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스티브 백은 열 두 장짜리 파일을 다섯 번인가 반복해서 읽어 보았다. 작년 감사절 전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는 이 사건을 엘에이 타임스에서 읽었었다.   

  무방비 상태의 상대에게 가해진 총질, 이라는 말이 기억났다.

  현장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흉기를 들고 들어온 두 명에게 가한 총질, 그건 이해한다 해도 왜 밖으로 맨손으로 도망나간 상대에게, 그것도 뒤에서 총을 쏘아야 했을까, 정신이상 중에 ‘람보 증후군’ 환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다가 혼자 피식 웃었다. 람보는 아무한테나 총질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뭘까, 정신 분석 쪽은 아닌 것 같고, 그런데 이 사람을 무죄로 만들어야 한다 그거지,

  아홉시가 되었을 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오니까 그를 잘 아는 한인 시큐리티가 정답게 인사를 했다. 그도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밖으로 나왔다.

  열두 살 때부터 보아온 이 거리, 꽃들은 사람들이 명령한 자리에서만 피어 오르고 꽃씨를 함부로 날릴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이 거리, 시멘트에 모두 포위 되어진, 그래도 나는 봄 이에요. 우기면서 꽃보다 더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아가씨들, 어쩌면 시멘트 보다 더 짜증나는 그 짧은 치마의 도시, 그나마 다행인건 시간이 늦은 탓에 그런 짧은 치마들은 보이지 않았다.

  스티브 백은 윌셔 가를 따라 걷다가 맨해턴 길을 우 회전 해서 자신의 아파트로 곧장 올라갔다. 방에서 그는 하루 종일 자신을 중무장 시켰던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빨래 통에 집어 던지고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차는 어차피 그 인상 좋은 아저씨가 근무하는 시멘트 덩어리 속에 밤새 묻혀 있을 것이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그 사람은 아무런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뒤에서 쏠 수 있었을까.

  테드 오는 메일에 이렇게 썼었다.

 [친구, 사건의 전체적인 개요는 전부 파악 했을테고, 나도 참 헷갈리는데 이런 사건은 변호사의 역량이 많이 작용할 거라고 생각해. 안에서 죽은 친구들은 골프 클럽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걸로 정당방위 충분 한 거 같은데, 바깥으로 나간 친구가 문제거든, 그 남자 우리들 아버지 나이 정도로 보이더라.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일반 시민을 그렇게 쏠 수가 있는걸까? 나는 총을 차고 이십년 가까이 다녔지만 잘 모르겠다. 친구, 잘 좀 부탁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다.]

  그때까지만 해도 테드 오 는, 아니 그들은 피의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몰랐었다. 스티브는 성의없이 답장을 보냈었다. 아주 간단하게,

 [간단하지 않아.]

  마치 사건을 다 파악한것처럼,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는데, 그렇게 무성의하게 답장을 보내고 난 다음날 부터 팩스로 들어오는 서류들은 매너리즘 이라는 바람앞에 맥 못추던 마음속의 불꽃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그게 바로 어제의 일이었고 스티브는 오늘 생각을 너무 많이 한 탓에 머리가 아팠다.

  골프 클럽 들고 온 아이들을 쏜 게 무죄로 끝날 수는 없잖아. 내게 요구 하는 게 뭐지, 진짜 골치 아프다. 스티브는 육가에 있는 친근한 술집에 들러 맥주를 두 캔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티브 백이 이 사건에 관련하게 된 것은 엘에이피디에 근무하는 테드 오 경관 때문이었다. 그는 변호사 생활 십년동안 집안에 재산도 좀 있고 했었기 때문에 돈을 목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었고  특히나 끔찍한 사건 등은 일부러 외면했었다. 어차피 자신이 나선다고 이 사회에 정의가 실현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호기심이 없었다고 얘기하기에는 좀 곤란하다. 호기심 이라는 건 졸다가 갑자기 보게된 연인의 옷 갈아입는 모습 같은 것일수도 있으니까,  

  사건이 좀 특이했었기 때문이고 대략 두 달 전엔가 그는 엘에이 타임즈에 실렸던 그의 기사를 한 줄도 안 빼먹고 읽어본 적이 있었다. 날마다 새벽에 배달되는 문자 덩어리들은 그 지면을 채우느라고 고생했을 신문사 직원들의 노고를 느끼게 해주었을 뿐이지 특별한 얘기들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 넘기는데 간혹 그의 시선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끝까지 계속 읽어야만 하게 만드는 기사, 아마도 그런 낮은 확률의 기쁨 때문에 그는 이십년이 넘도록 그 일간지를 계속 받아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의 친구는 그가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기사의 그 주인공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호기심은 약간 현실적으로 바뀌었는데 그런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는 그의 친구 테드 오 는 전화로 한참 설명을 하다가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스티브 백을 찾아왔다.

  키 육 피트 일인치 허리 둘레 삼십 사인치 그는 전형적인 엘에이 피디 였다.

 “야 스티브, 왜 말을 그렇게 못 알아들어?”

 “못 알아 듣는게 아니고 황당해서 그래. 바깥으로 도망나간 놈은 왜 쫒아가서 쏜 건데? 생각해 봐라. 배심원들 앞에서 그 이유를 내가 설명해야 되는 거잖아. 너 같으면 이해가 되냐?”

 “아니 안 돼.”

 “그러면서 왜 나한테 요구해.”

 “이봐 스티브. 너도 알고 있겠지만 재판부에서는 배심원들이 어쩌고 하기 전에 이니 결론이 나와있어. 이 사람은 감옥에 쳐 넣어야 된 다 아니다 라는 결론 말이지. 다만 언론이 있기 때문에 쇼를 해야 된다는 거야. 니가 거기 적합한 인물이고.”

 “그 생쑈에 동원 될려고 내가 육년을 그 지랄 같은 공부를 했냐?”

 “어쨌든 이 사건은 크고 시 의원이 너를 추천 한거니까 실수 없이 잘해 주기를 바랄뿐이다.”

