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흔적을 발견한 게 보름은 된 것 같다. 윈덱스 로 책상을 닦다가 쥐똥을 발견한 것이다. 마치 쌀알처럼 길쭉한데 그보다는 조금 작고 더 얇은 까만색 쥐똥들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첫날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어쩌다가 떨어진 담뱃재 정도로만 생각했다가 다음날 잘 닦아놓았던 장소에서 전날과 같은 이물질들이 발견되자 그게 쥐가 지나간 흔적 이라는 걸 알수 있었다. 나는 방문을 열고 나가보았다. 쥐똥은 리빙룸 의 바닥 코너로 이어지다가 이어서 문 없이 그냥 연결되어있는 부엌으로 지나가서 씽크대 위로 올라갔다가 수도꼭지 뒤를 지나서 전기밥솥, 커피포트, 마이크로 웨이브 등을 지나가고 있었다.   식탁으로 가보았다. 거기에도 흔적이 있었다. 구조를 살펴보았더니 원형 유리로 된 식탁은 받치고 있는 다리가 안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타고 올라와 다시 또 그 미끄러운 유리바닥을 클라이머 처럼 거꾸로 잡고 올라오지 않는 한 위로 올라올 수 는 없었다. 나는 유리테이블의 코너를 잔뜩 등을 구부리고 기어 올라가는 쥐를 상상해보았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쥐의 발바닥이 무슨 끈끈이도 아니고 어떻게 유리바닥을 거꾸로 기어가 모서리를 돌아 위로 올라간단 말인가. 벽을 바라보았다. 식탁의 한 귀퉁이가 벽에 붙어있었다. 결국 쥐는 별로 미끄럽지 않는 벽을 타고 올라가 식탁으로 점프한 것이었다.  나는 식탁을 한 뼘 정도 벽에서 떨어지게 옮기고 식탁위에 있던 과자봉지를 비롯해 멸치 사과 등을 전부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시 내 방으로 돌아온 나는 내 책상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식탁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모서리가 곧바로 다리로 연결되는 일반적인 책상이 아니고 엑스자로 구성된 다리가 가운데서 나무판을 떠받치고 있고 그 쇠에서 책상의 모서리까지는 반 뼘 정도의 거리가 있다. 유리처럼 미끄럽지는 않아도 역시 쥐가 거꾸로 매달려 갈수 있는 재질은 아니었다. 결국 이곳도 식탁과 마찬가지로 쥐는 벽을 타고 올라와 점프한 것이다.  거기까지 추리를 마친 나는 컴퓨터 선까지 다시 정리해가며 책상을 벽에서 떼어냈는데 책상은 코너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었고 작업이 끝났을 때는 내가 사용하는 공간이 많이 줄어들어있었다.  다음 작업은 쥐가 다니는 길에 대한 파악이었다. 나는 방에 있는 네 개의 창문을 우선 조사했다. 날씨 탓에 세 개의 창은 굳게 닫혀있었고 하나는 담배연기를 뽑아내느라고 반쯤 열어놓고 작은 선풍기를 틀어 놓았는데 역시 방충망으로 외부와는 차단되어 있었고 어디 한군데도 훼손되어 있지 않았다. 방문을 닫아보았다. 바닥의 재질은 나무인데 문과의 틈은 불과 반인치가 되지 않았다. 손톱의 반사이즈나 될까한 아주 좁은 틈이 있을 뿐이었다. 그럼 쥐가 자기 몸을 마치 쥐포처럼 납작하게 만들어서 이방을 들락거렸다는 뜻일까? 옷장위로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다. 긴 의자를 타고 올라가 들여다봤는데 그곳에도 역시 쥐가 들락거릴 수 있는 구멍 같은 것은 없었다. 옷장 속에까지 들어가 기어 다니고 나서야 이건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 갔고 당장 할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인건비를 줄이는 거 밖에 없었다. 우리는 모여서 회의를 했고 두 명의 직원이 다른 일을 알아 보겠다고했다. 나중에 다시 만나서 같이 잘 해보자는 인사말이 오갔지만 공허한 말들이었다.  바이어들은 점점 더 중국산 물건으로 눈들을 돌렸고 나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미리 그쪽에 라인을 만들어 놓았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지금은 자금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하다못해 내 개인 크레딧카드 까지 동결을 시킨 상태라 날마다 그쪽에서 오는 전화가 빗발쳤다. 전화를 받는 김양은 일을 하러 나온 건지 은행애서 오는 전화 받으러 나오는 건지 모를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책상 옆에 컴퓨터 프린터가 있고 그 옆에 다시 낮은 테이블이 있어 그 위에 서류정리용 파일들이 쌓여 있었는데 그 물건들은 각기 반 뼘 정도의 간격들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는 이 모든 물건들 위로 지나갔다. 아마도 쥐는 슈퍼맨처럼 망또를 메고 물건들 사이를 날아다니지 않았을까. 그것도 그렇지만 도대체 이 쥐는 어디로 들어 온 것일까? 나는 나갈 때 담배냄새가 리빙룸 으로 퍼져나갈까 염려해서 방문을 꼭 닫아놓는다. 그럼 쥐는 문을 통과해서 들어 올수는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씽크는 재질이 스테인레스라 미끄럽다. 조그마한 동물이 빠지게 되면 날아오르지 않는 한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전 집안에 있는 음식물들을 전부 찾아 쓰레기통에 넣고 싱크대 안에만 고기 몇 점을 놓아두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원 한명이 회사 이름을 팔고 사채 오천 불을 빌려쓴 모양이었다. 그 사채업자에게서 계속 전화가 왔다. 상대방 전화번호가 찍혀 나오게 되어있는 전화기라 김양은 그 번호가 울리면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그러다보면 그는 다른 전화기를 사용해서 전화를 했다. 대충 열 개 정도 되는 전화를 사용했기 때문에 김양은 한동안 전화를 안 받을 수가 없었는데 아마도 자신의 전화나 팩스, 내지는 만나는 친구들의 전화를 모두 사용 하는 거 같았다. 김양은 그 열개나 되는 전화번호를 모두 메모해놓고 전화가 울릴때 마다 받을 전화와 안 받을 전화를 구분했는데 그 작업이 다 끝나니까 새로운 전화번호가 등장했다. 아마도 그는 길을 걸으면서 눈에 띄는 공중전화가 있으면 사용 하는 거 같았다. 나는 벨이 울릴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파왔다. 그럴 수 만 있다면 건물바닥 어딘가로 녹아들고 싶다든 생각만이 들었다. 김양은 말했다. 저도 이제 악이 받혔거든요. 끝까지 해볼 거 에요.”  나보다 더 강한건지 아니면 나처럼 직접적인 책임은 없는 것이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여성이었다. 말이 안 되잖아요. 회사에서 빌린 돈도 아니고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빌린돈 도 아니고 단지 직원 하나가 회사이름 빌려 쓴 건데 이게 말이 돼요? 그리고 데이빗 김 씨요. 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오천불정도 돌려 쓰는거 그건 가능한데요. 요즘 눈빛이 너무 이상해요.”  단순히 보기에는 그렇지만 사실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김양도 알고 있었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성실한 사람이다. 다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그에게 출근 시간을 줄이고 다른 일을 팟타임 으로 알아보라고 했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회사에 출근하게 되면 그곳에 옛날 같은 재미나 낭만은 없었다. 오로지 돈만 존재했다.

