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아마도 모 든 일의 시초는 한국에서 처남이 도착한 다음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와이프가 절약해가며 꼬깃꼬깃 모은 돈 이 만 불을 한국에 송금한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불안했었다. 내가 밤 청소를 하면서 이 천불 정도를 벌고 와이프가 식당에 나가서 천오백 불 정도를 벌었는데 살림이 빠듯하긴 했지만 그래도 먹고 살 만은 했고 주말엔 가끔 외식도 나가곤했었다.
  처남이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무슨 산이 하나 들어오는줄 알았다. 일반인보다도 조금 더 왜소한 나의 체구 탓이었는지 그가 “처음 뵙겠습니다. 매형.” 하고 인사 했을 때 마치 동화에서나 보던 붉은 곰과, 그를 올려 다 보고 있는 토끼를 떠올려야했다. 운동선수 출신이라는데 내 눈에 그는, 키가 거의 천정에 닿을 정도였고 몸무게는 나의 거의 세배 정도로 보였다.
 
투 베드 룸 아파트였기 때문에 졸지에 우리는 방 하나를 양보하고 내가 가끔 리빙 룸 에서 자는 정도로 결론을 봤는데 문제는 이친구의 식성이었다. 새벽에도 끊임없이 냉장고 문을 열고 닫았고, 마침 그런 날 내가 리빙룸 에서 자고 있을라치면, 그는 내 앞을 통과해서 부엌으로 가야했는데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걷는다지만 워낙 무거운 체중 때문인지 바닥이 꺼지는 듯한 육중한 소리가 내 무의식을 깨우곤 했다. 서서히 불면이 시작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머리가 아프고 몸이 찌부드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단지 그가 한밤중에 여닫는 대 여섯 번의 냉장고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다 셋이 같이 마주 앉게 되면 그의 입에서 꼭 나오는 한국에 있는 몇 억짜리 아파트 얘기 때 문만도 아니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무시에서 경멸로 경멸에서 다시 무시로 옮겨 다니고 있었다. 냉장고는 점점 야위어갔고 와이프는 나에게 손을 내미는 빈도가 점점 심해져갔다. 마켓 비용 때문 이 아니었다. 그나마 빠듯했던 돈이 어딘가로 자꾸 새나가는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어차피 재혼이다. 내게는 스물 한 살 된 독립해나간 딸이 하나 있었고 와이프에게도 역시 또래의 딸이 있었는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잘 아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 빠듯한 살림이나마 의지해 보자고 합치게 된 것 뿐 이었다. 그게 불과 일년도 안 된 상태였다.
 
아내의 귀가시간이 점점 늦어져가고 있었다. 두시, 두시 반, 세시,
 
하루 와이프는 새벽 다섯 시에 들어왔다.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모른척했다. 다음날도 그녀는 새벽 네 시 가 돼서 들어왔다.
 
잠깐 얘기 좀 할까?
 
무슨 얘기 나 피곤해.
 
남자 생긴 거야?
 
“자기야 나 기본은 하고 살아.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래?”
 
“그건 아는데. 좀 쇼킹한 얘기로 말문을 열어야 대화가 될 것 같아서,,,언제부턴가 우리는 대화를 안 하기 시작했어.”
 
대화를 시작 안했다는 뜻이잖아.
 
“그것도 말은 되고,,, 우리 이렇게는 오래갈 거 같지 않은데.”
 
나도 느껴.
 
“이러려고 만난 거 아니잖아. 원인을 일단 없애고 좀 더 냉정하게 살아 가보잔 말이야.”
 
말 나온 김에 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매도 먼저 맞으라고 하지 않던가,
 
처남 도박하지? 그 때문에 당신 돈 더 필요해져서 이렇게 늦는거구.
  아내는 머리를 흔들면서 일어났다.
 
“걔 서울에 있는 부동산 반값에 내놨어. 그 돈 들어오면 조그만 비즈니스라도 하 나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그날은 지나갔는데 다음날부터 냉장고 문을 여닫는 처남의 손길이 전보다 많이 거칠어 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날들이 계속 지나갔다. 우리는 한 공간에서 따로 답답한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 것이 토요일 저녁이었다. 처남이 열두신가 들어오고 와이프가 새벽 두시쯤 들어온 날이었다. 내가 맥주 캔을 네 갠가 비웠을 때였다. 반말 지꺼리를 하고 있는 처남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아예 방으로 들어가는데 그의 한마디가 내 뒤통수를 친 것이다.
 
왜 미국에는 그지 새끼 들 뿐이 없는지 몰라,,,
 
내손에 들려있던 맥주 캔이 날아갔다. 처남이 내 팔을 잡았고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는데 아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든 일은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냥 이렇게 조용히 끝내자.
 
라고 나는 말했는데 와이프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때린 적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다. 나는 쓰러졌고 이빨이 나갔는지 입에서 피가났다. 열 살 이상이나 차이가 나는 처남에게서 폭행을 당하고 나니까 내가 이성을 잃었는지 처남의 소유인 옷장에 있던 야구배트를 들고 나왔고 처남은 어깨에 두 번 등에 한번 얻어맞고 발목의 뼈가 부러져야했다.


  십분 후에 경찰차가 도착했고 나는 무기력하게 수갑에 채워져서 경찰차의 뒷좌석에 실려가야했다. 경찰 유치장에서 하루를 보낸 나는 다음날 관선변호사하고 마주 앉았는데 그는 내 죄목이 폭행에 살인 미수라고 했다.
 
[그럼 내 이빨은?]
 
[그건 증거가 없구.]
 
[말이 안 되잖아?]
 
[그럼 당신이 먼저 신고를 했어야지.]
 