“미친 놈,,,”

  썸머타임 시작되고 얼마 안됐고 엘에이 하늘은 언제나처럼 조용하고 파랬으며 무슨 은행 강도라도 꾸미고 있는 두 청춘이 있다면 데려다가 엘에이 법의 놀랄만한 조악성을 설명해주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테드는 그런 욕을 먹고도 계속 말했다. “한국 아저씬데 돈도 없고 기댈 곳도 없어. 세 명을 쏴 죽였는데 두 명은 실내였으니까 정당방위 성립되고 나머지 한명이 문젠데 거리로 도망 나간 걸 뒤에서 쏜 거야 이게 문제가 돼서 지금 구금 되어있는 건데 도움이 좀 필요해.” 그들은 십 팔년 전에 칼리지에서 처음 만났었다. 스티브는 열 일곱살 때 미국 와서 영어에 자신이 없어 전전긍긍 할 때였다.

 “너 몇 살이야?”

  가 테드가 처음 한 말이었다. 둘이는 동갑이었고 생일이 한 달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둘이 안 친해지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테드 오는 말했다. 

 “나이는 우리들 아버지뻘이야. 검찰은 과잉방어로 엮으려는 것 같은데 이 아저씨가 베트남 참전용사야. 그것도 일반군인이 아닌 특수부대였고 스나이퍼 출신이야. 이런 거 잘 엮으면 무죄 받아 낼 수 있다는 게 우리 엘에이피디 동료들 생각이구. 어차피 총 맞아 죽은 애들 쓰레기였거든.”

  스티브는 곰곰 생각해 보았다.법 공부 하면서 배웠던 말 중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말, 진실은 사랑보다도 위에 있다. 심각한 사랑은 안 해 봤으니까 그 뜻을 절대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치더라도 일단 그 의미는 알 수 있었다. 진실은 그 자체로서 가만 놔두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포장 되어서도 안 되고 도금 되어서도 안 되고, 그냥 그렇게 있어야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골프 클럽을 들고 들어 온 아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월남전 후유증을 강조 하잔 말이야? 그게 그 아저씨 무죄로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구?” 

 “난 변호사가 아니니까 모르고. 하여간 그렇게 생각한다 이거지.” 

 “관선변호사가 맡기에는 좀 무겁다 그건가?”

 “내가 엘에이피디 생활 십년이 넘잖아. 이건 검찰 하는 대로 놔두면 십년 넘게 받을 수 있거든. 그런데 그 아저씨 눈 보고 있으면 이건 아닌 것 같아서.,,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무죄로 만들어 달라?”

 “가능해. 베트남 코드 좀 이용해서. 정신 이상으로 만들면 돼.”

  몇 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자신의 아이들을 밴에다 태우고 불 질러 버린 남자 였는데 어쨌든 그는 감옥이 아닌 정신병원에 있다. 그 일을 그렇게 만든 게 자신인데 도덕적인 불감증이 생긴 건지 죄책감을 못 느낀다. 도리어 자긍심을 느낀다. 감옥 이라는데 이십 사 시간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곳에 사람을 들여보내면서 재판관이나 검사 들은 마음이 편안할까, 그들은 그렇게까지 도덕적이야?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차피 다 불편한 육체를 지닌 한 통속인데,

  껍데기라고 표현하자. 그런 육체를 가지고 인간이 얼마나 도덕적 일수 있는지 모르겠다. 판사나 검사가 좋은 학교를 나와서 그런 자리에 설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하나님이 아닌 이상 재판이라는 것은 코메디다.

테드의 말을 들으면서 스티브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은 좀 만나보고,,,.”

  그렇게 밖에는 대답 할 수가 없었다.  영어와 한국어가 반반씩 섞인 대화는 일단 그렇게 끝이 났다.

 스티브 백 은 사무실로 돌아와서 테드 오 가 다시 보낸 팩스를 들여다보았다. LAPD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그의 파일에는 그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름, 김상철 영어이름, sang kim, 1942 년생 이혼한 아내와의 사이에 피터 김 (28세) 알렉스 김 (26세) 가 있음, 거주지 한인 타운 독신 아파트,  2007년 12월 12일 자신이 근무하던 리커스토어 에서 세 명의 히스패닉계 남자를 권총으로 살해, 그중 한명은 거리에서 살해됨. 당시 이들은 몇 개의 맥주를 훔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들을 방어할만한 무기는 골프채밖에 없었음.  특히나 거리에서 총을 맞은 곤잘레스는 몸에 아무런 무기가 없었음.

  스티브는 여기까지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피해망상증 환자? 아니면 뭐지?   동일 LAPD 는 김상철을 체포 경찰 구치소에 가둠. 다음날 두 시경 보석금이 들어오지 않아 다운타운 프리즌 으로 옮겼음. 12월 24일 첫 재판이 열렸으나 관선변호사를 인정 하지 않아 재판 연기. 보석금 오십만 불로 재판부 판결,  스티브는 더 이상 읽을 필요를 못 느껴 그의 사진을 한번 더 들여 다 보고는 설합 속에 서류를 집어넣어버렸다. 

  지금이 이월중순, 이 개월 정도 감옥에서 지냈으면 대화하기에는 딱 적당한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 가 보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이 이십 사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건 지옥보다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백 변호사가 처음 느낀 건 그는 비정상은 아니라는 거였다. 우선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유리 방어막 넘어 맞은편에 담담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키는 오피트 육인치 정도. 머리는 반 백 이지만 어깨가 휘어지지 않았고 나름대로 위엄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엘에이 거리 아무데서나 마주치는 한국 아저씨들 처럼 평범하지는 않다는 게 스티브의 첫 생각이었다. 

 “스티브 백 이라고 합니다. 변호사 생활 십년 조금 넘었고요. 이런 일을 많이 담당해 보았습니다.” 

  그는 대답했다.

 “파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나는 변호사비 댈 능력이 없는데요.”

 “돈 벌려고 했으면 상법 변호사 했죠. 다행히 아버님이 건물 하나를 물려 주셔서 거기서 나오는 렌트비로 먹고 살수는 있거든요. “

 “공짜로 변호를 해주겠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 나중에 돈 생기면 주세요. 승소했을 경우에 한해서,,”

 “의협심 같은 건가요?”