 

씽크대 속의 음식물은 고스란히 그대로 있었다. 결국 쥐는 망토를 입고 날아다니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방안의 책상위로는 그놈이 지나간 흔적이 계속해서 있었다.  인터넷에서 를 검색해보았다.  경계심이 강하여 낯 선 물질은 무엇이든지 조심스럽게 피한다. 평시 주위에 있는 물질에 대해서는 익숙하기 때문에 새로 생기는 물건에 대해서는 일단 경계심을 갖고 광선이나 소음도 쥐의 먹이 섭취를 피하게 하며 먹이를 원위치에서 옮겨만 놓아도 섭취 활동을 저하시킨다. 새로운 먹이에 대해 안심하고 먹을 때까지는 최소한 2일이 소요되고 이와 같은 조심성이 쥐의 생존을 높이는 결과가 되며 살서제를 사용할 때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된다. 굶주린 쥐나 일정한 은신처가 없이 방황하는 쥐는 조심성이 덜하고, 창고나 선창등 이물질이 수시로 바뀌는 장소에 사는 쥐는 새로운 물질에 별로 조심성을 보이지 않으며 쓰레기 처리장의 쥐는 새로운 먹이를 기피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지식으로는 어떻게 그놈이 벽에서도 떨어져있는 책상이나 프린터 위를 자유스럽게 돌 아 다닐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결국 나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상할 정도로 동물이나 곤충 같은 것들에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에 아마도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조목조목 자세하게 설명을 했는데 그는 한참을 가만히 생각하더니 물어보았다. 컴퓨터 놓여있다고 했지?” “응.” “그럼 모니터랑 키보드 마우스 같은 게 위에 놓여있겠네. 내 생각엔 선을 타고 올라간 거 같아. 특히 모니터랑 컴퓨터란 연결된 선은 굵잖아. 쥐가 타고 다니기에는 안성맞춤이지.” “그게 어떻게 가능해? 짐작에 크기가 내 주먹 반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  그는 웃었다. 쥐가 계란을 깨지지 않게 훔쳐가는 방법 알고 있어?”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굴려서 가나?” “그럼 계단은 어떻게 내려가지?” “계단이 없는 곳에서만 훔쳐가나 보지 뭐,,,” “두 마리가 협동해서 가져가 는 거야.” “그럼 계단이 나오면 한 놈이 위에서 떨어뜨리고 다른 놈이 밑에서 받는다?”  그러다가 언뜻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혹시,,,” “응, 한 놈이 계란을 안고 누우면 다른 놈이 꼬리를 물고 끌고 가.”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야.”  전화를 끊고 나서 허브티를 한잔 타 들고는 응접실창가 흔들의자에 앉았다. 쥐는 내 집에 나타났다. 내 집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 이고 어디선가 이동을 해온 것 인데 그 이유는 살아갈 조건이 내 집이 더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에 있던 장소에서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떠나야했고 내 집은 그놈의 필요충분조건을 어느 정도 만족시켜 주었다는 뜻일 것이다. 데이빗 김은 성실한 사람이다. 그런데 왜 파산직전의 회사를 떠나지 않는 걸까,,,  계속 생각해보았다. 모든 생물들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 의지는 본능에서 나오고 그 어떤 본능은 쥐를 이주까지 결심하게 만들었다. 그놈은 자신의 주변 환경을 나름대로 철저하게 분석 했다는 거다. 그놈은 어린 시절에 학교에 다니면서 사람은 무조건 피해라. 아니면 잡혀죽는다 식의 교육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 눈을 피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의지는 교육에 의해 만들어졌을 이성보다는 확실히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그놈은 확실히 나보다 난놈이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밤 아홉시 십분 전이다. 눈에 익은 전화번호, 인도 아니면 타주 어딘가에서 오는 전화,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아침 여덟시 반부터 시작해서 밤 아홉시까지 전화가 걸려온다. 열개가 넘는 크레딧 카드를 육 개월 동안 한 푼도 갚지 않고 버티기 때문인데 이제 지칠 만큼 지쳤을 텐데도 받지도 않는 전화를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해오고 있는 것 이다. 하기사 메이져 뱅크니까 돈이 없을 리는 없고 전화를 거는 인물은 내 핸드폰을 하루에 한번 눌렀다는 이유로서 임무를 다 한 것일 테고 월급을 타 갈수가 있을 것 이다. 전화벨 소리라는 청각적 효과음으로 채무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만으로도 일단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 보담은 났다는 게 그들 수뇌부들의 결정일 테고,  전화벨은 일곱 번을 울리고 끊겼다. 내 전화는 원래는 세번 벨이 울리고 나서 메시지로 넘어가는데 그걸 내가 일부러 일곱 번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들 수뇌부들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처음 한 두 달 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점차 무덤덤해지다가 지금은 전화가 울려도 아무런 느낌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전화벨은 계속 울린다. 근 이십년간 내가 그들에게 낸 이자 돈을 계산 해 본적이 있다. 전화비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이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

 

다음날 저녁에 동생이 집으로 찾아왔다. 무슨 행사가 없을 경우에는 좀처럼 나를 찾아오지 않는 그가 나를 찾아온 건 아마도 쥐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저녁을 먹는데 그가 말했다. 브라질에 사차원개미 라는 게 있어. 나뭇잎을 먹고사는데 숫놈이 나무위로 올라가서 잎을 하나 딱 따면 그 잎사귀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암놈한테 정확히 떨어지는 거지.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든 상관없이 말이야. 신기하지?” “미래를 안다는 거야?” “그러니까 사차원 개미지. 어떻게 보면 사람한테도 가능 할 수가 있어. 우리는 미래를 계획하고 그걸 이루어보려고 노력하잖아. 그런데 그중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 나뭇잎을 떨어뜨리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바람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불어왔기 때문이라고 우겨대지만,,,근데 말야 재밌는 건,,그 사차원 개미의 적중률은 백퍼센트에 가깝거든,, 그럼 누가 더 뛰어난 거지?” “그래 나 개미 보다 못하다. "동물의 행동양식은 우리와는 다르다는 뜻일 뿐이야,,,쥐는 신기한 것도 아니지,,,"  그리고 나서 동생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때서야 자신이 어느 정도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저녁을 먹고 난후에 동생은 내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침대 밑으로 플래쉬 라잇을 비춰 보기도하고 옷장 안으로 들어가 옷들을 일일이 살펴보기도 하고 옷장 위 작은 공간으로 기어들어가기도 했는데 나는 지루해져서 그냥 티브이를 켜놓고 그 앞에 앉아있었다. 일단은 점프력이 대단한 놈이야. 사람도 왜 운동신경에 차이가 있듯이, 쥐들도 있거든, 크기는 꼬리 빼고 대략 사인치정도, 냉장고 꼭대기로 올라가는데 옆 테이블에서 벽으로 뛰었다가 단숨에 올라간 거 같아. 왜 무술영화 보면 나오듯이 말야. 미끄러운 재질도 관계없이 다닌 걸로 보면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올림픽에라도 나갔을거 갔다.” “그럼 씽크대 안으로 안 내려간 건 이유가 뭐야?” “둘 중에 하나지. 배가 불러 있었거나. 아니면 그 음식을 놔둔 사람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킬킬 거리면서 웃고 지나갔을 수도 있고.” “거 은근히 열 받게 하네,” “하나 이상한 건 말이야. 책상 위나 프린터위로는 줄을 타고 올라 간 게 확실해, 하지만 출입구가 없어. 분명히 문을 닫아놓고 나간 다고 그랬지? 그렇다면 이건 미스터리야. 어쨌든 침대 좀 잠깐 옮겨보자. 그 밑은 아직 못 봤거든.”  바닥이 나무였으므로 무거운 침대였지만 쉽게 밀어 낼 수 있었다. 쥐똥들이 어지러이 널려있었지만 바닥이나 코너에는 바늘하나 들어갈 구멍 없이 단단한 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물론 우리 옆집 고양이 빌려다가 몇 일만 놔두면 간단히 쫒아낼 수는 있는데,,,그럴래 아니면 미스터리를 풀어볼까?” “어떻게?” “몇 달 전에 나 가게하나 문 닫은 거 있잖아. 거기 설치되어있던 시큐리티 카메라, 그걸 이방에다가 설치하는 거지. 여기 컴퓨터에다 그냥 연결하면 되니까 일도 간단하고.”  다음날 동생은 퇴근하자마자 곧장 내 집으로 왔다. 카메라는 천장의 한부분에 고정시켰는데 컴퓨터 스크린에는 문에서 시작해 컴퓨터 책상의 끝, 그리고 옷장의 반 정도 들어와 있었다. 방의 반 정도를 촬영 할 수 있는 것이다. 동생은 특히 문의 바닥 좁은 틈을 신경 써서 카메라의 줌을 조절했다.

