냥 던져놓은 옷가지처럼 엎어졌을 때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열린 문 뒤로 그녀가 서 있었던 것이다.
 "차에 엘에이로 돌아갈 개스는 있어?"
  
들어서면서 그녀는 말했다.
 “내가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어?”
 “당신 이 호텔밖에 안 오잖아. 이년 전에도 같이 왔었고.”
 “그런가,,,”
 "이혼절차는 대충 끝냈고. 여기에 싸인만 해 주면 돼."
 
노란색 서류봉투가 테이블위에 떨어졌다. 그는 서류를 꺼내 훓어보는 척만 하다가 그냥 사인을 했다. 하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전기장판위에 누워있지 않은게 유감이겠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어." 
  그녀가 돌아서면서 한 말이었는데 성호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걸까, 최소한 이만불은 모르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까 아이러니 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기분이 나빠졌다.
 "정말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만 하자."
 "뭔데?"
 "난 니가 성형중독 이라는 거 몰랐었어."
  수영은 방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게 이런 상황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뜻이야?”
 
“그런 뜻은 아니야. 다만 알고 있었으면 사기당한 기분은 느끼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야. 싸인 했으니까 이제 남이자나 그런 상황에 막말 해버리는 그런 몰지각한 사람 아니야 나. 다만 하고 싶은 말은 좀 더 미리 했었어야 되는데 못했다는 거지. 그러니까 몰랐고. 우리는 서로 너무 몰랐어, 대화가 없었으니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 성형을 몇 번 하던 무슨 상관이야 예뻐지고 싶은 건데,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미안하다. 그리고 미안했었다는 말로 마무리 짓자. 사람들이 초고속 결혼하러 오는 곳이 여긴데 우리는 반대로 하는구나.”
 
몇 분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수영이었다.
 “주머니에 돈 하나도 없지? 여기 천불 있으니까. 엘에이로 돌아오던지 아니면 다른 데로 가던지 마음대로 하고. 내가 해 줄수 있는 마지막 선처일거야.”
 
그녀는 테이블 위에 백 불짜리 열 개를 올려놓았다.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였다. 어차피 이혼서류에 싸인 까지 한 상황에 뭘 망설일까 싶었지만 그래도 할 필요가 없는 말인 것은 확실했다. 그는 조그맣게 말했다.
 
“만약 내가 오늘 딴 돈이라면서 일이십만 불 정도를 꺼내 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감정적으로 대답하지 말고 냉정하게 생각해서 대답해봐.”
 
“서류는 그런 도박의 결과에 관계없이 만들어 진거야.”

  "애들이 부모의 마음대로 이 세상에 태어나듯이, 태어나는 아이들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지들끼리 사랑 놀음 하고 만들어 내는거, 뭐 그런식이네,"

 "말 장난 하고 싶지 않아."

 "난 한번도 너 한테 말 장난 한적 없다. 진실이었을뿐."
 
수영은 핸드백을 두 팔로 감아 배에다 대고 계속 서 있었는데 그의 말이 거슬렸는지 이마를 잠시 찌푸리고는 몸을 돌렸다. 문쪽으로 걸어가면서 그녀는 말했다.
 
“돈이 문제가 아냐. 돈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니까. 문제는 거짓말이야. 거짓말쟁이보다 더 무서운 게 침묵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당신이 했었어. 도박이 나쁜 게 아냐. 그 도박에 대한 침묵이 문제지. 나도 카드 좋아해.”
 
그리고 수영은 방을 나갔다. 문 앞에서부터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동안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오는 잠깐의 시간동안 수영은 심하게 울었는데 방안에 멍하게 앉아있는 성호가 그걸 알 수는 없었다.
 
성호에게는 또 다시 두 가지 길이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계속 해오던 선택, 둘 중의 하나만 택할 수 있다. 카드와 칩이 놓여있는 녹색 테이블과 사막을 가로지르는 오번 프리웨이, 그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프리웨이를 선택할 경우 계속 달려 갈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렇게 달려가다 보면 머리는 하얘지고 길의 끝에는 다시 카지노가 있고 주름살은 늘어만 갈 것이다. 반면에 녹색 테이블은 어떨까, 조그만 날개라도 하나 달고 날아 보려면 그 편이 많이 빠를 것이다. 하지만 프리웨이를 선택할 경우 아내의 손에 들려있던 노란봉투는 변호사 사무실로 가지 않고 집안의 음침한 어느 장소에 놓여 있다가 겨울이 되면 벽난로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돈이라는 물건은 에너지를 발생하는지 테이블에 놓여있는 천불의 힘은 그를 구겨진 옷가지에서 사람으로 바꾸어놓고 있었다. 어깨에 힘을 주고 그는 별로 넓지 않은 방 안을 계속 맴돌았다. 살아보자. 살아보자. 정신만 차리면 모든 일은 가능하다. 나는 진규가 아니다. 컴플렉스도 없다. 오장육부가 다 빠져나간 껍데기 상태에서 이제는 아내까지 떠나 버렸다. 이건 아니다. 이런 식의 생각을 계속 하다가 그는 한 가지 깨달았다. 자신에게 거짓말 하고 있다는 것, 이런류의 생각은 사회의 교육이 만든 것이다. 본능은 다르다. 그는 다시 소파에 옷가지처럼 널부러졌다. 머릿속에서는 아내의 얼굴이 카드를 밀어내고 있었다. 안돼. 쫒아가서 잡아야 돼. 라고 누군가 명령했지만 그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한동안을 그냥 앉아 있던 그는 키 체인을 방에 그냥 두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날아서 올라가지 않는 한 모든 길은 통하게 되어있다. 도착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맴돌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슬픈 여행일 뿐이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보면서 그가 한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