 “모르죠. 어떻게 인연이 맺어졌으면 친구 아버님이 되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김상철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그는 사우스 센트럴에 위치한 리커 스토어에서 한 달에 이천 오백 불을 받고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가끔 와서 맥주 등을 훔쳐 가곤하던 동네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었고 당시 골프채를 들고 들어왔던 그들 세 명을 권총으로 사살해 버린 것이다.  두 명은 가게 안에서 사살했으니까 정당방위가 성립이 될 수 있는데 세 번째는 거리로 도망 나간 걸 쫒아 나가서 쏜 것이다. 피살자는 아무런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후에 그는 전격적으로 체포가 되었고 50만 불의 보석금이 책정 되었으며 돌아온 월요일 첫 번째 열린 재판에서는 보석금이 이십만 불로 하향 조정되었다.   법원에서는 배심원 재판을 선언했고 배심원들을 다 불러 모으는 기간 동안 재판은 무한 연기되었다. 

 “파일 보니까 베트남 참전 용사셨네요. 특수부대 스나이퍼,”

 “사년 있었어요. 그 후로 바로 미국으로 들어왔고.” 

 “그럼 미국 사신지 오래 되셨네요?” 

 “변호사님 나이하고 비슷할 거 에요.” 

 “그 베트남전에서 있었던 일을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가 잠시 스티브를 쳐다보았다. 

 “재판 때문에 그런가요?”

  “그럼 이 상황에 제가 어떤 이유로 묻겠습니까.” 

 “뭐 얘기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는 많이 망설였다. 

  “마지막 전투 얘기 하나 할까요. 후이타이 라는 지역 이었어요.중대장 하나 잘못 만나면 다 전멸한다는 말을 실감한 전투였죠. 정오 즈음인데 중대장이 전 중대원에게 각각 자신이 몸을 숨길 수 있는 구덩이를 파라고 명령 하더군요. 상당히 넓은 지역에 백 개 가 넘는 구덩이가 타원형으로 파졌죠. 부대에 있던 모든 화기가 그 구덩이들 주위에 놓이게 됐 구요.  꽤나 시간이 지난 거 같았어요. 대충 오백 야드 전방이 새까만 물체들로 덮이게 된 게,,, 막 어두워진 시각이었죠.  사실 그날의 전투는 불필요한 거였어요. 우리 부대를 타겟으로 몰려온 건데 미리 피하고 전투기나 헬리콥터 같은 게 해결을 했었어야죠. 어쨌든 그 검은 물체들이 백 야드 정도까지 다가왔을 때 발포 명령이 내려졌고 얼마나 많이 몰려 왔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쏘아죽여대도 끝이 없이 몰려들었어요. 아비규환 이었어요. 육박전까지 벌어졌을 때는 이제 다들 미쳐 버린 거죠. 총 끝에 칼 꼽고 총검술 하잖아요? 그거 말짱 엉터리에요. 밀림에서 나뭇잎 치는 큰칼 있죠? 그거 외엔 통하지 않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 전투에서 단 세 명만 살아남았어요. 그나마 사지 다 붙어있는 건 나 하나였고.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눈을 떠보니 내가 팬티 하나만 입은 채 논바닥에 엎드려 있더라고요.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다시 기절했고 일어나보니 병원 침대였어요. 몸이 걸레 같았다고 의사가 얘기 하더군요.” 

   스티브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변호사님 폭력 모르고 자랐죠?”

  스티브는 마른 기침을 했다.

  “간접적으로 영화를 통해서는 봤죠. 한국에서,,,중학교 다닐 때 컨닝하다 들켜서 선생님한테 몇 대 맞아 본 게 전부에요. 그래서 그런지 김 선생님 얘기는 너무,,,신기하기도 하고,,,그리고 슬프네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아주 미친놈이 아닌 다음에는 자기가 살기 위함이에요. 동물이 상대방을 죽일 때 자기가 굶어 죽는 걸 피하기 위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스티브 백의 눈에 그는 살인자 이전에 그냥 슬픈 노인으로 보였다. “그날 내가 거리로 쫒아나가 총을 쏜 이유를 경찰들은 내가 두 명을 쏘고 나서 이성을 잃고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 하더라 구요. 아니에요. 순간적으로 생각을 했어요. 나는 그놈들을 잘 알거든요. 그냥 보냈으면 그놈은 분명 기관단총이라도 들고 다시 찾아왔을 놈이에요. 그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나를 보호하려고 한 행동이었어요.” 

  김상철은 손을 떨고 있었다.

 “경찰들에게 그 얘길 했나요?”

 “아뇨. 무슨 얘길 해도 듣지를 않아요. 무조건 변호사 하고만 얘기하라고 하고는 듣지를 않죠.” 

 스티브 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 제 베트남전 이야기가 재판에 도움이 되나요?”

 “아주 많이요.”

 “다행이 군요 난 밖에서 죽고 싶지 감옥 안에서 죽고 싶지는 않아요. 얘들 다 시집 장가가고 마누라도 떠나고 혼자살고 있지만 난 나름대로 행복했어요. 일주일에 육일씩 일 할 수 있는 직장 있고 동네 사람들하고 인사 할 때는 너무 즐거웠고요. 그 불량배 놈들만 없었으면,,,지금도 냉장고 안에서 스탁 하고 있을 텐데,,,”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다음날, 스티브 백은 리커 스토어의 주인을 찾아갔다. 사람을 급히 구할 수가 없어 그랬는지 그는 리커 스토어의 캐쉬어에 앉아있었다. 사람이 셋이나 죽고난후라 그런지 사건발생 후 두 달이나 지났는데도 손님은 별로 없어 보였다. “전화 드렸던 스티브 백 입니다.” 

 “어서 오세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리커 스토어 주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옆문을 열어주었다. 안에는 여분의 의자가 하나 더 있었다.

  “시원한 거라도 하나 드릴까요?”