보석금이 이십만 불 이었는데 나를 빼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경찰서 유치장에서 이틀 밤을 지내야했는데 그때부터 나의 단식이 시작 되었다. 제대로 된 음식을 갖다 줘도 넘기기 힘든 판에 거기서 주는 음식은 먹을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삶은 콩을 갈은 건지 누리끼리한 죽 같은걸 찐 알량미 위에다 부어놓고 그 위에 토마토 한 조각을 올려 놓은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후식이라고 싸구려 사과 한톨을 주고는 했다. 나는 음식을 고스란히 남겨놓았다. 그리고 삼일 후 에 나는 카운티 형무소로 옮겨졌다.
 
그로부터 이틀 후에 나간 법원에서는 나보고 합의를 하고 두 달 간 형무소 생활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재판을 할 것인지를 물어보았다. 변호사의 제안은 이랬다.
 
[당신은 이런 일에 생소 하겠지만, 나는 너무 잘 알거든, 그냥 합의보고 들어가,, 한 달 정도면 나올 수 있는 거니까,, felony(중범) 도 아니고 경범으로 처리하는 것도 합의 보았고,,,]
 
그렇게 나의 형무소 생활은 시작되었다. 네 개의 방이 정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있고 각 방에는 모두 백 오십 명 정도의 인원이 수용되어 있었다. 물론 밤에는 네명 씩 잘수 있는, 이층침대가 두개 배치되어있는 방으로 옮겨가고는 했지만 대개의 시간은 거기서 보내야했다. 화장실을 사용한다거나 샤워를 할 때 에도 몸은 전부 유리로 노출되었다.
 
나는 인간이 아닌 동물이었다. 나는 계속 음식을 거부했다.
 
첫날 동료(?)들은 웃었다. 물만 받아 마시는 나를 보면서 그들은 킥킥대고 있었다. 둘째 날도 역시 나는 물만 받아 마셨다. 그들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실제적으로 나는 칠 일째 굶고 있는 셈이었다. 그곳에서의 셋 째날, 나는 다시 물만 받아 마셨다. 그들의 표정은 심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넷째 날, 나는 좀 높은 사람에게 불려갔다.
 
[미스터 킴, 그렇게 굶으면 안 되는 데.]
 
라고 그가 눈썹을 올리면서 말했다.
 
[경찰서에서부터 내리 안 먹었다면서?]
 
[난 동물이거든.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났지.]
 
[왜 동물이지?]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와서 다시 확인해 보던지.]
 
열 받은 김에 더 말했다.
 
[내가 잘못되면 당신에게 책임이 돌아가겠지? 그래서 이 몸 하나로 공갈치고 있는 거다. 우리에게도 최소한의 휴머니즘 이라는 게 있어야 되는 거 아냐?]
 
[미스터 김. 여긴 나름대로 전문가들이 만든 데야. 벌 받으라고 만든 곳이거든. 얌전히 있다 나가. 한 두 달 금방이잖아.]
 
[그건 이해하는데. 그래도 남들 보는데 오줌 싸고 똥 싸라고? 그렇게까지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었다고.?]
 
[당신은 모르는게 너무많아.]
 
  다섯째 날, 다시 물만 받아 마시는 나를 교관들이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그날은 작은 소란이 운동장에서 있었다. 점심식사시간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한두 시간 정도 소일하는 중이었는데 두 명의 멕시칸이 싸움을 한 것이다. 무슨 갱 문제 같은 건 아니고 그저 주고 받던 공을 잘못 다뤄서 야기된 문제라고 나중에 들었다. 한명이 왼쪽 볼에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죽일 듯 달려들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까 그 자리에서 둘 다 거짓말처럼 동작을 멈추어 버린 것이다. 그들은 다른 말리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었다. 하지만 더 놀란 건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 두 명의 간수가 요란하게 달려와 끌고 갈 데까지 그들은 엉거주춤하게 서서 입을 반쯤 벌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니까 내 눈은 일반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굶주림 때문인지 아니면 분노 때문인지, 거기엔 마치 영화를 찍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듯 싶은 귀신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섯째 날에는 몸을 움직일 수 가 없었다. 다들 운동장에 나가고 혼자남아 비스듬히 누워있는데 그가 다가왔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남미계였는데 나 같은 우발적 폭행이 아닌 진짜 살인미수로 이십년을 받아서 곧 스테이트 프리즌으로 옮길 거라고 다들 알고 있었다. 그는 키가 장신에 구릿빛 얼굴이 꽤나 잘생긴 청년이었다. 몇 일 전에 그의 눈빛을 처음 발견했는데 그 눈빛이 나에게 곧장 다가왔었다.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그 눈빛은 웃으며 나를 ‘big bro’ 라고 불렀고 그 후로 우리는 가끔씩 대화를 나누곤 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피하는듯했다.
 
[그러지 말고 뭐 좀 먹어. 살아야 나가서 복수를 해주던지 할 거 아냐.]
 
[말할 힘 도 없다.]
 
[마지막으로 인사 하려고. 나중에 또 봐. 미스터 김.]
 
[무슨 소리야?]
 
[응. 오늘 열두시부터 야구경기가 있어. 좀 있으면 시작되는데 꽤 흥미 있는 시합이지. 레드후드 그 흑인 놈 들이 저번 시합에서 졌거든, 교관 놈 들도 그 경기 보느라고 정신없을 테고, 그때 담 넘어 갈 거야.]
 
[어떻게?]
 
[테이블 있지? 그 위서 철조망까지 십오 피트야. 거기 덮을 담요도 숨겨놨고. 그놈들 이분만 에 한번 돌아오니까. 그때 뛰면 되거든. 나 내일 프리즌 으로 옮겨. 그럼 끝이야. 기회는 오늘 뿐이지.]
 
그러고 보니 그가 몇 일전에 있었던 재판에서 십 오년 형으로 최종 확정되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운동장에 총 든 놈 몇이서 지키고 있는지 알고나있어?]
 
그는 시익 웃었다.
 