다음날 나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하루 종일 카메라는 과연 어떤 장면을 잡았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밤에, 동생과 나는 근 두 시간에 걸쳐 쥐가 등장하는 부분부터 사라져 버릴 때까지의 십오 분 정도의 분량을 반복해서 보았지만 쥐는 문을 통해서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그놈은 갑자기 책상위로 나타났다. 그리고 모니터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뒷다리로 책상을 걷어차고 프린터위로 올라간 것이 확실했다. 책상과 모니터의 간격이 반 뼘 정도였는데 그놈은 그걸 바로 점프해서 넘어갔다. 어쨌든 어디로 들어왔는지를 그 카메라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카메라가 책상 밑은 잡지 못했지만 그리로도 쥐가 통과한 거 같지는 않았다. 책상 밑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인데 요술램프에서 갑자기 나타 난 게 아니라면 어딘가로 들어와서 가구들의 밑 코너를 따라 돌다가 컴퓨터 선을 타고 책상위로 올라온 것이다. 우리는 카메라를 반대쪽 바닥으로 옮겼다. 즉 오늘 낮에 촬영이 안 된 부분인 방의 삼분지일 정도에 해당하는 문의 밑쪽과 코너가 녹화 가능한 부분으로 카메라를 옮긴 것인데 그 부분이 거울이어서 설치가 불가능했고 정원에 있던 의자 하나를 들고 들어와서야 작업이 끝 날수 있었다. 방에 엉뚱한 물건하나가 더 들어오게 된 것이다. 시간은 두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가 않아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누웠는데 머릿속엔 끊임없이 책상 위를 기어 다니고 있는 쥐만이 마치 종이에 찍힌 도장처럼, 싸인 처럼 떠나지를 않았다.

 

전화벨이 울린다. 김양은 대수롭지 않게 전화기를 한번 들여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서류로 옮긴다. 전화벨은 계속 울린다. 오늘 또 한명의 직원이 작별을 고해왔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김양이 덤덤하게 말했다. 은행에서 전화 왔었어요. 론 못해 주겠대요. 지난 육 개월 간 스테잇먼이 형편 없다나요. 참 이상하죠,,,잘 나갈땐 돈 갔다 쓰라는 사람들 줄 섰잖아요.. 근데 정작 필요하니까 이런 식이에요,,이게 무슨 경우에요? 자본주의라는 건가요?  나는 그렇게 종알거리는 김양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쥐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본능이 의지라면 숨어 다니는 기술은 학습이 아닌 선대부터의 피에서 물려받은 본능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만약거기에 학습에 의한 지성이 첨가된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음식물을 섭취해야 된다는 의지에다가 취득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이 겹치게 되면 아마도 쥐는 그 신체적 구조나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도시와의 부조화 때문에 전부 굶어죽을 것이다. 지성은 의지를 실천하려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지 사실은 필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성은 금세 지치지만 의지는 그렇지 않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인 날은 그렇지 않은 날에 비해 몸이 더 편안하다. 그게 증거가 아닐까,,뇌에 연결 안 된 근육이 있다면 아마도 그 근육은 쉽게 지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요?”  나는 생각을 멈추고 김양을 돌아보았다. 만약 집 부엌에서 동전만한 구멍이 뚫린 라면봉지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처리할거 같아?”  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서류에 고정시킨 자세로 대답했다.  “일단은 냉장고 안에 있던 음식 외에 밖에 있던 거는 몽땅 버려요 쌀 봉지도 포함해서요. 그리고 바로 친구네 집에 가서 고양이를 빌려오든가 아니면 마켓 가서 끈끈이나 쥐덫을 사오죠.”  어찌 보면 해답이 간단한데 내가 고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은행 관계자를 직접 만나보고 일종의 결정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의 활동은 본능에 더 가까워야 된다.