 “아 네,,,그나저나 맘고생이 심하시겠어요.”

 “사실 그래요. 매상은 반으로 떨어지고,,,더 중요한건,,,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무서워서 못 있겠다는 거 에요. 그 죽은 얘들 친구들 많이 있거든요.” 

 스티브 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아시겠지만, 저는 일단 김 선생님을 무죄로 만들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몇 가지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 괜찮죠?”

 “당연하죠. 무슨 협조를 못하겠어요.”

 “먼저 그분이 여기 얼마나 오래 일 하셨는지 알고 싶은데요.”

  스티브 백은 노트북을 꺼내 메모 준비를 했다.

 “일 년 반 정도요. 광고를 내서 찾아오신 건데 다른 분들은 다 위험한 지역이라 생각했는지 안됐고 그분이 일하게 된 거죠. 처음부터 아예 까놓고 위험한 지역이라고 했더니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보여 주시더라고요. 자기는 권총을 소지 할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라고 말 하시면서,,,”

 “혹시 베트남 얘기는 안했나요?”

 “왜요. 가끔 들었죠. 그 얘기 할 때는 눈빛이 조금씩 달라지곤 했었어요.  별로 하고 싶지는 않은 거 같은데 대화하다보면 가끔씩 튀어 나오긴 했죠."

 “다른 특별한 낌새 같은 것 없었나요?” 

  리커 스토어 주인은 잠시 망설였다.

 “혼자 중얼거리는 적이 많았어요. 언뜻 들리는 내용은 대체적으로 폭력적 이었구요. 죽여 버릴 거야,,,피가 흘러서 보이지도 않는 얼굴,,,등등인데 혼자서 그런 말을 중얼거려요.” 

 “평범하지는 않았군요..”

 “제가 뭐라 말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요. 사실은 일을 그만두게 했어야 했어요. 제 잘못이 크죠. 경찰이 그날 녹음된 씨씨 카메라 내용을 가지고 갔는데 사실 불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주기 전에 녹음을 해 놨거든요,” 

   그는 모니터의 방향을 조금 틀고는 마우스를 움직여 몇번 클릭했다. 화면에는 아무도 없는 리커 스토어의 내부가 등장했다. 얼마 안 있어 골프채 두개를 들고 있는 머리 박박 밀은 멕시칸으로 보이는 젊은이와 역시 히스패닉계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들어섰다.  골프채는 손잡이가 아닌 목 부분을 쥐고 있었는데 한손에 두개가 다 들려 있었다. 카운터는 비어 있었다. 그들이 그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냉장고 뒤로 돌아가는 문 쪽에서 그가 총을 앞으로 내밀고 나타났다. 세 명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다른 한명이 골프채를 뺏아 들고는 높이 치켜들고 뛰어가려다 가슴에 총을 맞았는지 앞으로 쓰러졌고 이어 다른 한명은 옆으로 넘어졌다. 비슷한 시간에 문 쪽에 가장 가까이 있던 젊은이가 바깥으로 뛰어나갔고 그 뒤를 총을 든 그가 쫒아나가고 있었다.  리커 주인은 화면을 빨리 돌렸다.

 “일단은 여기 까집니다.”

 “소리는 레코드가 안 되어 있지요?”

 “있었으면 좀 더 명확하게 밝혀 졌을 텐데,,, 어쨌든 상황은 이렇죠. 김 선생은 냉장고 안에서 스탁 정리를 하고 있었고 그놈들이 들어왔고 냉장고 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던 김 선생은 총을 꺼내들고 매장으로 나온 겁니다. 거기서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어쨌든 김 선생을 발견한 그들은 골프채를 공격형으로 바꿔 쥐었고 바로 총이 발사된 거 에요.” 

 “이상한 일이네요. 걔들은 김 선생님 주머니에 항상 권총이 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 아닙니까.”

 “솔직히 일주일에 한번 오니까 잘 몰랐어요. 들은 바로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씩 와서 김 선생을 약 올리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설명이 안 되는 게 골프채 에요,,,,총을 들고 있는 사람을 골프채로 공격하려 했다는 거 이상하잖아요.”

 “선물로 주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죠. 화해하자고.”  침묵이 흘렀다.  스티브 백이 물었다.

 “죽은 얘들 가족은 만나봤나요?”

 “몇 명요. 그중 한 여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

 “선물로 주려고?”

 “네. 한국 사람들 골프 좋아 하는 거 아니까.”

  그날 스티브 백은 테드 오와 저녁을 먹었다.

 “비디오 봤어?” 

  스티브 백의 물음에 테드 오는 바로 대답했다. 

 “봤지. 나만 본 게 아니라 경찰들 수십 명, 배심원들 전부, 검사 판사 까지,,,”

 “개인적인 의견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죄냐 무죄냐는 변호사의 능력 여하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거야. 하나 참고로 말해두자면 그 세놈 다 전과자야. 마약에 폭력인데 세 놈 다 프로베이션 상태였구.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 되지는 않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셀프 디펜스를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인데 지금 NBC 하고 LA times 에서 이 사건 엄청 비중있게 다루고 있어.”

 “무슨 소리야 그건?”

 “이번에는 진짜 잘해야 된다고.”

  그는 기분이 상했지만 참기로 했다.

 "발사된 총알이 단 세발 이라며?”

 “정확히 심장에 맞았어. 거리로 나간 친구도 마찬 가지였고. 베레타 였는데 경찰들도 그거 그리 쉽게 못 맞추거든. 알다 싶이 베레다 총신이 짧잖아. 아무리 특수부대 출신이라 해도 그렇지 나이도 육십이 넘었는데.,,” 

  스티브 백이 담담히 대답했다.

 “그 미스터 김하고  한 두시간정도 대화하고 나오는데 느낀 게 있어. 본능인데,,,살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룰은 없다는 거지.”

  테드 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경찰이긴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사람한테 총을 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는 계속했다.

 “사십년 전의 베트남과 지금의 엘에이가 어떻게 관계가 있냐고.”