[나 바보 아니야. 그 운동장이 아니고 화장실 뒤쪽이야 내가 거기 안 쓰는 문을 몇 달에 걸쳐 조금씩 부셔놨었거든. 지키는 놈들은 십 분에 한번 씩 돌아오고. 그리고 오늘 식사당번이 그 테이블을 만질 수 있잖아. 그 친구 하고 짰거든. 그 친구는 그냥 안 쓴 것처럼 접어서 벽에다 세워두기만 하면 돼. 십 야드 정도 떨어진 거리에다 말이야. 거기가 그 화장실하고 몇 피트 안 떨어진 곳이지. 몇 달 동안 준비한 거야.]
 
[그래? 행운을 빈다. 근데 나가서 사람 죽이지는 말아. 그냥 몇 군데 분질러 버리기만 하란 말이야.]
 
그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고 있더니 어디서 구했는지 내손에 말보로 한 갑 을 쥐어주고는 내 다리를 두 번 두들기고 밖으로 나갔다.

  피터 페르난데스는 그렇게 잠깐 내 삶의 한 귀퉁이에 들어오게 되었다.

  일곱 번째 되는 날 나는 다시 그 교도관의 사무실에 앉아있어야만 했다. 나이는 내 나이 정도, 다른 교도관들은 그를 루테넌트로 불렀다. 아마도 이곳의 총 책임자인거 같았다. 앉아있기도 힘들어 비스듬히 있는데 그가 삶은 감자를 하나 내밀었다.
 
[더 칼로리 높은 건 먹지도 못해 현재로선 이게 최선이다.]
 
내 평생에 그렇게 맛있어 보이는 감자는 앞으로 영원히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감자를 책상위에 내려놓고는 자기 의자에 깊숙이 앉았다.
 
[솔직히 말해봐. 당신 어제 탈출 사건하고 모종의,, 관계있지?]
 
[있지. 탈출한자와 안 한자의 관계,,, 관계없는 사람이 어딨어. 하다못해 그 친구 엄마도 관계있네,, 낳았으니까, 안 그래?]
 
창문 바깥으로 손 야구를 하고 있는 죄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탈출 사건이후 오전 중에는 아예 풀어놓지를 않더니 이제 좀 안정을 찾은 모양이었다.
 
[감시 카메라 있는 거 알지?]
 
[알지.]
 
[당신하고 그가 세 번에 걸쳐 긴 대화를 나눴어. 사건 벌어지기 두시간전에는 혼자 남아있는 당신에게 그가 접근해서 약 십 분간 대화를 나눴고. 무슨 얘길 한 거 야?]
 
[카메라는 있으면서 도청기는 없나보지?]
 
[어느 쪽으로 향했고 누굴 죽이고 싶어 하는지는 다 알겠는데,,,그냥 그 정신상태가 좀 궁금해서 그래. 개인적인 질문이라고나 할까.]
 
그의 질문이 흥미를 유발시켜서 그랬는지 몸에 힘이 좀 돌아 오는 거 같았다. 나는 감자를 집어서 입에다 한번에 쳐 넣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이라 그도 놀랐는지 몇 초간 나를 쳐다보고만 있다가 옆에 놓여있던 물잔 을 들어 내밀었다.
 
[극히 평범한 젊은 친구지 뭐. 다만 어릴 때 잘못된 계모 밑에서 크다가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못 배운 거고.]
 
[당신의 야구배트 같은 건가?]
 
[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하겠지. 일단 나는 사업을 망하지 말았어야 했고,,,아니,,이런 건 다 핑계다. 하나 차이점이라면 나는 죽일 생각이 없었고, 앞으로 안보면 그만인 것이고. 그런데 그 친구는 달라 아마도 죽일 거야.]
 
[경찰이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래야 월급타가지.]
 
[근데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다 합쳐 총 다섯 시간 동안 무슨 얘길 한 거야?]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종교 철학,,,따위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화는?]
 
[마지막 대화, 그러니까 사건나기 하루 전이지? 그런 얘길 하더라고. 여길 나가야만 한데. 이십년이나 여기 있으면 하느님이 어쩌고 용서가 어쩌고 하면서 바보같이 변해갈게 뻔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그땐 자기 자신조차 용서할 수가 없게 될 거라나,,, 특히나 현대식 기독교에 민감히 반응 하는 걸로 봐선 어린 시절에 어떤 나쁜 기억이 있었던 것도 같고,,, 아마도 그 계모겠지,,, 사람은 크게 둘로 나뉜다 그러더군, 술이나 마약, 종교나 정신병원, 이중에 하나가 필요한 사람과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 이렇게 크게 나뉜다 그러던데,,,자기는 후자에 속하므로 차라리 탈출하다 총 맞아 죽는게 더 났다 그러더군.]
 
[당신이 보기에는 어떻게 보이던가?]
 
[그 친구 파일을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마약 복용자일거야. 스무 살 전후까지는 교회에 다녔을 것이고, 작은 커뮤니티를 전체로 확대해서 더럽네 추잡하네, 비열하네 하고 생각했을 것이고,,, 정신병 중에서,,,]
 
강박관념이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말을 길게 늘여야만 했다.
 
[그래서 무슨 얘길 해줬는데?]
 
[할 말이 뭐 있어야지. 그럴 땐 말장난이 최고잖아. 그래 얘기해줬지. 모든 일이 상상 속에서만 일어난다고. 진실이 복수를 하는 건지 상상이 복수를 하는 건지 나 같으면 헷갈릴거 같다고,,,등등 나도 다 기억이 안 나지,,,]
 
[그러니까 뭐래?]
 
[여러 가지 말을 했는데, 한마디만 기억나. 어떤 특별한 기억은 추억보다 오래간다고.]
 