  밤에 쥐는 모니터에 등장하지 않았다. 아홉 시간 동안 녹화된 분량을 스무 배 빠르게 해놓고 동생과 나는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끝내 내 방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확실히 어떻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놈은 나를 데리고 놀고 있는 중이었다. 몇 명의 인물들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에게는 지성이라는 거짓말과 잔뜩 부풀려진 허위만이 있었다. 내가 지금 이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은 단지 불경기 탓이 아니었다.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떠들어대던 몇 명의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불리하게 되면 모른 척 해버리는 인사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나의 합작품 이었다. 그중의 하나인 데이빗 김 은 차라리 순진하다고 할수 있다. 그냥 회사 돈을 조금씩 훔쳐가는 것에 불과하니까, 어쨌든 다른 사람들 중 두 명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하늘 어딘가에서 수십 만불의 돈이 공중분해 되던 바로 전날까지도 큰소리를 치다가 다음날 잠적을 해버렸다. 내가 중국으로 돈을 보낸 건 확실한데 그 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략 삼십분 간 모니터로 들여다보던 우리는 카메라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버렸다.  우리 어릴 때 한국에서 쓰던 그 쥐덫 기억나? 고기 같은 거 올려놨다가 건드리면 스프링 때문에 건드리면 탁 치는 거, “  내말에 동생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대답했다. 미국에도 그거 있어. 근데 그거 갖다 놓을려고? 열 받았구나.” “고양이는 갖다 놔봐야 쫒아내는 역할 밖에는 못 할거구, 끈끈이는,,,,그래 끈끈이가 좀 났다. 몸이 늘어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고,,숨이 붙어 있으니까,,,고통 스럽구,,, 어쨌든 그 뭐냐 쇠로 된 막대가 뒷다리나 허리를 탁 쳐서 꼼짝 못하게 해야 해.” “되게 이상해졌다. 개미 밟을지 모르니까. 조심해서 걸으라고 하던 사람이갑자기 왜 이래?” “숨어 다니는 것들이 싫어졌어. 아니 증오스러워 졌어.”  동생은 나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물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바늘이 손등을 찔렀어 어떻게 돼지? 당연히 컵을 놓치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하겠지. 그런데 말야. 개미가 물을 마시고 있는데 날카로운 물체가 떨어져서 개미의 몸이 반이 잘렸어. 개미가 어떻게 했을까? 거품 물고 기절했다가 죽었을까? 그게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물 마시다가 조용히 죽는 거야.” “그런데?” "반응의 정도가 너무 주관적이라고 생각지 않느냐는 거지." “오늘은 왜 쥐가 방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개미를 쥐로 바꿔 봐바. 그들은 형처럼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 한마디로 관심이 없어. 본능대로 움직이다가 아니면 말지,,,식이지..."  나는 말을 돌렸다. 혼자 묻고 혼자 대답했다. 몇 일째 계속 헛탕만 치니까 이제는 다시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거 아닐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하나, 새로운 물건의 등장 때문일 꺼 야. 카메라 설치하려고 들여다 놓은 그 의자 말야. 쥐는 익숙하지 않은 소리나 물건 등은 일단 피하고 보거든, 방안에 옛날처럼 술안주로 먹던 쥐포 쪼가리나 과일 등이 그대로 놓여있고 그 의자가 없어진다면 쥐는 다시 돌아올 거야.”  침묵이 흐르고 티브이에서는 네브라스카에서 벌어진 은행강도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 그렇다 치고,,, 내 비즈니스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건 내가 다 인정하겠는데,,,그만하자고,,,이건 어디까지나 쥐 얘기고,,,도대체 그놈은 어디로 들어온 거야?” “나도 사실 그 얘길 먼저 하고 싶었어.”  그는 그렇게 내말을 받더니 빠른 말투로 이어갔다. 파이 이야기라는 소설 읽어봤어? 마지막에 이런 얘기가 나오지. 도쿄를 뒤집어서 탈탈 털면 온갖 동물들이 거기서 떨어져 내릴 거라구. 호랑이, 구렁이, 심지어는 코끼리두 말이지, 현대적인 도시 강아지들도 사람 손에 들린 줄에 묶여서 다녀야 하는 곳에 그런 것들이 숨어있어. 동물들은 우리랑 달라.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을 볼 수 있거든. 어떤 갶이 있을거야. 쥐는 그곳을 통과해서 다니는 것이고.,, 이 도시에 얼마나 많은 고양이가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고양이 시체 본적 있어? 물론 가끔 차에 친 고양이는 볼수 있지.,,그건 사고기 때문에 걔들도 자기 계획대로 사체를 옮길 수 없었던 거고,?  머리가 아파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 해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답은 알 수가 없었다. 일단은 쥐 잡을래. 다른 얘기는 나중에 하고. 근데 그 쥐덫 어디서 사지?” “너무 힘들어 보인다. 그러지 말구 잠시 쉬어,,