 “모양이야 틀리 겠지만 감성은 같은 거 아냐?  테드는 머리를 흔들었다.

 “어쨌든 사람이 죽었어.” 

 “그런데?.” 

  테드는 얘기했다.

 “내가 진짜 궁금한 거는 씨팔, 어째서 혼자만 살아남고 팬티만 입고 그 사건현장에서 사백 야드나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는 거야.”

  첫 번 째 재판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여덟 시간을 끌었지만 결국 배심원단의 판결 불일치로 보름 뒤로 연결되었다.  다음날 엘에이타임스는 김상철 씨 얼굴을 전면에 실었다. 기사는 살인 사건보다 그의 베트남전 경력에 대한 내용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몇 번의 재판을 거치고 나서 판사가 마지막 할 말이 있냐고 물었을 때 김상철은  예스 라고 대답을 했고 스티브는 너무 피곤해서 재판을 연기했다.  그때 김상철은 이렇게 얘기했다.

 "죽이고 싶은 맘 없었어요. 살고 싶을 뿐이었지." 

그걸 스티브가 재판정에서 그대로 통역했다. 

  다음날 다시 스티브와 김상철은 마주 앉았다. 

 “어제는 아주 피곤해 보이시던데요.”

 “총 있었으면 몇 명 쏴죽이고 자살했을 거에요.”

 “분노가 현재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거 아시죠?”

  김상철은 잠시 기다렸다 대답했다.

 “전쟁에서 살아남는 방법하고 갔겠죠. 냉정한 판단, 분노의 자제”

 “네” 

  스티브는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한번은 트럭을 타고 이동하던 중이었어요. 뒤에 이십명 정도가 타고 있었는데,,,나도 그중의 하나였고요.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고 총알이 날아들기 시작했죠. 운전병은 나랑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는데 그때까지도 사람을 못 쏴서 하늘에다가 쏘곤 하던 친구가 갑자기 람보가 된 거에요. 나중에 들은 얘긴데 총소리가 나고 앞 유리가 깨진 다음 옆을 돌아보니 중간에 앉아있던 동료는 총을 수발 맞아 죽어있고 문 쪽에 앉아있던 동료는 머리의 반이 날아가 있더래요. 그걸 보고 순간적으로 돌아버린 거지요. “

 “분노를 얘기하시는 건가요?” 

 “그건 분노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분노라는 건 뭔가 쌓이고 쌓여서 참을수 없을 때 까지 갔을 때 벌어지는 거고 이건 그냥 한마디로 돌아버린 거지요.” 

 스티브는 담담하게 말했다. 

 “난 재판정에서 분노 했었어요. 하지만 모른 척 하고 있었어요. 왜냐면 살아남아야 되니까요.”

 

 

  한국 국방부에서 보내온 후이타이 전투 보고서와 미국 국방부에서 보내온 내용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다. 장소와 시간 사망자 숫자는 엇비슷한데 하나는 미군이 지원 폭격을 엉뚱한 곳에 했다고 되어있었고 다른 하나는 반시간 늦게 전투기가 도착하는 바람에 한국군 전원이 사망했다고 되어있었다. 한국군 사망자 122명 생존자 3명은 동일했으나 베트남군 사망자는 한국 쪽 보고서가 무려 삼백 명 가량이나 많았다. 715명, 1050명 이었으니까,  그리고 김상철에 관한 내용은 양쪽에 다 있었다.  미국 측 보고서는 포로가 된 김상철을 폭격 후에 다른 두 명의 동료들과 같이 구출한 것으로 되어있고 한국 측 보고서는 흙더미 속에 묻혀있다 탈출해 나온 걸로 되어 있었다.  스티브는 그가 소위 였다는 걸 그때 알았다.  스티브는 한국 국방부 보고서를 영어로 번역해 LA TIMES 와 배심원들에게 일일이 이메일로 보냈다. 여론에 호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재판은 아예 열리지도 않고 연기되어 버렸다. 두명의 배심원이 병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김상철의 흰머리는 더욱 빠져나갔고 눈빛에는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살 목적이 아닌 그냥 분노로 사람을 죽인 적이 있죠." 

  재판이 무한 연기되던 날 코트 룸 에서 김상철은 그렇게 얘기를 꺼냈다.

 “베트남 장교를 한명 잡은 적이 있었어요. 중령이었으니까 상당히 높은 계급이죠. 그럼 일단 고문을 해요. 정보가 필요하니까, 할 만큼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포로수용소로 보내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시작도 하기 전에 나한테 담배를 한대 달라 그러더라고요. 고문해야 되니까 미안하고 그래서 입에 물려줬어요. 불도 붙혀 주고,,,그리고 통역한테 얘기했어요. 어차피 당신네들이 이길 전쟁 아니니까 고생하지 말고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고 포로수용소에 가 있어라. 전쟁 끝나면 평화스럽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뒤로 젖히고 담배연기를 몇 모금 빨더니만 내 얼굴에 침하고 담배를 같이 확 뱉어버리는 거에요. 칼을 뽑아서 난도질을 해버렸어요. 사람 몸에서 피는 분수처럼 튀어요. 나는 그걸 다 몸에다 뒤집어쓰고,,,그것도 성이 안차서 차고 있던 권총까지 뽑아서 탄창이 빌 때까지 쏘아댔고요." 

  두 손을 깍지 끼운 채 입 앞에 대고 있던 스티브가 잠시 물었다.

 “그 사람 죽고 싶어서 그랬나보죠?”

 “그랬을 거에요. 일반적으로 한국 군인들은 고문할 때 거꾸로 매달아놓고 코에 고춧가루 집어넣고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거 죽는 거 보다 몇 배 더 힘들다고 들었어요. 아마 그래서 죽고 싶었나보죠.”

 “끔찍해요. 인간이 인간한테 그럴 수가 있나요?”

 “마키아벨리가 한 말이었나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시킨다고, 당시는 모든 게 정당방어 였어요. 지금 엘에이에서 일어난 일도 그렇고요.” 

  스티브는 입을 다물고 계속 그의 얘기만 경청했다.