[기어코 일을 벌이겠단 말이로군,,,]
 
[그런데 이런 말도 해 줬어. 혹시라도 살인죄라도 하나 더 첨가될까봐. 불안해서 말 장난을 좀 했지. 이상하게 끌리는 친구 였거든. 이렇게 말해줬어. 복수한다고 그를 죽인다면 그를 도와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살아나가야하는 생명이 힘든거지 그 과정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끝냈다면 그건 행복해진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복수를 하려면 가만 놔두어야 한다. 만약 병신으로라도 만들어 놓으면 그는 그걸 의미있는 획기점으로 만들어서 제 이의 인생을 더 활기차게 살아나갈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복수는 탈출해서 다시 잡혔다는 소식을 그가 안 듣는것, 다시 말해 어딘가 존재 하는 너의 위치를 그가 모르게 해야 한다. 그는 밤낮을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라고 얘기해 줬어.]

 그는 몇 초간 움직이지 않더니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젊은 경찰들 몇 보다도 낫구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거든. 진정한 의미로서의 범죄는 살인이나 살인 미수, 내지는 많은 것들, 그런게 아니야. 법 이라는 한정된 테두리는 수십권의 법률 책을 만들어 냈지만 수 백권 아니 수천권을 만들어도 안 될거야. 왜냐면 정신적으로 괴롭히는건 어떻게 정의도 안 되고 증거도 찾아내기 힘들고 따라서 증인도 나올수가 없고. 내 생각엔 그 친구가 당신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었을것 같은데,,,음,,,나 같으면 그랬을거 같아. 당신 좀 심각한 니힐리스트지? 청소업 한다고 기록에 있던데 그 기분도 알것같아.]

  나는 순간 기분이 나빠져서 그가 더 이야기 하려는걸 막았다.

 [내 감정 건드리는 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해. 청소? 그래 걸레를 얘기하자. 걸레와 수건 누가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말 실수 했다면 사과할께. 그런뜻은 아니었어.]

 [나는 한 두달 후면 여기에서 나가 당신과 똑같은 엘에이의 한 시민일 뿐이야. 모든 생명체들을 다 죽이고 싶은게 내 바람이야. 그들의 평화를 위해서, 그런데 나는 먹고살려고 청소를 하고 있다고. 나는 당신이 최소한, 두 시간정도는 넘게 삶은 무엇이고 생명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해 보았기를 바래. 그럼 이 문제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거거든.  내가 왜 이리 오래 굶고 있는건지도 최소한 인지는 해야 될거아냐.]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버저를 눌러 밖에 댜기하고 있던 경찰들을 불렀을 뿐이다. 

 [또 볼거에요.]

  가 그의 마지막 인사였다.  
 
쇠창살로 예쁘게 데코레이션이된 내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몸은 무거운데 정신은 맑았다. 이렇게 까지 정신이 맑아보기도 처음인 것 처럼 느껴졌다. 감자 탓일까,

  여덟 번 째 되는 날, 전부들 아침 먹으러 간다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때 나는 꼼짝 안하고 이층 내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간수들도 나는 더 이상 참견하지 않았다. 아마도 자기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내 얘기가 심심찮게 오르내리리라.

  죽음 이라는 귀에 낯설지 않은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니 생각해 보았다기보다는 아침에 보았던, 뜰에 죽어있는 새의 시체를 떠올린 뿐일 런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 처지가 이러니까 어느 정도는 무의식의 상태에서 현재로서 생명인 나의 육신이 그와 반하는 한 형태로서의 죽음은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나에게 던진 것인지도 모르고,  살아있음을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 되어도 되나? 그럼 달리 어떻게? 이런 단순한 변화가 가져올 정신적 반응은 왜 그렇게 설명하기조차 두려운 형태로 다가오는 것일까,

두려움, 먼저 이것을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생각해 보았다. 육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소유하고 있는, 아니 소유 당하고 있는 육체는 늘 긴장해왔다. 아프지 않으려고 혹은 아프더라도 가능하면 덜 아프려고 노력했었고 돌이켜보면 그것이 삶이었다.

  교통사고 안 당하려고 운전할 때 마다 신경을 곤두세웠고 한적한 공원을 걸을때면 누군가 적의를 가지고 나에게 덤벼들지 않을까 염려 했었다. 뿐만이 아니다. 지나온 나의 일생은 온통 나를, 아니 내 육체를 아프지 않게 보존하려는 노력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다. 그럭저럭 많이 아프지 않고,

  그러한 노력들을 나에게 하게 만든 힘은 어디에서 온 걸까, 무의식 이라고 일반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의식 되어진 죽음 이다. 내 앞에, 물론 감옥에 들어오기 전 이지만 항상 내 책상 앞에 놓여있던 라이터나 담뱃갑, 소주병, 볼펜 두 자루, 그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그 단어는 얘기하고 있다.

  죽음은 사라짐이다. 복잡한 단어나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해야할만큼 복잡한 형태가 아닌데도 그러한 것들이 요구 되어지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그런데로 긴 여행을 거쳐 마지막으로 통과해야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종교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한 그 문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상태로 그냥 그 곳에 존재하고 있을 뿐인데 유한자인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것에게 친해지려고 아부를 하고 있다.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사라짐은 사라짐일 뿐이다.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건 DNA 가 다른 물질일 것이다.

  하나 더 첨가하자면 당신의 바쁜 편견에 다른 사람이 희생되어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거기까지 생각하다 보니까 아마도 지나친 공복 내지는 우울 탓이었을까 내 정신세계는 니힐리즘의 벼랑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내가 죽는다. 그럼 그 다음은? 우주의 소멸이다. 우주는 내가 인식했기 때문에 존재했었던 거니까 내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진다. 그들의 우주와 나의 우주는 다르다. 소멸의 시기가 다르므로 다른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잖아, 나는 우주의 생성에 관여한 적이 없으므로, 근데 왜 나는 두려워하지, 왜 나 아닌 다른 존재들은 나를 사라짐의 공포로부터 나를 지켜주기는 커녕 협박을 하고 있는 거지. 사라짐의 그 단순함을 어렵게 비비 틀어서 신을 얘기하고 악마를 등장시키고, 마치 천지창조처럼 지옥을 만들고 천국을 만들고, 그래서 신음하고 고통 받고 순간적이나마 안심하고 슬퍼하고, 그러다가 자신이 소유한 육신의 덧없음에 진저리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죽음 보다는 죽음이라고 어떤 멍청한 인물이 표현한 그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헷갈리는 것은 아닐지,

  생성과 소멸에는 자연의 원리가 있겠지만 나는 그런 걸 참견할 정도로 건방지지 않다. 내 죽음의 의미를 알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건방이다.