 

3day notice 를 받은 것이 다음날 이었다. 건물을 비어주던지 렌트비를 주던지 결정하라는 내용이었다. 매니지먼트 회사하고 짤막하게 통화를 한 뒤에 김양은 말했다.  너무 힘들어 보여요. 하지만 그럴 필요 없거든요.”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라는 걸,,,일이 파장이 너무 커진다. 자전거는 어쨌든 굴러가야한다. 멈추면 넘어지게 되니까. 사채 알아봐 바요. 일단 렌트비는 막자구요.” “사채? 그런 거 써서 제대로 됐다는 말 들어 본적이 없는데.” “일단은 그렇게 렌트비는 막아놓고 보자 구요.”  얼굴 표정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녀는 계속 말했다.  미 수금액의 십분의 일만 들어와도 해결되는 일이잖아요. 수 천 만불 돌리는 회사도 당장 급한 몇 십만 불 못 갚으면 넘어가는 거에요. 과테말라 김 사장님 다음 주에 오만 불 가져 온다 그랬거든요. 그때까지만 임시로 버티자 구요. 돈은 손안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니지만 김 사장님 경우엔 확실해요. 아니면 자기가 죽는데요,,,아침에도 통화했어요. 한주만 버티면 된 다구요. 한 몇일 차 몰고 타주나 멕시코 같은데 여행이나 하고 돌아오세요. 내가 알아서 처리하고 있을게요.