 “난 아주 많은 사람을 죽였어요. 스나이퍼 라는게 그렇거든요. 하지만 진짜 살인은 그거 하나에요. 그 중령. 나머지는 그냥 게임 같은 거에요.”

  스티브는 마른 기침을 했다.

 “두 명은 정당방위로 확정된 거고요. 거리로 뛰어나간 놈이 문젠데,,,”

 “밀림에서 사자랑 마주쳤다고 가정해요. 나를 보호할 자동차 같은 거라도 없을 경우, 무조건 쏴야죠. 그 놈이 돌아서있던 이쪽을 쳐다보고 있던 관계없이 말이죠." 

 스티브는 다시 잔 기침을 했다.

 “도망가고 있을 경우는요?”

 “도망가는 게 총이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요. 내가 무서워서가 아니고 내게 총알이 떨어지면 다시 덤벼들라고,”

  쉐리프가 다가와 그를 다시 데려갔을 때 스티브는 자신이 이제껏 경험해 본적 없는 늪 같은데 빠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타운에서 총기 사건이 났다. 오년간 동거하던 여자를 오십대 초반의 남자가 총으로 쏘아 살해한 사건인데 그 후에 그는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을 시도했지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병원에서 다시 깨어나게 된 것이다.  법적으로 육 개월 이상을 같이 살게 되면 결혼신고를 안했어도 부부관계로 인정되기 때문에 그는 와이프를 쏴 죽인 걸로 경찰들은 리포트를 작성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스티브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어차피 누가 봐도 그냥 명확히 살인 사건인데 그게 무죄가 될 리도 없고 스티브가 나선다고해도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형량을 조금 낮추는 거 정도 외엔,  스티브 백이 처음 만난 건 안지호라는 이름을 가진 보석금 회사 사장이었다. 그는 건네받은 파일을 자세히 들여다본 다음 사무적으로 얘기했다.

 “보석금이 백만 불로 책정 됐어요. 십만 불 밀어 넣고 빠져나간 다음 제 삼국으로 도망가는 거, 아니면 변호사님이 보석금을 조금 깎아놓고 적당히 사라지는 방법,, 그럼 차액이 있으니까 변호사님도 조금 챙길 수가 있고,,,”

 “사라지면 모든 책임은 다 보석금 회사가 지는 거 아닌가요?” “인슈런스는 괜히 있나요?”

 “그렇게까지 도와주려는 이유는요?”

 “너무 딱해서 그래요. 최소 이십년인데, 그건 아니죠.”

  스티브는 이마에 주름살을 만들었다.

 “살인의 동기가 뭐죠?”

 “감정의 변화에요. 어쩌면 단순한 거,,”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안지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문제는 권총을 구입한 시기가 육 개월 전이라는 거에요. 일 년만 넘었어도 대충 꾸밀 수가 있는데 ,,,”

 “그러고 싶을 때가 있을까,,,”

  중얼거리듯이 스티브는 그렇게 말했다.

  세 번 째 진행된 재판에서 김상철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스티브 김은 그가 제대 후 미국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던 기록과 세 번 째 피해자의 총기관련 범죄기록을 내세워 김상철의 행동을 정당화 시켰고 또 그에게 동정여론을 보내던 언론의 역할도 한 몫을 했다.  스티브 김은 그를 감옥에서 직접 픽업했다. 재판이 끝난 다음날 석방 절차를 마치느라고 하룻밤 더 그곳에 머무르고 다음날 아침 아홉시에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그는 먼저 담배를 한대 맛있게 피웠다. “차라리 재판 끝나고 프리즌으로 옮기면 거기서는 담배 같은 거도 피울 수 있고 운동도 할수 있고 하는데 여긴 지옥이에요. 사회로 나가든 프리즌 으로 옮기든 둘 중 하나가 결판 날 때까지 있어야 되는 건데 아마도 몇달 더 지나갔으면 자살충동 일어났을 겁니다.”  그들은 도넛츠샾으로 갔다.

  “근데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죠. 변호사님?”

 “팬티 하나만 입고 논에 누워 있었다면서요. “

 “사실은 내가 포로로 잡힌 거였어요. 근처에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이 있었는데 거기로 끌려가 옷을 모두 벗게 된 거고요. 그때 미군 전투기가 폭격을 했어요. 나는 벗겨진 채로 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그래서 살아남았고 서있던 베트공들은 모두 걸레가 됐죠.”

 “정확한 시간에 폭격을 했단 말인가요?”

 “중대장은 나에게 여섯시 반 지원 폭격을 요청했어요. 당시 영어가 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거든요. 장교 포로가 잡히는 바람에 고문을 해서 그 스케쥴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는 무전병한테 일곱 시 반으로 전했고 한 시간이 늦어지면서 우리가 전멸한 거죠.” 

  스티브는 등에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다.

 “왜,,,그런 행동을 하셨죠?”

  김상철은 천천히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자살이 보호본능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슨 말씀이신지,,,”

 “살아남으려고 하는 게 보호본능이죠? 그럼 자살은요? 살아남기를 포기한 건데,,,”

 “그런데요?”

 “영혼이 나마 보호하자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에요. 어차피 죽을 거면 이 공포의 장소에서 하루라도 더 빨리 사라지자,, 내 불쌍한 동료들도 같이 보내주고,,,그래서 그런 건데 흙속에 묻혀있던 내가 살아서 끌려나오고 건물로 들어가기까지 정확히 한 시간이 흘렀던 모양이에요.”

  오싹 소름이 끼치고 있는 스티브에게 그가 한마디 더했다. “전에 얘기했던 베트남군 중령이 나한테 고문 당하다가 그 전투의 일정을 알려 준거구요. 얘기 다 듣고 난후 나는 그를 칼로 난도질 한 거고,,, “살인의 이유는 방어라면서요?”