  시간이 남아도는 탓인지 생각은 반복 되어졌다.

물론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고자시고도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언어로

정리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죽는다는 것 다시 말해 존재를 멈춘다는 것은 이 세상이 사라져버린다는 말의 다름 아니다. 일인칭이다. 존재는 어차피 내 의식이었다. 나 외에 그들이 존재 한다는 것, 그것들이 존재 한자는 것, 또한 나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모두 나의 의식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사라진다면 그것들 또한 사라지는 것이 맞다. 영원이라는 희안한 단어가 적용되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신` 정도가 아닐까, 일단은 신에게 미움살만한 행동을 한 기억이 없으니까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사라짐은 그들에게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들의 사라짐 또한 나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감성상의 변화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라짐과 나타남의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들은 무의미하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대충 백오십 평방 인치 정도의 텃밭이 있고 아무나 농사를 지오도 상관이 없었다. 그곳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파트 매니져인 김씨 였는데 그는 봄이오면 그 곳에 토마토나 고추 나무를 심었고 나는 주위에 베고니아를 심었다. 그 일은 지금의 아내와 같이 살게된 삼년전부터 계속 되어져 왔는데 농사일이라는게 결국은 잡초 뽑는 일이었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오는 그 잡초들,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생명들이 이렇게 까지 살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의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처럼 징그러운 쾌감이 동반되는 섹스가 식물들에게도 있다는 걸까, 안 그러면 그런 삶에 대한 애착은 설명되어질수가 없는거였다.

  이런 귀찮은 존재, 나의 베고니아가 흡수해야할 영양분을 빼앗아 먹으려고 자꾸 태어나서 타 존재를 귀찮게 하는 존재, 혹시 나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잡초가 나의 존재를 모르듯이-이건 내가 잡초를 너무 무시한 발언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상관없다. 느끼든 못 느끼든,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어찌보면 음탕한 흙을 비집고 튀어 나오는 그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와 같은것일까, 누군가 나도 모르는 존재는 내가 너무 귀찮아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삶에 집착하고 있을까. 만약 내가 감옥에서 보내야 할 날이 백일이 넘어간다면 나는 아마도 굶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쇼를 하고있는것이다. 헐리웃 액션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창피해하기는 커녕 잡초들의 싱그러운 색깔처럼 즐거워하고 있는것같다.   
   디자인과는 관계없이 튼튼하게만 만들어졌을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감옥이란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나라에서는 독재자가 자기 정권을 지속시켜 나가기위한 수단으로 쓰일 테고 이런 나라에서는 소위 말하는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곳일 것인데,, 그럼 정의는 무엇일까? 악을 벌하는 거? 그럼 악은 무엇일까, 선과 반대되는 거 ? 그럼 선은 또 뭐지? 일반적으로 생물체는 자신의 아픔에 대한 기억으로 상대방에게도 그런게 있음을 짐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생존하기위한 수단으로 불가피한 최소한의 살생을 한다. 동물세계에 감옥이 있다면 풀 뜯어먹는 놈들 말고는 아마도 전부 잡아다 종신형이나 극형에 처해야 할 것이다. 인간세계에서의 치열함은 동물세계하고는 또 다르다. 배고픔이 살생의 동기가 되지 않고 어떠한 경로로 발생했는지는 저마다 무수히 다른 복잡한 정신세계의 고통 때문에 발생한다. 얼마 전에 한인 타운 내에서 차안에 자녀들을 가두고 방화를 저지르고는 자신만 탈출한 남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잔인함에 치를 떨었고 나또한 불에 타면서 고통 받고 죽어갔을 어린애들을 생각하니 너무 끔찍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범인이 그런 일을 저지르기 전까지 지옥 끝에 까지 라도 다녀왔을 그 끔찍한 정신세계에서 몇 년 동안 고통 받았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지 않았다. 결과는 얘들이 불에 탄 것이니까, 그가 악이라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어떤 유전적 결함이라든가, 혹은 주위의 환경 내지는 혹시 있었을지 모르는 사기꾼 등등은 어떻게 규정되어야할까, 그것들은 감옥 근처에 오지도 않고 그저 조용하게 존재 할 뿐인데, 나는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기 전에 하나의 지옥을 보았다. 그건 언어로도 표현 할수 없는 하나의 미지의 세계였고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수 없다. 나는 아마도 나가게 되면 기독교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천국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옥의 존재는 확인했으니까. 백년전의 세기말에- 이 세기말이라는 아무 뜻도 없는 단어는 구십년 만에 한 번씩 등장하는듯하다.- 까뮈라는 작가는 이런 말을 했었다. 살인의 동기는 그저 그날 햇살이 너무 따가웠기 때문일 뿐이라고, 선과 악을 끝내 구분 지어야 하는 종교인들이나 일단의 노인네들에게는 눈쌀이 찌푸려질 헛소리겠지만 내가 보기에 사람들이 행한 체벌의 대상은 악이 아니라 한 젊은이의 끝모를 허무함이었고 그런 정신 상태는 용기 있고 솔직한 사람으로서는 고려해볼 정도의 가치는 있어보였다. 다행히 미학을 실행한다고 온몸에 화상을 입는 바보들이 그나마 많지 않다는 건 다행이기도 하지만, 감옥의 어리석음은 물리적 고통을 가한 사람에게만 행해지고 그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의 세계는 간과한다는 점이다. 하기야 언제는 인간이 만든 법이라는 것이 제대로 된 적이 있었겠나마는, 감옥이 가두는 것은 악이 아니다. 어리석음이다. 그 어리석음은 아이큐 미달이 아니라 절대 다수의 평화를 위협하는 소수의 외로운 게임인 것이고,
 