  그날 저녁에 나는 컴퓨터를 켜고 녹화한 쥐를 관찰해 보았다. 책상위에 나타난 쥐는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습관적으로 발을 빨리 움직 일수 없는지 급하게 몇 걸음 걷다가는 곧 멈춰 서서 뾰족한 주둥이로 책상 위 냄새를 맡다가 곧 공중으로 돌려 킁킁거리며 두리번거리는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것은 먹이를 찾으려고 하는 행동으로 보기에는 그렇고, 어떤 형태의 놀이를 혼자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놈은 내가 없는 공간에서 혼자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다운타은에서 느끼는 감정과 흡사했다. 시간을 쟤 보았더니 약 삼분 간이었다.  그렇게 책상위에서 놀던 놈은 갑자기 사라지더니 프린터위로 뛰어 올라왔다. 행동이 워낙 민첩해서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어떻게 움직였는지 모를 정도였다. 거기서도 놈의 움직임은 전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연신 킁킁거리고 조그마한 머리를 좌우로 혹은 위아래로 흔들며 맴도는 정도였다. 그리고 미끄러진 것인지 뛰어오른 것인지도 분간이 안될 정도로 빠르게 프린터 옆의 작은 테이블로 올라오더니 다시 사라졌다가 컴퓨터 책상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쥐가 혼자 연출한 극은 정확히 팔분 삼초짜리 였는데 그 후로 쥐는 다시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열 번인가 반복해서 보았다.  이제 그만보자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밤 열한시였고 동생이었다. 자는데 방해한 거 아니지?” “아니”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전화한 건데, 그 쥐, 그 집에 사는 쥐가 아니야. 쥐는 이빨이 계속 자라기 때문에 어딘가에 다가 갈아야 되는데 그 집에는 그런 흔적이 없어. 지하실까지 샅샅이 조사해 봤거든.” “그게 중요한 문제인가?” “이민 온 거랑 유학 온 거랑 차이가 뭔지 알어? 아니 이민 온 거랑 관광 온 거라고 하자. 쥐는 그 집에 별다른 애정이 없어, 다시 말해 먹을 게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다시는 안 올 거라는 얘기야. 아마 쥐덫 같은 건 구할 필요도 없을 거야.” “나 지금 멕시코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지금 ? 왜?” “그냥 바람 쏘이러.”  열두시가 넘어서 우리는 출발했다. 오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무작정 달려가기 시작 한 것이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었는데 특별한 내용은 없고 공허한 내용뿐이었다. 오른쪽으로 바다가 나타나고 핵발전소가 나타나고 철다리를 지나고 805 프리웨이가 모습을 보일 때까지 그런 대화는 계속되었다. 나는 오랜만에 샌디에고 다운타운을 보고 싶어서 805로 갈아타지 않고 오번을 고수했다. 동생은 나에게 뱅크럽시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것은 답이 아니다. 기껏해야 은행 빛 갚는 거 잠시 중단한다는 선언일 뿐이다. 뱅크럽시와 관계없이 개인적인 채무 문제는 죽기 전에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국경을 통과한 우리는 티화나의 한 상점에서 큼지막한 데낄라를 한병 샀다. 로사리또를 그냥 통과하자 동생이 물었다. 어디까지 갈려 구? 지금 네 시가 넘었어.” “날 샐 때까지 계속 가보자 그럼 어딘가 나오겠지. 김양은 몇일 있다 오라 그랬으니까,,,” “엔세나다도 넘어 가려 구?” “좀 자라,,”  운전을 하면서 계속 데낄라를 마셔댔더니 시야가 조금 흐려지긴 했지만 운전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90마일정도의 속도로 나는 해변도로를 질주했다. 오른쪽에는 검은 바다와 회색하늘이 선 하나로 맟 닿아 있었고 차의 헤드라잇이 미치지 않는 양옆의 별들은 아주 가까이서 부지런히도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다른 차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엔세나다를 통과 했을 때가 거의 다섯 시 경 이었는데 십분 정도 더 달려가던 나는 흰색 바리케이트 앞에서 차를 멈춰야만했다. M1 소총을 들은 군인 하나가 다가오더니 술 냄새가 난다고 손을 휘휘 저었다.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웃어주었다. 어디 가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바하 캘리포니아를 보러 여행 중이라고 답해주었다. 그는 더 이상 갈수 없다고 했다. 무슨 비자 같은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십 불 짜리 한 장을 집어주고 한 시간만 내려갔다가 올라오겠다고 사정을 하니까 바리케이트를 올려주었다. 