 “자신을 죽이고 싶은 것도 그중 하나고. 변호사님한테 한 약간의 거짓말도 역시 방어본능 일테고,,,”

  커피잔을 들고 있는 스티브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날 전투에서 이런 일도 있었어요. 베트공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니까 여러명이 정신분열 현상을 일으켰어요. 그중 하나는 총을 놓아버리고 정신없이 손으로 흙을 파기 시작했죠. 중대장이 다가가 그놈 머리에 총을 겨눴어요. 그래도 정신이 나갔는지 소용이 없더군요. 내가 구덩이에서 뛰어나가 그놈 머리에 총을 갈겨 버렸죠. 만약 그때 다 죽지 않았다면 나는 군법회의에 넘겨졌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그러고 나니까 다른 놈들도 모두 정신이 들어 총을 쏘아대기 시작하더라고요.”

 “도데체 몇 명이나 죽이신 겁니까?”

 “내 계산이 맞다면 백 명에서 몇 명 모자라요.”

 “이번 세명을 포함해도요?”

 “네,,, 내가 지금 육십 둘이니까,,,앞으로 십년정도 더 산다고 치고,,,잘하면 채울수 있겠네요.”

 “끔찍한 분이군요.”

 “변호 한게 후회돼요?”

 “약간은요,,,”

 “한사람이 없어져서 열사람이 평화를 얻는다면 어떨까요?”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세뇌되어 있는 거죠." 

  김상철은 커피 잔을 내려놓고 스티브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뭔가 평가를 할 때 자신의 살아온 경험에 의해서 하게 되거든요. 변호사님도 역시 마찬 가지구요.  변호사님이 사십년 전의 한국에서 먹고살기 위해 베트남으로 갔다고 생각해봐요. 기준은 전혀 달라져요.   내 최초의 살인은 대략 사백 야드 거리 떨어져 있던 검은 색 물체 였어요. 그가 내 총 소리와 함께 나무위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걸 본 순간부터 내 속에서는 유리병 같은 게 깨졌어요. 살인에 관한 잡스러운 상상이 담겨있던 유리병 이라고나 할까요,,,그리고 모든 건 쉬워졌어요.”

  김상철은 스티브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스티브는 창밖의 거리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섞이지 않는 세계라는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섞이지 않는 건 아마도 사람의 인생이 너무 짧아서 아닐까,

 

 

  재판이 다 끝나고 난후 각각 22살 23살 이었던 피해자들 중 하나의 누나가 리커 주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날 동생이 집에 있던 골프채 두개를 들고 나가면서 이런 소리를 하더군요. 그 늙은 꼬레아노 하고 좀 친해져야지. 장난 좀 쳤다고 너무 미워하지 뭐야.”  왜 그 얘길 미리 안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뭐가 달라지는데? 어차피 얘는 죽었고 이제 더 이상 무서워할게 없어졌는데, 그런 평화를 가져다준 사람한테 내가 왜 불리한 말을 해?”

 

  제임스 리는 스티브가 보석금을 내리는데 실패하자 무척 상심한 표정이었다. 

  “와이프가 나 몰래 집을 담보로 해서 일차 이차 융자를 해서 전부 제비새끼한테 갔다 줬어요. 보석금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고요.”

  “가게를 팔아도 안 되나요?”

  “지금 경기가 이러니 가게가 팔려야 말이죠.”

  “지금 가게는 누가 관리하고 있죠?”

  “안지호 사장님.”

  “보석금?”

  “네.”

  “제가 한번 만나서 상의해 보죠.”

   안지호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스티브가 들어서자 그는 몹시 어두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충의 스토리를 좀 알고 싶은데요.”

  안지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사람 만난 게 오년 전 쯤이예요. 음주운전에 걸려서 내가 보석금 해결해주고,,,그리고 친형제처럼 가까워 졌었어요. 누구한테 총 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여자가 너무 심했어요. 보통 입 한번 열면 세 시간 동안 안쉬고 떠들 수 있는 특수한 여자에요. 본성이 나쁘지야 않겠지만,,,사람을 미치게 하거든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막막한 얼굴로 스티브는 그렇게 물어보았다.

  “현재로서는 우발적 범행으로 만들어서 형기를 낮추는 방법 외에는 모르겠어요.”

 “그건 가능하겠죠. 그래도 십년은 넘게 나올 거에요.”

 “참 그러네,,,사건 나던 날 제임스 형 소주 반병 마시고 들어갔데요. 형수는 완전 인사불성 상태였고요. 그 상태에서 말싸움 벌어지고 여자가 총을 들고 나왔다죠. 그리고 옥신각신하다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스티브 백이 제임스를 감옥으로 찾아가 반시간정도 대화를 한 다음 일어서려는데  제임스 리가 한마디 더했다.

 “살인을 미학적으로 꾸민다는 건 무리겠죠. 결과만 있고. 과정은 무시되어지니까.”

   스티브는 걸음을 멈추었다.  제임스 리는 계속 말했다.

  “순간 이었던 걸로 기억 되요. 십초 정도 였을까요. 그게 내 살아온 그 긴 시간을 모두 함축 한 거였어요. 대상이 종이로 만들어진 과녁판이 아니고 진짜 사람 이었을때 느껴지는 그 권총의 차가움, 얼마나 매혹적 이었는지,,,계속 상상만 해 오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는 거 상상하실 수 있겠어요?”

 “하나 물어 볼께요.”

  스티브는 돌아섰다.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재판에 관계없이 우리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약속할 께요.”

  제임스도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우발적으로 발생한건가요?”  제임스는 바로 대답했다.

 “그 여자는 내가 떠나는 걸 무서워 했어요. 내가 자기를 얼마나 증오하는지를 알면서도 끝내 떠나지를 못하더라고요. 사실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 일은 정해져 있는 거였어요.” 

  "법은 살인을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눕니다. 계획했던 것과 우발적인 것, 안지호씨는 이 선생님을 보석금으로 빼내고 싶어 해요. 그런데 실패했죠? 제 경험에 의하면 이런 케이스는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려면 일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요. 우발적인 경우에는 심하게는 무죄 까지도 가죠. 그러니까 저는 이 선생님의 솔직한 얘기가 필요 한 겁니다. "

 "내가 숨긴 거라도 있다는 뜻인가요?"