머리가 복잡해지고 이마가 조금 뜨거워지는 것 같다. 내 바로 밑 침대에서는 마리오 라고 자기 이름을 밝힌 필리핀인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벌렁 드러눕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돈 문제로 친구를 향해 총을 쏘았는데 총알이 어깨를 스치는 바람에 살인자는 면할 수 있었지만 잘난 판사들 뒤로 항상 꽂혀있는 자줏빛색의 장서들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위 ‘살인미수’에 아주 딱 들어맞게 걸려들어 판검사들의 머리를 복잡하지 않게 만들긴 했는데, 그게 또 ‘의도적’ 과 ‘우발적’으로 나뉘는 바람에 시간을 끄느라고 여기 있다고 했다. 그 둘의 형량차이는 아주 크다고 했다. 미국 법은 어떨때 보면 머리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껌을 한개 훔쳤어도 그건 의도적이고 계산된 행동이기 때문에 중범이고 음주운전으로 껌을 싣고 가던 컨테이너를 들이받아 껌 백만 개 를 태워먹었어도 그건 순전히 우발적 실수, 즉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므로 경범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껌값 을 물어주는데 대한 합의를 보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초원에서 타 짐승의 살을 유유히 뜯어먹고 있는 사자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면서 김치를 한 병 정도 안겨보려는 노력은 어떨까, 붕어빵 기계에 들어 갈수 없도록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이 아닌 닭다리로 태어난 존재에게 붕어빵이 되라고 요구하는 건 어떨까, 사자나 닭다리를 감옥에 앉혀놓는 게 더 확실하고 빠른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감옥은 필요한 것이다. 범죄의 동기야 어떻든 절대다수는 평화를 원하니까,
 
어쨌거나 이런 노력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는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남의 나라 역사책을 들고 아랍권 나라에 찾아가서는 선교활동한다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가진 나라도 있고 버는 수입의 많은 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가진 미국이라는 나라도 있다. 결국 선함 이라는 건 어떤 타존재에 대한 하나의 행동양식을 말함일 텐데 부유함에서 나오는 것 일테지만 그런 선함과 받는 사람의 그 보잘것없는 찌들린 자존심조차 허용 안되는 배고픔의 우열 관계는 그 선함의 정당성을 어디까지나 충족시켜 줄수 있는 것인지가 의문이다. 나는 강아지를 아주 좋아하는데 이제 돌이켜보면 예쁘게 생기거나 나를 잘 따른다는 조건에 한해서였다, 그렇다고 못 생긴 개를 때렸던 적은 없지만 대하는 태도는 확실히 달랐었다. 돈을 요구하는 홈리스에게 햄버거를 사준 적이 있는데 그것도 내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부분도 더러 있었던 거 같다. 선함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할지 모르겠지만, 법만 없다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폭행을 저질렀을 것 같고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거짓말을 하면서 하얀 거짓말이라고 속으로 우기고 살아가는 나도 우발적(?) 야구배트 사건만 없었다면 그냥 평범하고 선한 자연을 사랑하고 이웃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원인의 원인은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법의 가장 기본적 명제를 놓고 해석해 볼때 지금쯤 집에 그냥 티브이나 보고 앉아있을 내 처남이나 아내에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것도 같다. 야구배트 사건의 원인에 원인을 따지다보면 나를 낳아준 부모님한테까지도 책임이 돌아갈테니까,

  아홉 번 째 날에는 신체검사가 있었는데 의무적인 것이라 나도 끌려가야만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에 줄줄이 늘어앉아서 한참을 내 차례를 기다려야 했는데 그 시간동안 나는 양쪽으로부터 괜찮으냐는 질문을 수십 번 들어야했다. 내 차례가 되어 가슴 엑스레이를 찍고 약간의 피를 뽑혔는데 처음엔 벙어리인줄 알았던 여의사가 모든 동작을 멈춘 다음 내 얼굴을 잠시 쳐다 보고나서 입을 열었다.
 
[차의 오일체인지를 할때 아주 완벽하게, 더러운 오일을 빼고 새 오일을 집어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나?]
 
[아니요. 엔진 사이사이에 많이 남아있는상태로 새 오일을 붓는거죠. 차에 별로 좋지 않다고 전문가가 말하더군요. 단식은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오일체인지하고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열흘정도는 나쁘지 않아요. 다만 깨끗한 물은 계속 공급해줘야 하지만.]
 
삼십대 중반이나 되어 보이는 그 여성은 긴 블론드를 아무렇게나 뒤로 메고 있었는데 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또 아는 척 하는 동물 등장이군’ 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요?]
 
[다행히 여기서 공급되는 물은 미네랄이 많이 포함된 물이라 단식기간에는 좋죠. 그리고 음식을 거부한 이유가 너무 맛이 없어서 라고 들었는데, 사실 그 음식은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것이 아니에요.]
 
[금욕에 도움 되게 만들었나?]
 
그녀는 웃지 않았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기름을 다 떼어낸 돼지고기라고 생각하면 되죠.]
 
[다이어트에는 좋겠군요.]
 
[농담할 기운은 있나보죠? 어쨌든 당신 때문에 좀 피곤한일이 생겼어요. 내일이나 모레쯤 병원으로 가야할거에요. 몸 상태를 정확히 체크하라는 명령이 내려왔거든요.]
 
[병원으로는 어떤 식으로 가죠?]
 
[어떤 식으로 가다니요?]
 
[수갑을 차고 가냐 그겁니다.]
 
[아마 그럴 거 에요. 하지만 일단 도착하면 자유롭죠. 여기 처럼요. 근데 그건 왜요?]
 
[탈출 가능성이 있나 알아보려 고요.]
 
[이런 곳에서의 대화는 녹음 가능성이 있다는 거 알죠?]
 
[농담 진담도 구분 못하면 미국인이 아니죠.]
 