차는 다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검은 바다에 시선을 두고 꼼짝도 않던 동생이 입을 열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온 새 한마리가 앞 유리창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부딪치며 사라진 순간이었다.  어찌 보면 행복한 최후야 그치? 구십 마일로 달리는 차에 받혔으니 죽는데 일초도 안 걸린 거잖아.” “어쨌거나 나는 미안하네,,저렇게 갑자기 날아드니 피할 방법도 없고,,” “그 반대라니까,,, 죽은 새가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 이라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어, 먹이 구하러 다녀야지,,,짝 구해서 연애도 해야지,,,애새끼도 만들어 키워야지,,,아마 머리가 돌고 있었을 거야. 소위 신인지 자연인지가 만들어놓은 이 세상에서 너무 힘들다가 이렇게 신나게 달리던 차를 만난거구. 행운이지.” “그렇다 그러자.” “그나저나 나 이혼해야겠어?” “그 얘기 이제 지겹다.” “아니 이번엔 진짜야 변호사도 만나봤어.” “이유가 뭐라 그랬지?” “그게 글쎄,,,말을 할 수가 없다는 거지,,,변호사 놈은 짜증을 내데,, 대답을 못하니까,,,근데 그게 이유거든,,,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와이프도 마찬가지고. 의미가 없어. 집안 공기는 항상 무겁고. 말은 서로 못하고,,,”  그는 계속했다. 고뇌와 고통이 지옥에 있다면 그곳에는 행복도 있다는 뜻이 되고,,,홀로 존재 할 수는 없으니까, 천국에는 그 한쪽을 무시 할 수도 있는 천재가 있고 고로 천국은 더 끔찍하다.”  두 손을 깍지 끼운 채로 뒤통수를 받치고 그는 시선을 어둠의 바다 쪽으로 고정 시키고 계속 중얼 거렸다.  "합쳐지려는 두 써브젝은 이유를 가지고 있지. 헤어지려 할 때도 역시 마찬 가지고. 하지만 이미 합쳐진 게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상태는 이유가 없는 거야.  너 행복에 겨워서 병이 났구나.”  그러다가 우리는 다시 댓 명의 군인들에 의해 저지당했고 이번에는 링컨대통령 초상화가 통하질 않았다. 비자가 없이는 더 이상 내려 갈수가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번엔 잭슨 대통령 초상화를 두 장이나 꺼내주고 통과 할수 있었다. 바하 캘리포니아 끝에까지라도 가겠다는 거야 지금?” “거야 삼일 간 달려가야 되니까 좀 무리고,,”  엔세나다 에서도 두 시간을 넘게 내려왔으니 어딘지 도통 집작이 되지 않았다. 식당이 하나 나타났는데 문은 열려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일단 가장 바다에 가까운 쪽의 테이블에 앉았다. 데낄라도 아직 반병이 남아있었다. 쥐랑 같이 살수도 있잖아?”   하고 동생이 말했다. 느낌이 싫어서 그래.” “와이프가 쥐가 됐어.” “어쩌다가?” “그건 나도 모르지. 좌우간 숨어 다니기 시작 했다고. 특히나 눈빛은 쥐 쪽에 더 가깝고.”  내가 아무 대답 없이 주방에서 허락 없이 들고 온 잔에다 데낄라를 따르고 있는데 그가 또 다른 말을 했다. 안톤 슈낙 기억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거기 보면 이런 대목 나오지,,,이른 가을아침,,공원에 죽어있는 새의 시체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거 순 거짓말이야. 새 시체는 그리 쉽게 볼수 있는 게 아냐.  다른 동물들이 금방 다 뜯어먹어버리거든, 아까 우리 차랑 멋지게 키스한 그 새가 지금 어떻게 됐을까? 다 분해 됐을 거야.”  데낄라를 원 샷 하고 나니까 새벽빛에 반짝이던 바다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동생은 많이 취한 모양인지 계속 지껄여댔다.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고양이들은 죽으면 다 어디로 가는 거야? 사고로 죽은 경우를 제외하면 고양이 시체는 다 없어지잖아? 코끼리 무덤을 정말로 찾았기 때문에 시중에 상아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 “아니면?” “그냥 살아있는 코끼리의 상아를 자른 거야. 그런데 상아는 백년이 지나도 그 상태가 그대로 보존되거든, 그러다보니 그 소량의 상아들이 쌓여서 지금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거구.” “그럼 고양이는?” “지구는 돌잖아. 돌면 일종의 자장 같은 게 생기거든,,그 자장은 일종의 공간 같은걸 만들고 사람은 대뇌가 너무 발달하는 바람에 그런 걸 모르거든,, 동물들은 다 알고, 제삼의 공간 이라는 게 있어,,쥐는 거기서 찾아봐야지,.” “그럼 쥐가 내 방에 드나드는 건 음식 말구 무슨 이유지?” “본능,,그리고 뭔가 원하는 것,”  그런 식의 대화를 하다가 나는 차에 들어가서 잠이 들었는데 식당 관계자가 차문 유리를 두드려 깨운 것이 오후 한시였다. 나는 뒷좌석에서 동생은 운전석 옆자리에서 자고 있었다.