 "있습니다. 하지만 전 관심 없어요. 제가 관심 있는 건 이 선생님한테 도움 될만한 얘기만 숨기지 말고 얘기해 달라는 거죠."

  제임스는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아시죠?"

  스티브도 바로 대답했다.

 "서로가 알면서도 모른척 해줘야 하는 경우인가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까 얘기한 목적 없는 살인이요?” 

  라고 스티브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죠. 분노의 결과니까요.”

 “분노는 목적을 넘어서는 거네요?”

 “그렇게 되나요?”

 “이 선생님이 먼저 도망가지 않은 이유는요?”

  제임스는 살짝 웃었다.

 “살인을 정당화 하려고 했나보죠.,,, 알 수 없는 힘,,,설명 안되는 차가운 끈적거림 같은 거,,,그런거 아세요?”

 “모릅니다. 더 중요한건 법이 그걸 모른다는 거고.”

 “법이 모르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변호사님이 모르신다니,,,불쌍하게 사셨네요.”

  “다시 물어볼까요. 술김에 총이 등장하니까 어떻게 발사 된 거고 여자가 맞았고 다음에 놀라서 자살을 시도 한건가요?”

  “대답하기 싫어요. 한마디만 하죠. 나는 내 머리에 총을 쏘면서 순간 머리를 숙였어요. 그게 본능인지 계산인지는 변호사님 추측에 맞기고요.”

   몇일 후에 제임스 리는 바지를 찢어 만든 끈으로 목을 매어 자살했다. 끈에 목을 들이밀면서 정신세계는 얼마나 황폐해졌을까 생각하면서 스티브는 하루 종일 우울했다.  장례식이 다 끝난 후에 안지호는 스티브를 찾아왔다.

 “괜히 고생만 하셨네요.”

  안지호는 그렇게 인삿말을 건넸다. 

  스티브는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웃어보려니 잘 되지 않았다. 짤막하게 대답만 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잖아요.”

 “혹시 제임스 선배가 그 얘기는 하던가요? 총 쏜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고?”

 “네?”

 “모르고 계시구나, 그날 형이 들어갔을 때 형수가 사채업자랑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둘 다 거의 벗고 있었다더군요. 사채 빛이 이십만 불이 넘는데 그걸 없애는 조건으로 형이 뒤집어쓰기로 한 거 에요.”

  스티브는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는 해 줄 수가 없는 말이었나 보군요.,,난 그래서 형을 빼내서 도주 시키려고 했던 거고,,,아무리 화가 나도 개미 한 마리 못 죽일 사람이에요. 그런데 자기 자신은 죽이다니,,,”  그가 울기 시작했다.  스티브는 감정에 심하게 균열이 생기는 걸 느꼈다.  울면서 안지호는 한마디 덧 붙혔다.

 “인생은 결과만 남는 건가 봐요.”

   

  김상철은 시큐리티로 취직을했다. 늘 차고 다니던 베레타는 집에 두고 오래된 리벌버 매그넘을 허리에 찼다.  

  스티브는 더 이상 변호사 라이센스를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건물 관리나 하면서 가끔 골프나 치고 세월을 보내자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테드 오는 루테넌트로 진급하면서 알함브라 지역을 맡게 되었고 그 지역 유명인사가 되었다.  하루 무료하던 날 스티브는 테드 오를 찾아갔다. 퇴근시간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었는지 그는 밤이었는데도 정복 차림이었고 곧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스티브와 맥주바엘 들렸다. 그를 알아보는 시민들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맥주 두 세개 정도를 마실 때 까지는 그냥 대학시절에 있었던 황당한 얘기들을 하면서 웃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스티브가 조금 진지해졌다.

 “야 테드 살인이 본능이야?”

 “변호사 그만 두겠다며 왜 그런 거에는 관심을 갖는데?”

 “김상철씨 말야,,,권총을 차고 이 엘에이의 어딘가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죽을 사람은 죽겠지. 총을 맞아 죽든 그냥 죽든.”

 “그게 경찰이 할 말이야?”

 [본능,,, ]

  그는 영어를 사용했다.

 [살고자 하는 건 본능 맞아. 죽이고자 하는건 그 방법론 이고. 하지만 경찰이 하는 일은 그 둘 다 아니야. 둘 사이의 갈등이 끝났을때 참견 하는거지. 그게 다야.]

 “말은 되는 것 같은데, 그럼 어떠한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은?”

 [카운슬러 만나서 해야지.]

 “누가 죽던 상관 안 한다 그거지?”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죽는거 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수도 있거든. 자신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무리야. 지금은 오 분 후하고 다르니까. 맥주나 마셔.”

 "살아 있는게 환상이야?"

 "아니 니가 생각하고 있는 그 환상 자체가 환상이야." 

 스티브는 말없이 맥주병만 잡고 있었다. 테드가 다시 말했다.

 "너 십오년 전에 캠퍼스에서 나한테 뭐라 그랬는줄 알어? 난 그냥 비즈니스 어드미니스트레이션 학생이었구 넌 법학 쪽이었어."

 "뭐라 그랬는데?"

 "법이 할수 있는 일이 1%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했었어."

 "기억력도 좋다."

 "너도 알다 싶이 아버지 때문에 지금 경찰복 입고 있는데...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어."

  스티브는 잠시 김상철 씨를 떠올렸다. 베트남전 당시 오백불 정도 받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오십 불 이었다고 했던가, 그 돈이면 가족을 다 먹여 살릴 수가 있었고,,.아주 큰 돈이었다고 했다. 한 명씩 숨어있는 적 들을 떨어뜨리면서 가족을 생각해 가면서, 그는 점점 더 미쳐가고 있었던것은 아니었을까, 그 정신의 황폐함이 얼마정도였는지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럼 나는 대체 무슨 일을 한 거지?"

  스티브의 말에 테드가 대답했다.

 "아마도 우리가 하는 일에는 아무 의미도 없을 거야. 제임스 자살 했을 때 니가 한 게 뭐가 있어?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 아무것도 없다. 미안하다." 

 스티브의 마지막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