[그런 분위기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병원 창문에 쇠창살 있어요. 문밖엔 지키는 경찰 있고,,,그리고 마지막 질문인데,,,언제까지 굶을 거죠? 대답 여하에 따라 병원으로 옮기는 불편함이 없어 질 수도 있는데.]
 
[길거리에서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을때 까지가 아닐까요?]
 
그녀는 입 꼬리를 조금 비틀면서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파일을 보니까 무종교라고 했던데, 음식의 욕구는 어떤 종교적 힘이 없으면 피하기 힘들거든요.]
 
[종교? 정신적 이상 반응이요?]
 
[미친거 라고 표현안하니 그나마 고맙군요.]
 
[분노는 어떨까요? 비슷한 상태죠. 믿거나 말거나 그리 배가 안 고파요.]
 
그녀는 살짝 웃었다.
 
[아마도,,,대체적으로 모든 것은 잊혀져가죠,,,]
 
  다음날 나는 병원으로 끌려갔다. 끌려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나의 의사는 깡그리 무시되었으니까. 그곳은 여의사말대로 탈출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거기서 나는 어제 촬영한 내 엑스레이 사진도 들여다보고 피검사에 대한 결과도 들을 수가 있었다. [당신은 완벽하게 건강해.] 라고 의사는 딴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거기서 나는 닝겔 한 병을 다 맞고 밤이 어두워져서야 나올 수 있었는데 나를 태운 차의 흑인 운전사가 싱글거리며 말을 걸었다.
 
[당신 여기서 나가려면 아마도 이주일은 더 넘게 있어야 될 텐데 그때까지 굶을 수 있어?]
 
나는 얼마나 유명인사가 되어 있는 걸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당신이 뭔가를 조금씩 먹고 있을 거라 그러는데 난 아마 아닐 거라고 그랬어. 자존심 때문에 시작 된 거잖아. 내말 맞어?]
 
[하나도 중요치 않아,,,]

  열 한번 째 되는 날, 그러니까 내가 자유를 박탈당한지는 보름정도 되던 날에 나는 운동장에 앉아 있다가 멀리서 시작된 아지랑이가 점차 나에게로 다가와 나를 감싸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아주 어렸을 적에, 아마도 봄이었겠지, 학교 운동장의 정 가운데 에서 꾸물거리며 사방으로 번져나가던 아지랑이를 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나는 속으로, 반갑다. 오랜만이다. 하고 중얼거려보았다. 공기가 열때문에 흔들려 실제는 똑바른 빛이 굴절 되어버린 것이다. 아니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빛은 구부러지지 않았다. 습한 증기는 햇빛에 노출되어있는 내 몸 주위에서도 천천히 흔들거리며 부양하고 있다. 밤새내린 서리와 뜨거운 태양이 만들어내는 연출 같은 것이다.
 
존재여부가 불투명한 것이다. 마치 나와 같이,,,
 
눈을 감고 머리위로 느껴지는 뜨거운 태양열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건 처음엔 약간의 고통 같은 것이었다가 묘한 쾌감으로 바뀌어갔다.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들은건지 아니면 기절을 했던 건지는 알 수가 없는데 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을 때는 내가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그 돌 의자 위에서 강제로 일으켜지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다리에 쥐가 난건지 두 다리를 쓸 수가 없었다. 꾸부린 자세로 잠이 들어 그리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온몸에서 나오는 열기를 느낄수 가 있었다. 나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 건물 입구까지 왔는데 거기서 그들을 제지시키고 말했다. [내 장소로 돌아가고 싶어. 병원 침대는 싫다고.] 제복을 입은 사내 둘이 재차 질문을 확인하더니 막 도착한 바퀴달린 들것을 돌려보내고 나는 한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내 방(?)으로 돌아 올수 있었다.
 
금세 몸이 다시 회복 되고나서 나는 오후 시간에 다시 찾아온 운동시간에 탈출한 그가 사용했다는 화장실 뒤쪽으로 가보았다. 그가 사용했던 ‘화장실의 뒤쪽’ 이라는 말의 의미는 한참을 지나서야 알 수가 있었다. 줄지어선 변기 끝으로 내 키 정도의 높이에 성인이 간신히 빠져나갈만한 크기의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손으로 밀어본 결과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고리가 빠져 있었던 것이다. 턱걸이를 해서 밖을 내다보았더니 아주 좁은 숲이 있고 그 바로 뒤로 철제문이 있었다. 아마도 그는 하루에 한번정도 이 창문을 타고 넘어가 그 문을 뜯는 작업을 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담배교환을 위해 이 화장실에 들어왔던 이들은 못 본체 한 것이고, 결국 모두 공범인 셈이었다. 그리고 아직 교도소 측에서는 이 탈출경로를 모르는듯했다. 그저 우연찮게 감시인들의 눈을 피해 운동장 뒤로 돌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녁에는 내 담당 변호사가 찾아왔다. 그는 족쇄(interlock device)가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원래는 재판 전에 합의보고 작업하고 들어와야 하는 것인데 지금 내 상태가 특수하고 또 경범으로 분류된 상황이라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런 일은 전례가 없는 거라 시간이 좀 걸렸다는 말을 덧 붙혔다. 집에 그냥 살면서 시간에 맞춰서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 되는 것이고 다른 제약은 없는데 다만 형량을 고스란히 마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여기서는 열흘이나 늦어도 두주정도면 끝나지만 집에 갇힐 경우 사십 오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부연설명이었다.
 
나는 그가 내민 서류 뭉터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지금의 아내나 그전의 아내도 나에게 서류를 내밀었었다. 사업할 때도 그랬고 하다못해 전기시설이나 전화시설 하나를 설치 할 때도 언제나 서류였고 사인을 해야 했다. 신의가 사라져버린 사회에 남는 건 서류밖에 없는듯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올 테니까 그때까지 생각해봐요. 내일 아침에 싸인 하면 바로 작업 들어가서 저녁이면 나갈수 있을 거에요.]
 