 

쥐는 몇 일째 움직인 흔적이 없었다. 나는 집에 들어가면 제일먼저 쥐가 움직인 흔적을 조사 하는 게 습관화 되어있었는데 이제는 편집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놈을 다시 불러오는 방식으로 과자를 택했다. 과자 부스러기를 내 책상 위와 부엌에다가 떨어뜨려 놓은 것이다. 그리고 삼일 후에 과자중의 일부가 사라진 걸 발견 할 수 있었다.   나는 쥐덫대신 끈끈이를 사왔다, 한 팩에 두개가 들어있는데, 하나를 방에다 놓고 다른 하나를 리빙룸 에다 놓았다. 끈끈이 가운데에는 고기를 한점 올려놓았다. 그 작업을 하면서 나는 놈이 끈끈이에 잡히게 되면 바로 변호사를 불러다 뱅크럽시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둘은 형태야 어쨌든 결과는 비슷한 것들이었다. 발가락 중 단 하나만이라도 끈끈이에 붙어버리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발가락을 잘라버리고 도망치지 않는 한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 많은 몸의 부위가 끈끈이에 붙게 되는 것이다. 나는 발버둥 치다가 몸통까지 끈끈이에 늘어 붙어 괴로워하는 쥐를 상상해보았다. 잔인한 쾌감이 느껴졌다. 모니터로 본 그놈의 눈빛은 마치 흑진주처럼 반짝거렸고 어떤 날 밤 술에 취해 잠시 잠들은 내 꿈에까지 찾아왔었다. 당시의 그놈은 아마도 내가 잠이 들면 책상위에 나타나 잠이든 걸 보면서 킬킬거리고 웃었을 것이다.

  데이빗 김이 사라진 월요일 이후로 전화가 빗발쳤다. 한 달 동안 그는 여섯 군데의 업체에서 칠 만불 어치 가량의 물건을 가져왔고 사만불정도 수금한 돈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김양의 조사에 의하면 창고에 있는 물건과 컴퓨터에 있는 목록이 십만 불정도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는 한 달 만의 물밑 작업으로 이십만 불 가량을 가지고 사라진 것이다. 하기사 죽이려면 확실하게 죽이는 게 낫다.

  금요일 저녁에는 구석에 놓여있던 끈끈이가 홀의 중간으로 옮겨져 있었다. 고기가 상했을까봐 비스켓 으로 바꾸어 놓은 지 이틀만의 일이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움직이는 생물이라고는 쥐가 유일했다. 결국 끈끈이는 쥐가 옮겨놓은 것이다. 아마도 아주 조심스럽게 끈끈이에 몸이 닿지 않게 조심해가며 주둥이로 끈끈이의 모서리를 밀어서 홀 중앙에까지 밀어 놓았을 것이다. 어디선가 비웃음 소리가 환청같이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건 어차피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인간이 쥐 보다 못하다는 결론을 내려야 했던 지난 삼 개월은 슬프다.

망토를 입고 쥐 처럼 날아다니고 싶다.

바램은 바램으로 끝내야 할 것 같다. 내 집의 지하실 어딘가를 본부로 삼은 그런 녀석들 까지도 내가 신경을 써야 하는가, 나는 심각한 신경쇠약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