그는 선한 사람일까? 개인 변호사도 아니고 관선인데 나에게 이렇게 한다 해서 수입이 더 들어오는 것도 아닐테고,,,
 
[하나만 물읍시다. 알다 싶이 접근금지명령으로 갈 데가 없는 사람인데,,,]
 
내 목소리는 심하게 갈라져 나왔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쉘터에 방을 하나 마련해 놨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결국 거지 굴 로 들어가라는 말이었다.
 
[아침에 다시 올 거면 엘에이 타임즈 한부만 부탁합시다.]
 
나는 그가 안 오는 줄 알았다. 힘이 없어 운동장에도 못나가고 방에 하릴없이 앉아있는데 그가 들어왔다. 열한시 경 이었다.
 
[법원에 다른 사람 케이스 때문에 참석했다 오느라고 늦었어요.]
 
라고 그는 변명을 했다. 서류가방을 뒤적이고 있는 그를 내가 저지했다.
 
[서류 꺼낼 필요 없어요. 사인하지 않을 거니까,]
 
그는 동작을 중지하고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왜요? 오늘밤 안에 나갈수 있는데, 여기가 지겹지 않나요?]
 
나는 disgusting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왜요?]
 
[서류, 싸인, 그런 건 더 싫거든요. 그런 거 너무 싫어졌어요.]
 
[더 굶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일단은 나가야돼요.]
 
[하나만 물읍시다. 나에게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는 금발의 머리를 쓸어 올렸다.
 
[내 의무인데 이유가 있을까요.]
 
내 침묵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는지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변호사 생활 이십년 돼가요. 그전에는 검사로 삼년정도 일했고요. 헐리웃에 사무실 있을 때는 진짜 범죄자들 변호해주느라 혐오스러웠고, 그래서 싸우스 센트럴로 옮겼더니 거기는 정말 대책 없는 사람들만 있더군요. 사무실 렌트비도 못 내서 문제가 생기고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죠. 지금은 정부에서 돈을 주니까 더 편하고요. 당신 케이스는 특별해요.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하죠. 이제 설명이 됐나요?]
 
[나 여기에 얼마나 더 있어야 돼죠?]
 
[열흘은 더 넘어요. 그런 법이 전에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더 굶는다고 해서 빨리 나가게 될 가능성은 일단 없다고 봐요.]
 
[그래도 시체로 나가게 되면 좀 문제가 되긴 하겠군요.]
 
나는 피식 웃었다.
 
[일단 당신은 야구배트를 휘두른 범죄자거든요. 내말이 기분이 상하나요?]
 
[아뇨. 당신의 이혼이나 내 야구배트에는 공통점이 있지요. 일어나지 않을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 다라는,,,]
 
그 후로 한참을 대화가 이어졌지만 결국 나는 싸인을 하지 않았다. 못내 일어서는 그의 눈빛이 젖어있었다.

  그가 돌아가고 난후 나는 타임지를 찬찬히 훓어 보았지만 끝내 탈출한 에 관한 기사는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를 잤는지는 모르지만 간혹 가다가 일단의 사람들이 내 몸을 흔들고 나의 상태를 파악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몇 일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다시 방문이 열리고 내 방의 동료들이 아침인지 점심인지모를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우루루 몰려나갈 때 나도 오랜만에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는데 아무도 없었다. 나는 드디어 잊혀진 모양이었다. 걷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나는 몸을 질질 끌다 시피 해서 예의 그 화장실로 갔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창문은 손으로 밀어열기엔 좀 높은 위치라 밟고 올라설만한 물건을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감옥은 감옥인지 모든 물건 하나하나가 존재여부를 감시당하는 이유 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나는 힘들게 팔을 뻗쳐 창문을 열었다. 바깥으로 밀면 위로 치켜 올라가게 되어있는 구조였는데 끝까지 올리느라고 아주 많은 수고를 해야 했다.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아무 일도 아닐 테지만 나는 팔 하나를 들어올리기도 힘든 상태였다. 초능력을 발휘해보자 하고 마음먹었지만 그건 내 바램 일 뿐이었다. 그 창틀에 매달릴 수조차도 없었다. 그야말로 바둥 거리면서 그 창틀을 붙잡고 있는데 얼굴이 익은 동료(?)들이 두명 들어오다가 나를 발견하더니 놀란 몸짓으로 다가왔다.
 
[뭐 하는거야 당신? 그리고 이 창이 이렇게 열리는 거였나?]
 
그들은 모르는 집단의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나 여기로 나가고 싶은데 힘이 없어서 그래. 좀 도와줘.]
 
[미쳤군. 마이클 탈출한 뒤로 저 뒤 철문 아예 용접해 버린 거 몰라?]
 
[몰랐는데,,]
 
절망감이 내 몸을 바닥으로 쓰러지게 했다. 머리를 뒤로 잡아맨 흑인동료가 무릎을 꿇고 나를 바짝 들여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오늘 여기서 나가서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될 거야. 그리고 몇일 안에 곧 나가게 될 거고. 지금 바깥에서 그 얘기 듣고 온 거라고. 그런데 이게 무슨 짓이야? 나같이 프리즌 으로 옮겨갈 놈도 가만히 있는데. ]
 
타일로 된 바닥은 이제 몸뿐만이 아니고 머리까지 지남철처럼 잡아당기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점차 녹아들어가고 있었다.
 
[나가는 건 좋은데, 내 맘대로 하고 싶어서 그렇지. 이제껏 살면서 내 맘대로 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서 그래,,,]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들이 못 알아들을 내 모국어로 한마디 더 덧붙였다.
 
질려 버렸어,,,,
 
그들이 껌딱지 처럼 바닥에 붙어버린 나를 끌어당겨 업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 여기 온지 이십일 째야, 그 정도 굶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잘난 척 하지 말란 말이야,,,이런 소리를 환청같이 들었던 게 마지막이고 나는 더 이상의 기억을 놓아버렸다.